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동 후 등 통증을 줄이려고 침 치료를 받은 30세 영국인 남성이 양쪽 폐가 모두 쪼그라드는 위험한 합병증을 겪은 사례가 보고됐다. 이 환자는 침 시술 직후 가슴 통증과 호흡곤란이 시작됐지만 꾹꾹 참다가, 다음 날 아침에야 병원을 찾았다. 이 같은 늑장 대응 때문인지 폐에 차오른 공기가 심장과 기도를 압박하는 상태인 ‘장력성 기흉’으로 악화해 자칫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는 위기를 맞았다.
영국 맨체스터대 노스 맨체스터 종합병원 연구팀에 의하면 이 젊은 남성 환자는 목·어깨·등의 상부를 넓게 덮고 있는 근육(승모근)과 어깨뼈 아래(견갑하부)를 비롯한 등 위쪽에 침을 맞았다. 시술 직후 가슴이 콕콕 찔리듯 아프고 숨이 차는 증상을 느꼈으나 단순한 시술 후 통증으로 여긴 채 하루를 보냈다.
다음 날 아침 증상이 심해져 응급실을 찾았을 때는 왼쪽 폐로 공기가 거의 들어가지 않는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응급 흉부 X선(X-ray) 검사 결과, 왼쪽 폐 대부분이 쪼그라들고 심장과 기도가 반대편으로 밀려나 있었다.
단순한 기흉이 장력성 기흉으로 악화하면 숨을 들이쉴 때마다 흉강 안으로 공기는 들어오지만 나가지 못하는 ‘일방통행 밸브’ 구조가 형성된다. 흉강 안의 압력이 치솟으면서 폐를 바깥에서 짓눌러 공기가 전혀 안 들어가게 만들고, 나아가 심장과 기도까지 반대편으로 밀려나 생명을 위협하게 된다.
이 때문에 연구팀은 즉시 가슴에 작은 관(배액관)을 넣어, 기흉으로 흉강 안에 차 있던 공기를 빼내어 압력을 낮춰줬다. 이후 다시 X선을 찍자, 그동안 커다란 왼쪽 병변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오른쪽 폐 위쪽의 작은 기흉까지 추가로 발견됐다.
연구팀은 공기 누출 측정 장치로 공기가 더 이상 새지 않는 것을 확인한 뒤 3일째에 관을 뽑았다. 오른쪽에 남은 작은 기흉이 자연히 나아지도록 경과를 지켜봤다. 폐에 생긴 침 구멍은 보통 매우 작고, 이런 외상은 배액관만으로 자연 치유딘다. 연구팀은 흉부 컴퓨터 단층촬영(CT)과 추적 검사로 양쪽 폐가 모두 정상으로 되돌아온 것을 확인하고 환자를 퇴원시켰다.
이 사례 연구 결과(Sequential Bilateral Pneumothorax Following Acupuncture Presenting as Left Tension Pneumothorax: A Case Report)는 최근 국제 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실렸다.
영국, 정통 한의사가 침 놓는 한국과 달라...이 환자의 침 시술 기관·자격 미확인
영국에는 법적으로 공인된 한의사 제도가 없다. 한국에서는 6년 정규 한의대 교육을 거쳐 국가면허를 취득한 한의사들이 침을 놓는다. 일제강점기와 해방 직후 자격을 취득한 공인 침구사 가운데, 현재 보건당국에 공식 등록돼 있는 인원은 전국에 2명뿐이다.
영국인들은 주로 민간 침술원의 침술사나 일반 병원·물리치료 클리닉의 물리치료사·의사에게 근골격계 통증 완화를 위해 침 치료를 받는다. 논문에서는 이 환자가 침을 시술받은 기관이나 시술자의 자격 등이 의료 기록에 남아있지 않아 사후 확인할 수 없었다고 돼 있다.
침술은 근육통이나 요통, 관절통 등 만성 근골격계 통증을 줄여주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어 전 세계적으로 폭넓게 쓰인다. 비수술적 요법으로서 안전성이 높고 통증 완화 속도가 빨라 많은 환자가 찾는다. 하지만 등이나 어깨처럼 해부학적으로 폐와 가까운 부위를 치료할 때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기흉은 폐를 둘러싼 막 사이에 공기가 차면서 폐를 눌러 쪼그라들게 만드는 병이다. 등이나 어깨 부위의 경우 폐의 맨 위쪽과 흉막(폐를 싸고 있는 막)이 피부 표면에 매우 가깝게 있다. 따라서 이 부위에 침을 놓을 때 침의 길이, 깊이, 각도가 부적절하면 흉막에 직접 구멍이 뚫리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마른 사람뿐만 아니라 이 사례의 환자(BMI 22.8)처럼 보통 체중인 사람도 해부학적 구조상 기흉 위험에서 완전히 안전하지는 않다. 등 양쪽에 동시에 침을 맞을 경우 양쪽 흉막이 함께 다칠 수 있으며, 한쪽 기흉이 너무 크면 반대쪽의 작은 기흉이 처음에는 숨겨질 수도 있다.
젊은 환자의 경우 한쪽 폐가 크게 쪼그라들어도 손가락으로 측정하는 산소포화도 수치가 정상으로 유지되는 착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수치만 믿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침을 맞은 뒤 갑자기 가슴이 답답하거나 숨이 차면 단순 부작용으로 넘기지 말고 즉시 응급실을 찾아 정밀 영상 검사를 받아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국내에서 발생하는 기흉 환자는 한 해 약 2만 5000명~2만 8000명인 것으로 추산된다. 키가 크고 마른 젊은 남성에게 자연적으로 생기는 기흉 외에 외상 등 다른 요인으로 발생하는 기흉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Q1. 침을 맞은 뒤 가슴 통증이 생기면 무조건 기흉인가요?
A1. 침술 후 나타나는 가슴 통증이 모두 기흉은 아닙니다. 하지만 숨이 차거나 가슴을 콕콕 찔리는 듯한 통증이 함께 나타난다면 흉막이 손상됐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체 없이 X선 검사가 가능한 응급실이나 병원을 찾아야 합니다.
Q2. 산소포화도 수치가 정상이면 기흉이 아닌가요?
A2. 그렇지 않습니다. 평소 건강했던 젊은 사람은 한쪽 폐가 크게 쪼그라들어도 몸이 견뎌내면서 산소포화도가 정상으로 나올 수 있습니다. 수치만으로 안심할 수 없으므로 청진과 X선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Q3. 침 치료를 받을 때 기흉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3. 등이나 어깨, 가슴 부위에 침을 맞을 때는 해부학적 구조를 잘 알고 숙련된 정통 한의사에게 적절한 깊이와 각도로 시술받아야 합니다. 또한 치료 직후 가슴이 답답하거나 숨이 찬 느낌이 들면 즉시 시술자에게 알리고 전문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