
9년째, 7361개째 상자다. 유한양행이 국가유공자 어르신들에게 전해온 '나라사랑 안티푸라민 나눔상자' 누적 기록이다. 나이가 들수록 삐고 결리는 곳이 늘어나는 법인데, 국가를 위해 헌신했던 어르신들도 예외는 아니다.
그간 지역 보훈지청 선에서 이뤄지던 협력이었다. 이번엔 다르다. 국가보훈부가 협약 당사자로 직접 이름을 올렸다.
유한양행은 광복절을 앞두고 13일 대한약사회, 국가보훈부와 '국가유공자 어르신 건강증진을 위한 다자간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14일 밝혔다. 고령의 국가유공자 어르신들이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협약식에는 대한약사회 이은경 부회장과 국가보훈부 육현수 보훈의료복지국장이 참석했다. 유한양행에서는 조민철 ESG경영실장이 자리를 함께했다.
지역 단위로 쌓아온 협력의 기록
유한양행은 2017년부터 국가보훈부 산하 서울지역 보훈지청과 협력해 '나라사랑 안티푸라민 나눔상자'를 국가유공자 가정에 전달해 왔다. 상자에 담긴 안티푸라민은 멘톨·캄파·살리실산메칠이 주성분인 바르는 소염진통제다. 삠·타박상·근육통·관절통·요통·어깨결림·신경통 등에 발라 통증과 염증을 가라앉히는 데 쓴다. 만성 통증을 겪는 고령의 유공자들에게 실질적으로 쓰임새가 많다.
이렇게 지원받은 국가유공자는 이번 협약 시점까지 누적 7361명에 이른다. 지난해 광복절 기준 누적 지원 인원이 6361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1년 새 1000명이 새로 이 나눔의 대상이 된 셈이다.
2022년부터는 대한약사회 소속 약사들이 국가유공자 가정을 직접 찾아가 복약지도와 건강 상담을 병행해 왔다.
그동안 이 사업은 유한양행, 대한약사회, 국가보훈부 산하 서울지역 보훈지청 세 기관이 지역 단위로 협력해 온 구조였다. 이번엔 지방조직이 아닌 국가보훈부 본부가 직접 협약 당사자로 참여하면서, 전국 단위의 민관 협력 구조로 규모가 커지게 됐다.

약사가 찾아가는 복약지도, 용인·청주까지 확대
역할 분담도 이번 협약에서 한층 뚜렷해졌다. 국가보훈부는 건강 취약계층인 고령의 유공자를 발굴하고, 지원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행정적 기반을 조성한다. 대한약사회는 전국 네트워크를 활용해 어르신들에게 1대1 맞춤 복약 지도와 건강 상담을 지속적으로 제공한다. 유한양행은 보훈가족을 위한 의약품 후원은 물론, 사업이 안정적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재정과 물품 지원을 총괄한다.
사업 지역도 서울을 넘어선다. 올해는 유한양행 중앙연구소와 오창공장이 있는 용인과 청주 지역부터 사업을 확대하고, 이후 각 기관과 협력해 더 많은 국가유공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넓혀갈 계획이다.
올해는 유한양행 창립 100주년이다. 창업자 고 유일한 박사는 독립운동가이기도 했다. 그는 미국 전략첩보국(OSS)이 일본을 상대로 꾸민 비밀작전 '냅코 프로젝트'에 요원으로 참여했다. 이 작전은 한인 요원 19명이 낙하산과 무기 훈련을 받고 한반도에 침투해 일본과 싸우는 게 목표였다. 유일한 박사는 이 작전에서 암호명 'A'로 활동했다. 유한양행은 창업자의 이런 애국애족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보훈 가족을 위한 나눔을 확대하기로 하고, 대한약사회·국가보훈부와 뜻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안티푸라민은 일제강점기인 1933년 유한양행이 자체 개발한 첫 의약품이다. 소아과를 운영하던 부인 호미리 여사가 제안했다. 당시 조선에서 구할 수 있는 약은 대부분 비싸게 수입해오는 제품뿐이었다. 가벼운 부상도 민간요법에 의존해야 했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였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창업자 유일한 박사님의 애국애족 정신이 깃든 안티푸라민을 통해 국가를 위해 헌신하신 분들께 보답할 수 있어 감회가 남다르다"며 "앞으로도 국가유공자 건강 증진을 위한 민관 협력을 이어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