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헬스케어기업 존슨앤드존슨(J&J)이 활석 성분의 베이비파우더가 난소암을 일으켰다며 제기된 미국 내 수만 건의 소송을 끝내기 위해 55억 달러, 약 8조 원 규모의 합의안을 내놓았다. 10년 넘게 이어진 법적 분쟁을 법정 밖에서 일괄적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다.
28일 BBC와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번 합의안은 연방법원과 주 법원에 계류 중인 약 7만6000건의 난소암 관련 청구를 대상으로 한다. 이는 현재 남아 있는 J&J의 난소암 관련 활석 청구 대부분에 해당한다. 합의가 최종 확정되려면 다른 조건들과 함께 해당 청구인의 최소 95%가 참여해야 한다.
J&J는 합의가 확정되면 2027년에 최대 30억 달러를 먼저 지급하고, 나머지 금액은 2028년 이후 나눠 지급할 계획이다. 회사가 제시한 합의금은 55억 달러지만, 실제 지급액은 합의에 참여하는 청구인 수와 각 청구의 인정 여부에 따라 더 늘어날 수 있다.
J&J는 합의 추진이 제품의 유해성이나 법적 책임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에릭 하스 J&J 소송 담당 부사장은 난소암 관련 주장이 과학적 근거가 없으며, 추가 재판에서도 회사가 승소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다만 장기간 이어진 분쟁을 마무리하고 의약품과 의료기기 개발에 집중하기 위해 합의를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J&J는 그동안 활석 관련 소송 책임을 별도 자회사에 배정한 뒤, 이 회사가 미 연방파산법 11장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하는 방식으로 소송을 일괄 해결하려 했다. 이른바 ‘텍사스 투스텝’으로 불리는 전략이지만, 파산 절차를 통한 해결 시도는 세 차례 모두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번 합의안은 최근 소송에서 J&J에 유리한 판단이 나온 직후 제시됐다. 미국 뉴저지주 연방법원은 이달 약 6만9000명의 원고가 제품 사용과 개인별 난소암 발생 사이의 구체적인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다만 법원이 소송을 즉시 기각한 것은 아니며, 원고 측에 인과관계를 뒷받침할 전문가 증거를 추가로 제시하도록 요구한 상태다.
활석은 마그네슘과 규소 등을 주성분으로 하는 천연 광물이다. 수분을 흡수하고 피부를 부드럽게 하는 성질이 있어 오랫동안 베이비파우더와 화장품 원료로 사용됐다. 일부 활석 광산이 발암물질인 석면 매장지와 가까워 제품이 석면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원고 측 주장이다. 반면 J&J는 자사 제품에 사용된 활석에는 석면이 들어 있지 않았으며 암을 유발한다는 과학적 근거도 없다고 반박해 왔다.
J&J는 2020년 미국과 캐나다에서 활석 기반 베이비파우더 판매를 중단한 데 이어 2023년에는 세계 시장에서 해당 제품을 모두 철수했다. 현재는 활석 대신 옥수수전분을 사용한 베이비파우더를 판매하고 있다. 회사는 제품 변경이 안전성 문제가 아닌 세계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에 따른 상업적 결정이었다는 입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