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03일 (월)

폐가 얼마나 굳었나, AI로 추적…1년 새 4%p 오르면 위험 신호

서울아산·삼성서울병원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 748명 분석…사망·폐이식 위험 2.78배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AI가 75세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의 CT에서 섬유화 부위를 색으로 표시한 모습. 섬유화 점수는 첫 검사 11.66%에서 1년 뒤 15.77%로 4.11%포인트 올랐다. 주황색은 그물처럼 보이는 망상 음영, 분홍색은 벌집 모양 음영이다. 사진=서울아산병원

폐가 딱딱하게 굳어가는 특발성 폐섬유증의 진행 정도를 인공지능(AI)으로 수치화하고, 앞으로 병이 어떻게 진행될지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이 나왔다.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최주애·호흡기내과 김호철 교수, 삼성서울병원 영상의학과 이호연 교수 공동연구팀은 AI로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을 분석한 결과, 1년간 폐 섬유화 점수가 4.05%포인트 이상 오르면 사망하거나 폐 이식을 받을 위험이 커진다는 기준값을 확인했다고 3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지난 5월 24일 국제학술지 《미국호흡기·중환자의학저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서울아산병원 환자 자료에서 기준값을 찾은 뒤 삼성서울병원 환자에게도 같은 결과가 나타나는지 확인했다. 과거 진료기록을 분석한 연구다.

폐기능검사가 놓칠 수 있는 변화, CT로 확인

특발성 폐섬유증은 뚜렷한 원인 없이 정상 폐 조직이 흉터처럼 변하는 병이다. ‘특발성’은 원인을 알 수 없다는 뜻이다. ‘섬유화’는 부드럽던 조직이 흉터처럼 두껍고 딱딱해지는 변화를 말한다.

병이 진행되면 폐가 뻣뻣해져 숨을 깊이 들이마시기 어려워진다. 폐에서 혈액으로 산소를 전달하는 능력도 떨어진다. 이미 손상된 부위는 원래 상태로 되돌리기 어려워 진행 속도를 일찍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는 주로 폐기능검사로 병의 진행 정도를 살핀다. 노력성 폐활량은 숨을 최대한 들이마신 뒤 힘껏 내뱉을 수 있는 공기의 양을 재는 검사다. 일산화탄소 폐확산능 검사는 폐가 산소와 같은 기체를 혈액으로 얼마나 잘 전달하는지 보여준다.

두 검사는 폐 전체의 기능 변화를 파악하는 데 유용하다. 다만 폐의 어느 부위가 얼마나 굳었는지까지는 알기 어렵다. 환자의 검사 협조 정도나 검사 당시 호흡 상태에 따라 측정값이 달라질 수 있다는 한계도 있다.

CT로는 폐 안쪽을 직접 볼 수 있다. 다만 작은 변화를 의료진이 눈으로만 비교하기는 쉽지 않다. 판독자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고, 1년 전보다 굳은 범위가 얼마나 넓어졌는지 정확한 숫자로 나타내기도 어려웠다.

그물·벌집 모양 변화 합쳐 섬유화 점수 계산

연구팀은 AI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CT 영상에서 ‘망상 음영’과 ‘벌집 모양 음영’이 차지하는 범위를 자동으로 계산했다.

망상 음영은 CT에서 가느다란 선이 그물처럼 얽혀 보이는 모습이다. 벌집 모양 음영은 손상이 심해진 폐에 작은 공기주머니가 여러 겹으로 모여 보이는 모습이다. 연구팀은 두 소견이 전체 폐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합쳐 ‘섬유화 점수’로 나타냈다.

연구팀은 서울아산병원에서 특발성 폐섬유증을 진단받은 환자 524명의 자료를 먼저 분석했다. 이들은 첫 검사와 약 1년 뒤 추적 검사에서 CT와 폐기능검사를 모두 받았다.

