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르투갈에서 수의학을 전공하는 21세 여학생은 어느 날 갑자기 왼쪽 빗장뼈(쇄골) 아래쪽이 부어오르며 아프기 시작했다. 2주가 지나자 섭씨 38도의 고열까지 겹쳤다.
특이하게도 독감이나 독한 감기에 걸렸을 때처럼 기침을 크게 하거나 가래가 나오지 않았고, 숨이 차지도 않았다. 기침을 할 때마다 빗장뼈 밑 부종이 풍선처럼 튀어나왔다 들어가는 이상한 증상만 되풀이됐다.
환자는 말과 자주 접촉하는 수의학 전공 특성상 인수공통감염병에 걸렸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혈액 검사 결과 염증 수치를 나타내는 C-반응성단백질(CRP) 수치가 정상 범위(5.0mg/L 이하)를 훨씬 뛰어넘는 346.1mg/L까지 치솟아 있었다.
연구팀은 그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 조영제를 투여한 흉부 컴퓨터 단층촬영(CT) 검사를 했다. 결과는 뜻밖이었다. 좌측 폐 상부에 고름이 차서 구멍이 뚫린 폐농양이 발견됐다. 게다가 이 고름 주머니는 갈비뼈 사이(제1늑간 공간)를 뚫고 나와 앞쪽 가슴 벽과 가슴 근육 밑 부위까지 길게 뻗어 있었다. 기침을 할 때마다 가슴 안쪽의 압력이 올라가면서 폐 속의 고름 주머니가 가슴 벽 밖으로 밀려 나와 부어오른 것으로 분석됐다.
포르투갈 산타마리아다페이라 '엔트레 두로에 보우가 지역보건소' 연구팀은 이처럼 호흡기 증상 없이 가슴 벽 부종이 발생한 폐농양 환자의 사례를 분석해 학계에 보고했다.
연구팀은 가슴 벽으로 흘러나온 고름을 밖에서 관을 넣어 빼내는 시술(경피적 배액술)을 고려했으나, 빼낼 체액 성분이 적어 수술이나 시술 대신 강력한 항생제 약물 치료를 하기로 했다.
항생제를 아목시실린-클라불란산염으로 시작해 피페라실린-타조박탐으로 강화하며 4주간 정맥 투여한 결과, 염증 수치와 증상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추적 관찰을 위해 치료 3개월 후 시행한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에서는 폐와 가슴 벽을 채우던 병변이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례 연구 결과(Pulmonary Abscess With Contiguous Extension to the Chest Wall in an Immunocompetent Young Woman: A Case Report)는 최근 국제 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실렸다.
폐농양은 폐에 화농성 감염이 생겨 고름이 차는 병이다. 주로 입 속 음식이나 분비물이 기도로 잘못 넘어가는 흡인(사레들림)으로 발생한다. 의식 저하, 치아 위생 불량, 연하곤란(삼킴 장애), 면역 저하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폐농양으로 진료를 받는 환자는 연간 약 5만 명이며, 전체 환자의 약 70%가 50대 이상이다. 하지만 이 사례 속 환자는 21세의 젊은 나이에 면역 기능이 정상이었고, 흡인이나 기저 질환 등 전통적인 위험 요인이 전혀 없었다. 환자가 수의학 전공자로서 말과 자주 접촉했던 까닭에, 말이 옮길 수 있는 세균인 로도코쿠스 에퀴(Rhodococcus equi) 등 인수공통감염병을 의심했다. 하지만 정밀 검사 결과 인수공통감염병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이 희귀한 사례가 주는 교훈은 실질적이다. 첫째, 기침이나 가래 등 전형적인 호흡기 증상이 없더라도 원인 불명의 발열과 함께 빗장뼈나 가슴 주변에 통증과 부종이 생겨 사라지지 않는다면 단순 근육통으로 여기지 말고 폐 내부 감염을 의심해야 한다.
둘째, 기침하거나 힘을 줄 때 가슴이나 빗장뼈 부근의 부기 크기가 변하는 것은 폐 내부와 가슴 벽이 서로 연결돼 있다는 결정적 신호다. 즉시 정밀 흉부 CT 검사를 받아야 한다. 셋째, 폐농양은 조기에 정확히 진단한 뒤 적절한 항생제 치료를 받으면 수술하지 않아도 완치될 수 있다.
[자주 묻는 질문]
Q1. 기침이나 가래가 전혀 없어도 폐에 고름이 차는 폐농양일 수 있나요?
A1. 네, 그렇습니다. 일반적인 폐농양은 기침, 가래, 발열을 동반합니다. 하지만 이 사례처럼 농양이 폐 외곽이나 가슴 벽 쪽으로 확장되면 호흡기 증상보다 가슴 부위의 통증이나 부종(부기)이 먼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원인 불명의 발열과 가슴 부위 부종이 지속된다면 흉부 CT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Q2. 가슴 벽까지 고름이 퍼졌을 경우 수술이나 시술 없이 약물 치료만으로도 나을 수 있나요?
A2. 환자의 전신 상태가 안정적이고 고름의 양이나 형태가 배액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면 강력한 항생제의 장기 투여만으로도 완치가 가능합니다. 다만 약물에 반응이 없거나 고름의 양이 많으면 관을 삽입해 빼내는 배액술이나 수술적 절제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Q3. 기침을 할 때 빗장뼈나 가슴 부기가 더 불거지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3. 기침을 하면 가슴 안쪽(흉강)의 압력이 순간적으로 크게 높아집니다. 만약 폐 안의 고름 주머니가 가슴 벽의 갈비뼈 사이 공간을 통해 밖으로 연결(누공 형성)돼 있다면, 기침할 때 높아진 압력으로 가슴 벽 쪽 연조직이 밖으로 더 밀려 나와 부어오릅니다. 이는 폐 내부와 가슴 벽이 서로 연결돼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임상적 신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