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07일 (금)

봉합됐던 한미 경영권 분쟁 다시 불붙나…법원, 임주현 주식 100억 가압류

신동국, 의결권 공동행사 약정 위반 주장…10월 600억 위약벌 소송 1심 주목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한미약품 본사 전경 사진=한미그룹

한미그룹의 경영권 분쟁을 봉합하기 위해 뭉쳤던 ‘4자 연합’이 상호 책임을 묻는 법정 다툼에 들어갔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7월 29일 신동국 한양정밀 대표이사 회장이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을 상대로 낸 주식 가압류 신청을 받아들였다. 가압류 대상은 임 부회장이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주식 가운데 100억원 상당이다.

신 회장 측은 임 부회장이 주주 간 계약을 위반해 200억원의 '위약벌 채권'이 생겼다며, 그중 100억원을 우선 보전해 달라고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위약벌은 계약을 어겼을 때 당사자가 미리 정한 금액을 물도록 하는 약정이다.

다만 이번 결정으로 임 부회장의 계약 위반 책임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가압류는 나중에 본안소송에서 이기더라도 돈을 받지 못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상대방의 재산 처분을 잠정적으로 제한하는 조치다. 계약 위반 여부와 위약벌 책임은 본안 재판에서 다시 가려질 수 있다.

임주현 지분 2.7% 놓고 “의결권 약정 위반”

라데팡스파트너스는 2024년 12월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신동국 회장 등 기존 3자 연합에 합류해 4자 연합을 구성했다. 이들이 맺은 주주 간 계약에는 이사회 구성과 의결권 공동행사, 우선매수권, 동반매각참여권 등에 관한 약정이 담겼다. 우선매수권은 한쪽이 지분을 팔 때 다른 계약 당사자에게 먼저 살 기회를 주는 권리다. 동반매각참여권은 대주주가 지분을 팔 때 다른 주주도 같은 조건으로 함께 팔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이번 갈등의 불씨는 임 부회장이 4자 연합 결성에 앞서 에쿼티퍼스트와 환매조건부로 거래한 한미사이언스 주식 184만7500주다. 전체 발행주식의 약 2.7%다. 환매조건부 주식매매는 주식을 먼저 넘겨 자금을 조달하고, 계약이 끝날 때 이를 다시 살 수 있도록 한 거래다.

에쿼티퍼스트는 임 부회장의 자금 조달 거래 상대방일 뿐 라데팡스와 직접적인 계약 관계는 없다.

다만 신 회장 측은 에쿼티퍼스트가 해당 주식을 시장에 팔면서 임 부회장이 2025년과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이 지분의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4자 연합의 의결권 공동행사 약정도 지키지 못했다는 논리다.

다만 에쿼티퍼스트의 주식 매각과 이에 따른 계약 위반 여부는 현재까지 신 회장 측 주장을 통해 알려진 내용이다. 이번 가압류 결정만으로 법원이 임 부회장의 계약 위반 책임을 최종 확정한 것은 아니다.

한미약품과 OCI 본사 전경 사진=각사 홈페이지

OCI 통합에서 시작된 2년여 갈등

한미그룹의 경영권 갈등은 2024년 1월 송 회장과 임 부회장이 OCI그룹과 통합을 추진하면서 본격화했다.

장남 임종윤·차남 임종훈 형제는 통합에 반대해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법원은 같은 해 3월 26일 형제의 신청을 기각했다.

하지만 이틀 뒤 열린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총에서는 형제 측이 추천한 이사 후보 5명이 모두 선임됐다. 모녀 측 후보 6명은 전원 이사회 진입에 실패했고, OCI그룹은 주총 직후 통합 절차를 중단했다.

당시 형제 측을 지지했던 신 회장은 같은 해 7월 송 회장과 임 부회장이 가진 한미사이언스 지분 6.5%를 약 1644억원에 사들이는 계약을 맺으며 모녀 측으로 돌아섰다. 주식 이전은 그해 9월 마무리됐다.

2024년 11월 임시주총에서는 신 회장이 한미사이언스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됐다. 이사회 정원을 늘리는 정관 변경안은 부결돼 당시 이사회는 형제 측과 모녀·신 회장 측이 5대5로 맞섰다.

라데팡스가 가세한 뒤에는 4자 연합이 형제 측과 대립했다. 2025년 2월 임종훈 당시 한미사이언스 대표가 물러나고 송 회장이 대표로 복귀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되는 듯했다.

