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대부분에서 무더위가 본격화하면서 온열질환을 비롯한 여름철 질환 대책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연일 체감온도가 38~39도에 이르고 27일 서울을 기준으로 열대야 주의보가 나흘째를 맞는 등 무더위가 밤낮 계속되고 있다. 특히 노약자와 야외 근로자의 사망 위험이 증가하는 등 건강관리에 비상이 걸리고 있다. 기후변화로 폭염과 온열질환 대량 발생이 여름철의 일상으로 자리잡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와 이웃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온열질환 환자는 절대 혼자 둬선 안 된다
미국 산업안전보건청(OSHA)은 온열질환과 관련해 ‘환자가 발견되면 즉시 얼음 등으로 몸을 식히고 응급실로 옮겨야 하며 절대 혼자 두지 말라’고 충고한다. OSHA는 미국 노동부 산하기관으로 작업장 안전·보건을 담당한다. 온열질환 위험을 결코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온열질환에는 위험한 열사병과 회복 가능한 일사병이 있지만 어떤 경우라도 의료기관의 도움을 받는 게 중요하다. 응급질환인지, 비응급질환인지를 일반인이 판단하지 말고 즉시 의료기관으로 이송해야 한다. 온열질환은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고열 계속 응급질환 열사병은 생명 위협…일사병은 수분·염분 필요
고온 상황에서 발생하는 온열질환으로 열사병과 일사병(열탈진)이 두 종류가 있는데, 원인·증상·대처방법에서 큰 차이가 있으니 알아두는 게 좋다. 열사병은 생명을 위협하는 응급상황이므로 발견되면 지체없이 구급차나 인근 차량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신속하게 의료기관으로 옮겨 체온을 낮추는 응급조치를 받게 해야 한다. 인체의 체온 조절 기능이 무너지면서 체온이 40도 이상으로 치솟는 것이 특징이다. 의식이 혼미해지거나 혼수상태에 빠지며 발작을 일으키는 위급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호흡과 맥박이 빨라지고 구토가 나거나 땀이 아예 나지 않을 수도 있다.
일사병은 더위로 땀을 많이 흘려 체내 수분·염분이 부족해 발생하며 어지럼증·두통·메스꺼움 등의 증상을 보인다. 고열이나 의식 혼미, 혼수상태, 발작 등은 나타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환자를 시원한 장소로 옮겨 쉬게 하면서 수분과 염분을 보충하면 회복할 수 있지만 환자의 안전과 생명을 위해 일단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체감온도·최고온도 따라 폭염 ‘주의보’‘경보’‘중대경보’ 발령
기상청은 하루 최고 체감온도가 섭씨 33도 이상인 상태가 이틀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는 ‘폭염주의보’를, 35도 이상인 상태가 이틀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 ‘폭염경보’를 각각 발령한다. 하루 최고 체감온도 38도 이상 또는 하루 최고기온 39도 이상인 날이 하루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폭염특보의 최고 단계인 ‘폭염중대경보’를 발령한다.
건강유지를 위해 주의보가 발령되면 정오~오후 6시의 낮 시간대에는 장시간 외부활동을 자제하고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도록 권장된다. 경보가 발령되면 온열질환이 발생하지 않도록 야외 작업은 물론 외출도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몸이 건강하다고, 이런 무더위는 이전에도 겪어봤다며 방심하면 위험을 자초할 수 있다. 중대경보가 발령되면 모든 야외활동을 중단하고 냉방장치가 있는 집이나 무더위 쉼터 등 건강을 지키고 온열질환을 막을 수 있는 안전 장소로 대피해야 한다.
특히 노인과 어린이를 포함한 노약자는 폭염 특보가 발령되지 않더라도 더위가 닥치면 외부 활동을 가급적 삼가야 한다. 집이나 작업장에서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면서 에어컨·선풍기를 아끼지 말고 가동하는 것이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길이다.

65세 이상 노인, 농어촌에서 온열질환 주의해야
질병관리청의 온열질환 통계를 분석하면 취약 계층이 드러난다. 우선, 전체 주민등록 인구의 21%를 차지하는 65세 이상 고령자가 전체 온열질환자의 29.5%(384명)로 나타났다. 이는 고령자가 온열질환에 취약하거나 고온에 노출되는 경우가 잦다는 걸 의미한다. 고령자는 폭염이 발생하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특히 고혈압·당뇨 등 기저질환을 앓고 있거나 과거 심근경색·협심증 등 심혈관 질환 병력이 있는 사람은 외출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냉방시설을 이용하면서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온열질환자 발생 장소로는 작업장이 26.6%(346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논밭이 15.6%(203명), 길가가 13%로 뒤를 이었다. 도시나 농촌에 있는 일터, 주로 야외 작업장에서 일하다 온열질환에 걸리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전체 인구 대비 농림어가의 인구 비율이 약 5%인 것을 감안하면 논밭에서 온열질환에 걸리는 사람이 15.6%로 상당히 높다는 사실은 관심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농촌이 햇빛을 피하는 차광시설이나 기온에 맞춰 작업 유무나 시간·강도 등을 조정하는 노동조건이 갖춰지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로 보인다. 고온에 취약한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이 51.3%로 월등히 높은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폭염 속 논밭에서 온열질환 사망자 다수 발생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발생 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 1일부터 7월 26일까지 응급실을 찾은 온열질환자가 1399명을 넘겼다. 이 가운데 8명이 안타깝게 숨을 거뒀다. 농촌 사망자가 절반을 넘는다.
당국의 자료와 통계를 바탕으로 일부 환자의 안타까운 상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지난 7월 22일 경남 고성군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밭일을 하던 97세 할머니가 쓰러진 것을 이웃이 발견했다. 소방당국에 신고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안타깝게 숨졌다. 당일 현지에는 최고 체감기온이 섭씨 32.7도까지 치솟아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상태였다.
23일 경남 사천시에서 93세 할아버지가 집을 나섰다가 인근 논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으며 이틀 뒤에 숨을 거뒀다. 사고 당일 최고 기온 33.9도, 최고 체감온도 34도에 이르러 폭염주의보가 발령됐다. 사인은 온열질환과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나타났다.
25일 전남광주 해남군에서 밭일을 하던 태국 국적의 30대 농업노동자 B씨가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쉬기 위해 숙소로 이동하다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B씨는 소방당국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이날 해남은 낮 최고기온 33.7도로 폭염경보가 발령됐다.
26일 전북 완주군에선 낮 최고기온은 섭씨 34.7도에 이르는 폭염 속에서 밭일에 나선 100세 할머니가 온열질환으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발견 당시 할머니의 체온은 42.2도에 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