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리 때마다 배가 아팠다. 진통제를 먹으며 버텼다. ‘원래 생리통이 심한 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이번 초음파 검사를 받아 보니 난소에서 혹이 발견됐다.
걱정부터 앞선다. 혹시 암은 아닐까? 수술해야 하나? 수술하면 난소는 괜찮을까? 앞으로 임신에는 문제가 없을까?
진단은 ‘자궁내막증(子宮內膜症·Endometriosis)’이었다. 자궁 안쪽을 덮는 자궁내막과 비슷한 조직이 자궁 밖에서 자라면서 만성적인 염증과 유착, 통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심한 생리통과 골반통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이 자궁내막증 병변은 다양하게 생길 수 있는데, 난소에 생겨 물주머니처럼 낭종을 이루면 ‘난소 자궁내막종(ovarian endometrioma)’이라 한다. 생리처럼 장기간 누적된 혈액과 조직이 낭종 내부에 고여, 내용물이 짙은 갈색을 띠기 때문에 흔히 ‘초콜릿낭종(chocolate cyst)’이라고도 부른다.
약부터 써볼까, 수술할까…“크기 하나로 정하지 않는다”
난소에 생기는 혹은 종류가 다양하다. 영상검사를 통해 다른 양성 종양이나 악성종양 가능성도 함께 살피고 구별해야 한다.
그렇다고 혹이 보였다고 바로 수술하는 것은 아니다.
부산 봉생기념병원 박종훈 과장(산부인과)은 “증상이 심하지 않고 내진과 골반 초음파 검사에서 심부 병변이나 주변 장기 침범이 의심되지 않으며, 악성종양이 의심되는 소견이 없다면 약물치료부터 시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복강경으로 병변을 직접 확인하고 절제하여 조직검사로 확진하는 과정이 중요하게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증상과 진찰, 초음파·MRI 등 영상검사를 종합해 자궁내막증을 임상적으로 진단하고 적응증에 따라 약물치료를 먼저 시작하기도 한다.
관건은 약을 쓴 뒤다. 통증이 줄고 병변이 호전되면 치료를 이어간다. 반대로 약을 먹어도 증상이 계속되거나 병변이 진행한다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처음부터 골반의 심부나 창자, 요로계 등 주변 장기 침범이 의심되고 연관된 증상이 심하거나 장기 기능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면, 병변 범위를 확인하고 치료하기 위해 수술을 먼저 고려할 수도 있다.
박 과장은 “약을 먼저 쓸지, 수술을 먼저 할지는 각 치료의 장단점과 환자마다 다른 몸 상태를 저울질해 결정한다”고 밝혔다.
물론, 수술했다고 끝나는 것도 아니다. 자궁내막증은 폐경 전 가임기 동안은 재발이 흔하고 진행되는 병이기에 수술 후 재발을 억제하거나 남아 있는 심부 병변을 조절하기 위해 다시 약물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난소 혹, 혹시 암일까…전형적 자궁내막종은 영상에서도 구별 가능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환자 입장에선 “난소에 혹이 있다”는 말을 들으면 암부터 떠올리기 쉽다.
난소 자궁내막종은 초음파와 MRI에서 비교적 특징적인 소견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특히 MRI는 전형적인 자궁내막종을 구분하고 병변 범위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반대로 낭종 벽이 두껍고 불규칙하거나 내부에 여러 격막 또는 고형 성분이 섞여 있고, 주변 림프절까지 커져 있다면 다른 종양 가능성까지 살펴야 한다. 약물치료 중에도 병변이 계속 커지거나 모습이 달라진다면 다시 평가할 필요가 있다.
“난소, 모양만 남긴다고 끝 아니다”…‘열 손상’까지 줄여야
이처럼 암 감별도 중요하지만, 자궁내막증에서 더 흔한 고민은 따로 있다. 수술이 필요하다면 병변을 얼마나 제거하고, 정상 난소를 얼마나 살릴 것인가 하는 문제다.
자궁내막종 수술의 목표는 명확하다. 병변과 정상조직의 경계를 구분하여 병변은 가능한 한 제거하면서 정상 난소에는 손상을 덜 주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쉽지 않다. 자궁내막증이 오래 진행되면 병변과 정상 난소의 경계가 흐려지기도 한다. 이미 정상 난소 조직이 상당 부분 손상된 환자도 있다.
박 과장이 특히 강조하는 것은 ‘열 손상’이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수술 과정에서는 조직을 절개하고 출혈을 막기 위해 봉합 외에도 고주파 등 에너지 기구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상 난소 조직을 많이 남겨놓는 작업에 못지않게 주변 조직에 전달되는 열을 줄이는 노력이 중요하다.
박 과장은 이를 ‘날계란’에 비유했다.
“계란에 열을 가하면 겉모양은 크게 달라지지 않아 보여도 내부는 변합니다. 난소 조직이 겉으로 얼마나 남아 있는지만 볼 게 아닙니다. 정상조직에 전달되는 열 손상까지 최소화해야 합니다.”