송 회장은 한 달여 뒤인 2025년 3월 26일 대표이사와 사내이사에서 물러났다. 김재교 부회장이 새 대표를 맡았고, 임 부회장은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당시 송 회장과 임 부회장 측은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시니어케어 사업에서 갈라진 4자 연합

봉합됐던 갈등은 시니어케어 사업을 둘러싼 이견으로 다시 불거졌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2025년 6월 5일 타법인 출자안을 가결했다. 그러나 닷새 뒤 같은 안건을 다시 논의해 부결했다. 해당 안건은 서울 반포동에 실버타운을 짓는 시니어케어 사업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송 회장과 임 부회장, 라데팡스의 특수목적법인인 킬링턴은 신 회장이 당초 동의했던 사업에 반대해 의결권 공동행사 약정을 어겼다며 600억원 규모의 위약벌 청구소송을 냈다.

신 회장 측은 병원 참여와 사업성 등 사업 추진의 전제 조건이 충족되지 않아 경영상 판단을 바꾼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 소송의 1심 선고는 오는 10월 1일로 예정돼 있다.

송 회장과 임 부회장, 킬링턴은 소송에 앞서 2025년 7월 신 회장의 한미사이언스 주식 120억원 상당과 주택 100억원 상당을 가압류했다. 이들은 같은 해 9월 신 회장을 상대로 위약벌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번에는 신 회장이 임 부회장의 주식을 가압류하면서 양측이 서로 상대방의 재산을 묶는 구도가 형성됐다.

오는 10월 1일 선고를 앞둔 600억원 위약벌 소송과 이번 임 부회장 주식 가압류는 서로 다른 사안이다. 600억원 소송에서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킬링턴 측은 신 회장이 시니어케어 출자안에 찬성했다가 재논의 과정에서 입장을 바꿔 주주 간 계약의 의결권 공동행사 조항을 어겼다고 주장한다.

이번 가압류는 반대로 신 회장이 임 부회장의 에쿼티퍼스트 거래분을 문제 삼아 신청한 것이다. 신 회장 측은 임 부회장이 해당 지분의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해 주주 간 계약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이에 따른 200억원의 위약벌 채권 가운데 100억원을 보전해 달라고 요청했다. 두 사안 모두 계약 위반 책임이 본안 판결로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사진=한양정밀 홈페이지

지분 재편도 빨라져…35.1%는 아직 ‘예정’

법정 다툼과 함께 한미사이언스 주요 주주들의 지분 거래도 이어지고 있다.

신 회장은 올해 2월 임종윤 전 한미사이언스 사장 측이 보유한 주식 441만32주를 약 2137억원에 사들이는 계약을 맺었다. 거래가 끝난 뒤 신 회장의 개인 지분은 22.88%로 높아졌다.

신 회장은 지난 7월 7일 임 전 사장의 배우자 홍지윤 씨 등 7명에게서 360만4799주를 1727억원에 추가로 사들이는 계약도 체결했다. 거래 예정 기간은 8월 7일부터 11일까지다.

거래가 예정대로 끝나면 신 회장 개인 지분은 28.15%가 된다. 한양정밀이 가진 6.95%까지 합치면 신 회장 측 지분은 35.1%로 늘어난다.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도 자신이 가진 한미사이언스 주식 가운데 170만9788주, 2.5%를 나우아이비22호 펀드에 약 820억원을 받고 넘기는 계약을 맺었다. 거래 기간은 8월 5일부터 9월 3일까지다.

임 대표는 지분 매각을 발표하면서 모친과 누나와 함께 창업주의 ‘제약보국’ 정신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매각이 끝났다는 공시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나우아이비가 의결권을 실제로 어느 쪽에 행사할지도 단정하기 어렵다.

지난 3월 31일 정기주총 직후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3명, 기타비상무이사 3명 등 모두 10명으로 재편됐다. 임주현 부회장과 임종훈 대표, 신동국 회장, 김남규 라데팡스 대표 등 이해관계가 다른 인사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주주가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더라도 곧바로 이사회를 장악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주주명부에 적힌 지분과 실제로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이 일치하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에쿼티퍼스트와의 환매조건부 거래분, 아직 끝나지 않은 장외 주식매매, 재단과 투자펀드의 의결권 행사 방향이 모두 변수로 남아 있다.

앞으로 임 부회장 측이 가압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지, 신 회장 측이 별도의 위약벌 청구소송을 제기할지가 변수다.

이미 진행 중인 600억원 위약벌 소송의 1심 선고는 오는 10월 1일로 예정돼 있다. 이 재판은 시니어케어 사업을 둘러싼 신 회장의 의결권 행사가 주주 간 계약을 위반했는지를 가리는 절차다. 이번 임 부회장 주식 가압류 사건을 직접 판단하는 재판은 아니지만, 법원이 의결권 공동행사 조항을 어떻게 해석하는지 보여준다는 점에서 향후 분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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