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21일 (화)

불 끄고 엎드린 채 스마트폰…갑자기 눈 아프고 토하면 ‘급성 녹내장’

눈 속 물길 좁은 사람 특히 위험…시야 흐림·충혈·무지개빛 달무리 땐 즉시 진료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어두운 환경에서 장시간 스마트기기를 사용하거나 엎드린 자세를 유지하는 습관은 안압 상승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AI 생성이미지. 사진=김안과병원

잠들기 전 불을 끄고 엎드린 채 스마트폰을 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러다가 갑자기 눈이 심하게 아프고 시야가 흐려지면서 토하기까지 한다면 단순한 눈의 피로나 소화불량으로 넘겨서는 안 된다. 눈 속 물이 빠져나가는 길이 갑자기 닫히면서 압력이 치솟는 ‘급성 폐쇄각녹내장’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안과병원 녹내장센터 정종진 전문의는 어두운 곳에서 스마트폰을 오래 보거나 엎드린 자세를 유지하면 눈 속 압력인 안압이 오를 수 있다고 21일 설명했다. 특히 눈 속 배출 통로가 좁은 사람은 급성 폐쇄각녹내장 발작을 조심해야 한다.

스마트폰 오래 본다고 누구나 녹내장 생기는 건 아냐

눈 안에는 ‘방수’라는 맑은 액체가 흐른다. 방수는 눈의 형태를 유지한 뒤 일정한 통로를 통해 빠져나간다. 방수가 만들어지는 양과 빠져나가는 양의 균형에 따라 안압이 달라진다.

방수가 빠져나가는 길은 눈동자 색을 만드는 홍채와 눈 앞쪽의 투명한 막인 각막이 만나는 자리에 있다. 의학적으로는 이를 ‘전방각’이라고 부른다. 쉽게 말해 눈 속 물이 빠져나가는 배수구다.

이 통로가 좁아지거나 닫힌 상태가 ‘폐쇄각’이다. 방수가 빠져나가지 못하면 안압이 오르고, 압력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눈으로 본 정보를 뇌로 보내는 시신경이 손상될 수 있다.

스마트폰을 오래 본다고 누구에게나 녹내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가까운 화면을 장시간 보는 데다 조명까지 어둡고 고개를 많이 숙이면 안압이 잠시 오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서울대병원 연구진은 40세 미만의 건강한 성인 39명에게 밝은 곳과 조도가 낮은 곳에서 스마트폰으로 글을 읽고 입력하게 했다. 조도가 낮은 곳에서는 평균 안압이 사용 전 13.9㎜Hg에서 15분 뒤 17.3㎜Hg로 올랐다. 사용을 멈추자 15분 뒤 이전 수준으로 내려갔다. 고개를 많이 숙인 참가자일수록 안압 변화도 컸다. 연구 결과는 2018년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실렸다.

해외 연구에서도 스마트폰을 보는 동안 안압이 잠시 오른 사례가 보고됐다. 2024년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글라우코마(Journal of Glaucoma)》에 발표된 연구에는 건강한 성인 60명과 약으로 안압을 조절 중인 녹내장 환자 22명이 참여했다. 이들 환자는 눈 속 배출 통로가 닫히지는 않았지만 시신경이 손상되는 ‘개방각녹내장’ 환자였다. 참가자들이 30분 동안 글을 읽자 종이보다 스마트폰을 이용했을 때 안압이 더 많이 올랐다. 다만 읽기를 멈춘 뒤 20분 안에 이전 수준으로 돌아왔다.

연구 조건에 따라 결과가 다른 만큼, 현재로서는 스마트폰이 녹내장을 직접 일으킨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정 환경과 자세에서 안압이 일시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된 상태다.

어둠·엎드린 자세 겹치면 눈 속 물길 막힐 수도

어두운 곳에서는 눈 한가운데 검은 부분인 동공이 커진다. 더 많은 빛을 받아들이기 위한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대부분에게는 문제가 없다. 다만 전방각이 좁은 눈은 이야기가 달라진다. 동공이 커지는 과정에서 주변 조직이 방수 배출 통로를 막으면 안압이 빠르게 치솟을 수 있다.

엎드린 자세도 안압을 높일 수 있다. 서울대 연구진은 눈 속 배출 통로가 때때로 닫히는 환자 24명의 37개 눈을 대상으로 어두운 방에서 엎드린 자세를 취하게 했다. 그 결과 28개 눈에서 안압이 8㎜Hg 이상 올랐다.

눈 속에서 카메라 렌즈처럼 초점을 맞추는 수정체가 두꺼울수록 안압 상승 폭도 컸다. 다만 이 연구는 이미 폐쇄각이 있는 환자에게 45분 동안 시행한 진단용 유발검사였다.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 조건을 일부러 만들어 안압 변화를 살피는 검사로, 엎드려 스마트폰을 보는 일상생활의 위험을 직접 측정한 연구는 아니다.

자신의 전방각이 좁은지는 거울로 확인할 수 없다. 안과에서 눈 안쪽 구조를 살펴보는 검사를 받아야 알 수 있다.

가까운 곳보다 먼 곳에 초점이 잘 맞는 원시가 있거나 가족 중 폐쇄각녹내장 환자가 있다면 상대적으로 주의가 필요하다. 나이가 들면서 수정체가 두꺼워진 사람도 눈 속 배출 통로가 좁아질 수 있다.

스마트폰을 볼 때 방을 완전히 어둡게 하지 말고 주변 조명을 켜는 편이 좋다. 엎드리기보다 상체를 세우고 화면을 지나치게 가까이 대지 않는다. 오래 봤다면 중간중간 먼 곳을 바라보며 눈을 쉬게 한다.

눈 통증·시야 흐림에 구토까지…즉시 진료

급성 폐쇄각녹내장은 갑자기 나타날 수 있다. 눈이 심하게 아프고 충혈되며, 시야가 뿌옇게 흐려진다. 불빛 둘레에 무지개색 고리가 번져 보이는 증상도 생길 수 있다.

안압이 급격히 오르면 두통과 메스꺼움, 구토가 뒤따르기도 한다. 편두통이나 체한 증상으로 착각하기 쉬운 이유다.

급성 폐쇄각녹내장은 응급질환이다. 치료가 늦어지면 시신경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상이 남을 수 있다. 갑작스러운 눈 통증과 충혈, 시야 흐림에 구토까지 겹치면 곧바로 안과나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정종진 전문의는 “스마트기기를 얼마나 오래 사용하는지만큼 어떤 환경과 자세로 보는지도 중요하다”며 “어두운 곳에서 장시간 스마트폰을 보거나 엎드린 자세를 오래 유지하지 말고, 눈 통증이나 시야 흐림이 나타나면 지체하지 말고 진료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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