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22일 (수)

"저도 엄마가 될 수 있을까요"…30년간 대답은 늘 '그렇다'였다

삼성서울병원, 판막질환 산모 138명의 임신·출산 기록 분석...진짜 위험 신호는 따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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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태어난 아기를 바라보는 산모. 삼성서울병원 연구팀이 판막질환 산모 138명의 임신·출산 기록을 30년간 추적한 결과 사망 0명, 유산·사산 5건(3.6%)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심장 판막질환이 있는 여성에게 임신은 위험한 도전이다. 태아에게 필요한 혈액을 보내기 위해 임신 중에는 혈액량이 늘고 심박수가 빨라진다. 판막이 좁아져 있거나 새고 있으면 이 늘어난 혈류를 감당하지 못해 심부전, 즉 심장이 몸 곳곳에 필요한 만큼 피를 보내지 못하는 상태로 이어질 수 있다. 의료진도, 가족도 임신을 선뜻 권하지 못했던 이유다.

삼성서울병원 박성지 이미징센터장(순환기내과 교수), 오수영 모아집중치료센터장(산부인과 교수), 강북삼성병원 순환기내과 신혜영 교수로 구성된 연구팀이 판막질환 산모의 임신·출산 관련 연구 결과를 22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1994년 12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이 병원에서 출산한 판막질환 산모 138명의 기록을 30년간 추적해 대한의학회지(JKMS) 최근호에 이 내용을 실었다.

산모들의 나이는 29세에서 35세 사이(중앙값 32세)에 몰려 있었고, 판막질환 중증도는 경도 46명(33.3%), 중등도 67명(48.6%), 중증 25명(18.1%)이었다. 중등도 이상이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이 기간 삼성서울병원에서 치료받은 판막질환 산모 중 사망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유산·사산도 5건(3.6%)에 그쳤고, 37주 전 조산은 18명(13%)이었으며, 신생아집중치료실(NICU) 치료가 필요했던 아기도 15명(11.3%)이었다.

예후를 가른 요인은 판막의 중증도만이 아니었다. 판막이 심할수록 위험이 커지는 경향은 있었지만, 판막질환의 겉보기 중증도만으로는 위험도를 제대로 가늠하기 어려웠다.

구체적으로는 두 가지 신호가 유의미했다. 임신 초기부터 계단을 오르는 정도의 활동만으로도 숨이 차거나 쉽게 지치는 상태, 그리고 임신 전 급성 심부전으로 입원한 적이 있는지 여부였다. 이 두 조건에 해당하면 합병증 위험이 최대 6배 넘게 뛰었다. 즉 '판막이 얼마나 망가졌는가'보다 '지금 심장이 실제로 얼마나 잘 버티고 있는가'가 훨씬 정확한 신호였다.

사진=삼성서울병원

오수영 교수는 "심장질환 산모의 안전한 임신과 출산을 위해서는 산과적 관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환자의 기능 상태와 심부전 병력을 반영한 정밀한 위험 평가, 그리고 순환기내과와 산부인과가 함께하는 다학제 협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짚어야 할 대목이 있다. 이번 연구에 포함된 산모들은 상대적으로 젊은 편이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우리나라 산모의 평균 출산 연령은 33.8세다. 첫째아만 놓고 봐도 33.2세로, 이미 이 연구의 중앙값(32세)을 넘어섰다. 35세 이상 고령 산모가 낳은 아기의 비중도 전체의 37.3%까지 늘었다. 이 논문은 나이 자체를 별도의 위험 요인으로 분석하지는 않았다. 고령 산모의 개별 위험도는 이 결과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우며, 주치의와의 상담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심장판막질환의 중증도에 따라 산모의 예후가 나빠질 가능성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신 초기 심장의 기능 상태(NYHA class 2 이상)와 임신 전 급성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력 등 예후 예측인자를 바탕으로 다학제적 접근이 이뤄지면 산모와 아기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 AI 활용 제작 인포그래픽=삼성서울병원

이번 결과는 판막질환이 있는 여성이 임신을 계획할 때 산부인과보다 먼저 순환기내과에서 기능 상태와 심부전 병력을 점검해야 함을 시사한다.

박성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삼성서울병원이 30년 동안 축적해 온 심장-산과 협진 경험을 데이터로 입증한 결과"라며 "앞으로 한국형 위험 예측 모델과 맞춤형 관리 전략을 마련하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판막질환 산모의 임신과 출산이 그 자체로 도전인 것은 사실이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점을 알리고 싶다는 취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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