‘구멍 하나’로 하는 수술…박종훈, 부인과 수술 누적 1220건
그렇다고 난소 기능이 걱정된다는 이유로 수술을 무조건 피하는 것도 답은 아니다. 심한 자궁내막증 자체도 난소를 만성 염증과 섬유성 유착 환경에 오래 노출시켜 난소 기능에 악영향을 줄 수 있으며, 주변 장기까지도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쪽만 보고 결정해서는 안 된다.
만일 수술이 필요하다면 다음 질문은 ‘어떻게 수술할 것인가’다. 박 과장이 주로 시행하는 방식은 ‘단일공 복강경 수술’(SPA·Single-Port Access)이다. 태어날 때부터 모두에게 존재하는 자연 흉터인 배꼽에, 약 2㎝만 절개하여 수술기구를 넣는다. 다른 복강경 수술과 달리 절개창이 한 곳이므로 통증과 회복이 빠르고 흉터 걱정도 거의 없다.
하지만 구멍 하나가 최종 목적은 아니다.박 과장은 “절개창은 적으면 적을수록 좋지만 통증이나 미용적인 이유 때문에 수술 결과에 제한이 생겨서는 절대 안 된다”며 “집도의가 목표한 수술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범위에서 접근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과장이 2026년 7월 말까지 시행한 부인과 수술은 누적 1220건. 이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단일공 복강경 수술이고, 자궁경 수술이 뒤를 잇는다. 병원 측은 "다른 의료진이나 기존 환자의 소개를 통해 찾아오는 환자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고 전했다.
포괄2차에서 어디까지?…“진행성 자궁내막증도 대부분 직접 수술”
그가 말하는 자궁내막증 수술 원칙은 분명하다. 가능한 많은 병변을 제거하고, 해부학적 구조를 복원하되 주변 장기 손상은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수술은 말처럼 단순하지는 않다. 심한 자궁내막증은 난소뿐 아니라 자궁 주변 조직과 장, 방광 등에까지 단단히 붙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박 과장은 “자궁내막증은 양성 질환이지만 진행된 경우에는 오히려 암 수술보다 어렵고 시간이 많이 걸리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봉생기념병원은 보건복지부 선정 ‘포괄2차종합병원’이다. 골반 내 주변 장기까지 진행한 자궁내막증도 대부분 여기서 수술할 수 있다.
다만 난소 혹에서 악성 가능성이 높거나 별도의 부인종양 전문치료가 필요한 경우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때는 상급종합병원이나 전문센터로 연결한다. 환자를 ‘의뢰’하는 절차다.
지역에서 치료할 수 있는 환자는 적극 치료하되 더 높은 단계의 치료가 필요하면 늦지 않게 보내는 것, 그 역시 포괄2차종합병원이 맡아야 할 역할이다.
난소 혹 상태별 치료 방향
- 자궁내막종 등 양성 난소 병변
- 정상 난소 조직을 최대한 보존하며 병변만 제거
- 악성이 의심되는 난소종양
- 일반적인 양성종양 수술에 앞서 부인종양 전문의의 평가를 우선 진행
- 한쪽 난소에 국한된 일부 초기 난소암
- 젊고 임신을 희망하는 환자 중 암의 조직형·병기·예후 조건이 부합할 경우, 자궁과 반대쪽 난소를 보존하는 '가임력 보존 수술' 검토
- 진행성 난소암 등
- 병기와 조직형에 따라 난소·난관·자궁 등을 포함하는 '표준 암 수술' 검토
<편집자 주> 실제 수술 범위는 종양의 조직형과 병기, 환자의 나이, 임신 계획 등에 따라 달라집니다. 악성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부인종양 전문의의 정밀 평가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FAQ] 자궁내막증, 수술 전후 이것도 궁금하다
자궁내막종은 몇 ㎝ 이상이면 수술해야 하나요?
크기 하나만으로 수술 여부를 정하는 절대적인 기준은 없습니다. 통증 정도와 약물 반응, 병변의 성장 여부, 심부·주변 장기 침범, 악성 가능성, 나이와 임신 계획 등을 함께 판단하게 되죠.
자궁내막증 수술을 받으면 약은 더 이상 먹지 않아도 되나요?
그렇지 않을 수 있어요. 자궁내막증은 재발할 수 있고, 심부 병변이 남아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환자에 따라 수술 후에도 폐경 전까지는 재발 억제와 병변 조절을 위해 약물치료를 고려합니다.
자궁내막증이 난소나 골반 밖에도 생길 수 있나요?
같은 공간인 복강에서는 흔히 동반되고요, 드물지만 떨어져 있는 다른 장기에도 생길 수 있어요. 현재 진료하고 있는 환자 가운데 폐 자궁내막증 환자도 있으니까요. 이 환자는 약물에 잘 반응해 현재 폐수술 없이 약물 치료만으로 계속 추적 관찰하고 있습니다.
도움말=부산 봉생기념병원 박종훈 과장(산부인과). 부산대 의대를 나와 부산대병원에서 수련한 후 전임의까지 거쳤다. 의학석사. 부인과 복강경 및 자궁경 수술을 주로 시행한다. 2026년 7월 말 현재, 부인과 수술 누적 1220건을 넘어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