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05일 (수)

고기와 콩에 풍부한 ‘이 성분’…“암세포와 싸우는 면역력 높인다?”

아르기닌 부족하면 암·바이러스 감염 세포 숨기 쉬워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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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아미노산인 아르기닌이 면역계에 수상한 세포의 위치를 알리는 경고 신호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암세포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는 면역계의 감시를 피해 몸속에 살아남기도 한다. 흔한 아미노산인 아르기닌이 이런 세포를 면역계가 찾아내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록펠러대 시스템암생물학 엘리자베스·빈센트 메이어 연구소의 소하일 타바조이에 교수 연구진은 아르기닌 수치가 암과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면역반응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국제학술지《셀(Cell)》에 발표했다.

아르기닌은 단백질을 만드는 데 쓰이는 아미노산이다. 몸에서 자연적으로 만들어지며 육류와 생선, 견과류 등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을 통해서도 얻을 수 있다. 아르기닌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낮으면 대장암을 비롯한 여러 질환과 관련된다는 연구가 이어져 온 가운데, 해당 연구진은 2023년에도 대장암세포에 아르기닌이 부족하면 돌연변이가 더 많이 쌓인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이번에 연구진은 아르기닌 부족이 면역체계까지 약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대장암과 독감, 코로나19 질병 모델을 분석했다. 그 결과 세 질환에서 아르기닌이 가장 많이 줄어든 아미노산으로 나타났다.

이어 세포배양 실험을 통해 아르기닌 수치가 낮아질 때 달라지는 유전자와 단백질을 살펴봤다. 그 결과 414개 단백질이 평소보다 적게 만들어졌다. 이 가운데에는 MHC-I(주요조직적합성복합체 class I) 단백질을 만드는 HLA 유전자 3개도 포함됐다.

MHC-I은 세포 표면에서 일종의 ‘경고 표지판’ 역할을 한다. 세포 안에서 만들어진 비정상 단백질이나 바이러스 단백질을 밖으로 내보여 T세포가 알아볼 수 있게 한다. T세포는 이 신호를 확인한 뒤 다른 면역세포와 함께 암세포나 감염된 세포를 공격한다.

MHC-I을 만들 때는 여러 부위에 아르기닌이 필요하다. 아르기닌이 부족해지자 단백질을 조립하는 리보솜이 MHC-I을 만들던 중 멈췄다. 완성된 MHC-I이 줄면서 암세포나 바이러스 감염 세포를 T세포에 알리는 신호도 약해졌다. 이들 세포가 면역계의 감시를 피하기 쉬워진 것이다.

연구진은 시중에서 판매하는 보충제 두어 정에 들어 있는 양과 비슷한 수준의 아르기닌으로도 MHC-I 생산과 관련된 유전자 발현을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동물실험에서도 아르기닌 섭취량에 따라 차이가 나타났다. 아르기닌이 적은 식단을 먹은 생쥐에게서는 대장 종양이 더 많이 생겼다. 반대로 아르기닌을 많이 먹은 생쥐에게서는 대장 종양이 적게 발생했다.

독감과 코로나19에 감염된 생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아르기닌이 풍부한 식단을 먹은 생쥐는 바이러스 감염 증상이 더 가벼웠다. 독감에 감염된 뒤 아르기닌을 투여한 생쥐도 상태가 좋아졌다.

제1저자인 우추솽 박사후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아르기닌 부족이 면역체계를 어떻게 방해하는지 보여준다”며 “아르기닌 섭취를 늘리는 방법을 다른 치료법과 함께 활용하면 암과 바이러스 감염 치료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타바조이에 교수는 아르기닌 수치가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낮아진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노화에 따른 아르기닌 감소가 면역계의 감시 능력을 떨어뜨려 대장암과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에 더 취약해지는 데 일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세포와 생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아르기닌 보충제가 사람의 암을 치료하거나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한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은 아니다. 실제 효과와 적정 섭취량, 안전성을 확인하려면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 필요하다.

자주 묻는 Q&A

Q1. 아르기닌을 충분히 섭취하면 면역력이 높아지나?
아르기닌은 면역세포가 암세포나 바이러스 감염 세포를 알아보는 데 필요한 MHC-I 단백질 생산을 돕는다. 이번 연구에서는 아르기닌을 많이 먹은 생쥐에게 대장 종양이 적게 생겼고, 독감과 코로나19 증상도 가벼웠다. 다만, 아직 세포와 생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인 점은 기억해야 한다.

Q2.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아르기닌 보충제를 먹어도 되나?
이번 연구만을 근거로 아르기닌 보충제를 복용할 필요는 없다. 연구진은 보충제가 암 면역치료나 바이러스 감염 예방에 활용될 가능성을 제시했지만, 적정 복용량과 장기적인 안전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암 치료를 받고 있거나 간이나 신장질환이 있는 사람은 임의로 복용하지 말고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야 한다.

Q3. 아르기닌이 풍부한 음식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아르기닌은 육류와 생선, 달걀, 유제품, 콩, 두부, 견과류, 씨앗류 등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에 많이 들어 있다. 호박씨와 땅콩, 아몬드, 참깨, 대두, 병아리콩, 닭고기, 돼지고기, 참치, 연어 등이 대표적이다. 여러 식품을 골고루 먹으면 일반적인 식사를 통해 아르기닌을 섭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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