이어 같은 조건을 충족한 삼성서울병원 환자 224명에게 이 기준을 적용했다. 한 병원에서 찾은 기준이 다른 병원 환자에게도 통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전체 환자 748명의 첫 CT와 1년 뒤 영상을 비교한 결과, 섬유화 점수가 오를수록 폐기능검사에서도 병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노력성 폐활량이 5% 줄어든 경우 섬유화 점수는 평균 2.72%포인트 올랐다. 일산화탄소 폐확산능이 10% 감소한 경우에는 평균 4.52%포인트 상승했다.

1년 새 4.05%p 오르면 사망·이식 위험 2.78배

사망이나 폐 이식 위험을 가장 잘 구분한 기준은 4.05%포인트였다. 첫 검사보다 1년 뒤 섬유화 점수가 이 기준 이상 오른 환자는 사망하거나 폐 이식을 받을 위험이 더 컸다.

삼성서울병원 환자 자료에서도 같은 경향이 확인됐다. 나이와 성별, 기존 폐기능 등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을 고려한 뒤에도 섬유화 점수가 4.05%포인트 이상 오른 환자는 사망하거나 폐 이식을 받을 위험이 2.78배 높았다. 관찰 기간을 3년으로 한정하면 그 위험은 2.88배를 기록했다.

이 수치는 환자 개인의 사망 확률이 단순히 2.78배로 높아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연구 기간에 사망하거나 폐 이식을 받는 일이 발생하는 상대적인 속도가 그만큼 빨랐다는 뜻이다.

논문에 소개된 75세 환자는 섬유화 점수가 1년 사이 11.66%에서 15.77%로 올랐고, 같은 기간 폐활량과 폐확산능도 함께 떨어졌다.

연구팀은 성별과 나이, 폐기능을 바탕으로 경과를 가늠하는 기존 평가법에 첫 CT의 섬유화 점수와 1년간의 변화량을 더했다. 그 결과 사망이나 폐 이식 위험을 가려내는 능력이 높아졌다.

이처럼 AI 분석은 폐기능검사만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영상 변화를 수치로 보여주는 보조 지표가 될 수 있다.

(왼쪽부터)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최주애 교수, 호흡기내과 김호철 교수, 삼성서울병원 영상의학과 이호연 교수. 사진=서울아산병원

섬유화 점수만으로 치료 결정은 일러

다만 4.05%포인트라는 기준값을 곧바로 치료 변경의 기준으로 삼기는 이르다. 과거 진료기록을 분석한 관찰연구인 데다, 다른 병원에서 결과를 확인한 환자도 224명이었다. CT 촬영 장비와 방식, AI 프로그램이 달라져도 같은 기준을 적용할 수 있는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이번 연구만으로 모든 환자가 해마다 CT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판단할 수도 없다. CT를 반복해서 촬영하면 방사선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섬유화 점수 하나만으로 치료법을 바꿔서는 안 된다. 폐기능과 증상, 혈액이 산소로 얼마나 포화됐는지를 보여주는 산소포화도, CT 변화를 함께 살펴야 한다.

환자는 진료실에서 자신의 섬유화 점수가 지난해보다 몇 %포인트 달라졌는지 물어볼 수 있다. 두 CT를 비슷한 조건에서 촬영했는지, 폐기능도 같은 방향으로 변했는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최주애 교수는 “이번 연구는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섬유화 점수 변화의 기준값을 제시해 향후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의 정기 추적 관찰과 치료 전략 수립에 CT 정량 분석 기술이 보조 지표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김호철 교수는 “특발성 폐섬유증으로 폐가 한 번 손상되면 회복되기 어려워 조기 진단과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며 “이번 연구는 특발성 폐섬유증 질병 진행 정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기준을 정립하고 추후 임상시험에서 치료 효과를 검증하는 영상 바이오마커로 활용될 가능성을 확인해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영상 바이오마커는 CT나 자기공명영상(MRI) 등에 나타난 변화를 수치화해 질병의 진행이나 치료 효과를 판단하는 지표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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