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에서 향을 내기 위해 사용하던 인화성 액체 향료 때문에 4세 여아가 얼굴과 기도에 심각한 화상을 입은 사례가 보고됐다.
미국 럿거스 뉴저지 의대 이비인후과 의료진은 최근 국제 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기도 화상과 소아 기관절개관 제거 과정’에 대한 증례를 발표했다.
사고는 2023년 말 발생했다. 특별한 질환이 없던 4세 여자아이는 집에서 향을 피울 때 쓰는 인화성 향 용액(인센스 용액·flammable incense solution)으로 인해 옷에 불이 붙으면서 응급실로 이송됐다.
의료진에 따르면 이 아이는 집에서 불이 잘 붙는 성분의 인센스 용액에 옷이 적셔진 상태에서 불씨가 옮겨붙어 입원했다. '인센스 용액'은 촛불이나 숯의 열기로 데워 향을 내거나 스틱에 적셔 쓰는 액상 향료다. 이 용액에는 향을 퍼뜨리기 위한 알코올이나 기름 성분이 많아 작은 불씨만 닿아도 불길이 순식간에 확 번질 수 있다.
불길이 솟구치면서 아이는 얼굴과 입술에 심각한 화상을 입었다. 더 치명적이었던 것은 뜨거운 연기와 열기를 마시면서 숨이 다니는 길인 '기도'가 함께 화상을 입은 점이다.
기도 99% 좁아져… 숨길 막히는 위험한 후유증
의료진은 화상 직후 기도가 붓고 좁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결국 호흡을 유지하기 위해 기관 내 삽관(숨길에 관을 넣어 공기가 지나가게 하는 치료)을 시행했다.
이후 장기간 기도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돼 기관절개술도 진행됐다. 기관절개술은 목에 작은 구멍을 만들어 호흡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하는 수술이다.
치료 과정에서 확인한 아이의 기도 상태는 매우 심각했다. 처음 검사에서는 성대 아래쪽 기도가 약 97% 좁아져 있었다. 이후에는 흉터 조직이 성대를 붙게 만들면서 기도가 99% 가까이 막힌 상태까지 확인됐다.
기도가 좁아지면 공기가 폐로 들어가는 길이 막힌다. 심하면 호흡 곤란으로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특히 어린이는 성인보다 기도가 좁기 때문에 같은 정도의 부종이나 흉터도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의료진은 붙어 있던 성대를 분리하고, 기도를 막고 있던 흉터 조직을 제거했다. 이후 반복적인 내시경 검사와 호흡 평가를 진행했다. 아이는 점차 회복했고, 약 1년간의 치료 끝에 기관절개관을 제거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소아 기도 화상 환자는 회복 과정에서 기도 상태가 계속 변할 수 있다”며 “반복적인 평가와 환자 상태에 맞춘 치료 계획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인화성 액체’ 주의해야… 불꽃 주변 사용 금물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작용한 액체 향료는 향 성분을 녹이기 위해 알코올 등 휘발성이 있는 성분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불꽃과 만나면 빠르게 타면서 주변으로 불이 번질 수 있다.
한국에서도 실내 방향을 위해 인센스를 쓰는 가정이 있다. 방향 효과를 내기 위해 흔히 쓰는 디퓨저는 불 없이 액체를 말려 향을 내지만, 인센스는 촛불이나 숯 등 직접적인 불씨를 함께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액체를 엎지르거나 불씨를 다룰 때 방심하면 어린아이들에게 생명을 위협하는 중화상을 입힐 수 있다. 물론 디퓨저도 용액 자체의 가연성(불에 잘 붙는 성질) 때문에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의료진은 "집에서 향을 피울 때는 불이 잘 붙는 액상 향료나 인센스를 아이들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두어야 한다"며 "주변에 촛불이나 라이터 같은 불씨가 없는지 반드시 확인하고 사용 중에는 주기적으로 환기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사례처럼 화상은 피부 손상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얼굴 주변 화상은 기도 손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화재 사고가 발생하면 겉으로 보이는 상처만 확인하지 말고 호흡 이상 여부를 반드시 살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