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0대 후반 아버지를 요양원에 모신 한 가족은 처음 두 달 동안 매달 약 280만 원을 냈다. 입소 당시 장기요양등급이 없어 장기요양보험의 지원을 받지 못해 요양원 비용을 가족이 전액 부담했다.
아버지가 장기요양 2등급을 받은 뒤 월 청구액은 약 95만 원으로 줄었다. 이후 아버지의 건강보험 자격을 아들과 따로 정리한 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감경 대상 여부를 확인하자 약 60만 원까지 낮아졌다. 아버지에게는 별다른 소득이나 재산이 없었다.
같은 요양원에서 지냈는데 비용은 왜 세 차례나 감소했을까. 장기요양등급뿐 아니라 보험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본인부담금을 더 줄일 수 있는지, 식비 등 별도 비용이 얼마인지에 따라 실제 청구액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등급 없으면 전액 부담…2등급 받으면 기본 20% 부담
장기요양등급이 없으면 요양원비에 장기요양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공단 지원이 없으므로 입소자가 비용을 모두 내야 한다.
그렇다고 등급이 없으면 법적으로 요양원에 들어갈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노인성 질환 등으로 돌봄이 필요한 60세 이상을 전액 본인부담 조건으로 받는 곳도 있다. 다만 모든 요양원이 등급 없는 입소자를 받는 것은 아니다. 입소 가능 여부와 한 달 비용을 미리 확인해야 한다.
앞선 가족이 처음 낸 월 280만 원도 정부가 정한 공통 가격이 아니다. 보험 지원 없이 해당 요양원에 실제로 낸 금액이다.
장기요양보험이 적용되는 기본 이용료를 제도상 ‘급여비용’이라고 한다. 2026년 기준 일반적인 인력 배치 기준을 충족한 노인요양시설의 하루 급여비용은 1등급 9만3070원, 2등급 8만6340원, 3~5등급 8만1540원이다. 일부 요양원은 인력 배치 기준에 따라 이보다 낮은 금액을 적용받을 수 있다.
2등급 어르신이 하루 8만6340원인 곳에서 30일 지내면 보험이 적용되는 한 달 비용은 259만200원이다. 감경 대상이 아니라면 이 가운데 20%인 51만8040원을 내고, 나머지는 공단이 부담한다.
앞선 가족이 2등급을 받은 뒤 낸 약 95만 원에는 이 금액과 식비 등 별도 비용이 함께 포함된 것으로 여겨진다.
등급만 받아서는 부족…시설급여와 감경 확인
장기요양등급을 받으려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장기요양인정’을 신청해야 한다. 공단 직원이 신청인이 지내는 곳을 찾아가 식사·목욕·옷 갈아입기 등 일상생활 수행 능력과 기억력, 행동 변화 등을 조사한다. 등급판정위원회는 이 결과와 의사소견서 등을 토대로 1~5등급이나 인지지원등급을 정한다.
여기서 등급과 시설급여를 구분해야 한다. 등급은 다른 사람의 도움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나타낸다. 시설급여는 요양원에 입소해 장기요양보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수급권을 말한다.
1·2등급은 집에서 서비스를 받는 재가급여나 요양원에 들어가는 시설급여를 이용할 수 있다. 3~5등급은 원칙적으로 재가급여 대상이지만, 가족이 돌보기 어렵거나 치매 증상 등으로 집에서 생활하기 힘들다고 인정되면 심사를 거쳐 시설급여를 받을 수 있다. 인지지원등급은 시설급여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등급판정 결과가 나오면 숫자만 볼 게 아니다. 공단이 보낸 장기요양인정서와 개인별장기요양이용계획서에 시설급여를 이용할 수 있다고 적혀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보험 지원을 받으면 기본 이용료의 20%를 가족이 낸다. 보험료와 재산 등이 일정 기준보다 낮으면 공단은 이 본인부담금에서 다시 40% 또는 60%를 덜어준다. 이를 ‘본인부담금 감경’이라고 한다.
전체 요양원비에서 40%나 60%를 빼는 것은 아니다. 원래 내야 할 20%를 기준으로 다시 깎는다. 본인부담금의 40%를 감경받으면 전체 기본 이용료의 12%, 60%를 감경받으면 8%를 내게 된다.
2등급 어르신이 30일 지낼 경우 감경 전 부담액은 51만8040원이다. 40% 감경 대상은 31만824원, 60% 감경 대상은 20만7216원을 낸다.
앞선 사례에서는 아버지의 건강보험 자격을 아들과 따로 정리한 뒤 공단이 감경 대상 여부를 다시 판단했고, 이후 월 부담이 약 60만 원으로 줄었다. 소득과 재산이 없었던 사정도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를 ‘자녀와 세대를 나누면 비용이 줄어든다’고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 주민등록 세대나 건강보험 자격을 분리한다고 자동으로 감경되는 것은 아니다. 공단이 가입 형태와 보험료, 재산 등을 함께 살펴 결정한다.
식비는 그대로…계약 전 월 총액 확인해야
본인부담률이 20%에서 12%나 8%로 내려간다고 해도 모든 비용이 함께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식비는 제도상 ‘식사재료비’로 분류돼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본인이 원해 1인실이나 2인실을 이용하면 추가비용도 따로 내야 한다. 이·미용비 역시 별도 부담이다. 같은 등급의 어르신이 같은 기간 머물더라도 요양원마다 청구액이 다른 이유다.
계약 전에는 보험 적용 뒤 한 달에 얼마를 내는지부터 물어봐야 한다. 하루 기본 이용료와 본인부담률이 20%·12%·8% 가운데 어디에 해당하는지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여기에 한 달 식비와 간식비, 1·2인실 추가비용, 이미용비 등이 얼마나 붙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청구서에 별도로 적히는 항목과 금액까지 확인해야 실제 월 부담을 가늠할 수 있다.
장기요양등급은 요양원비를 줄이는 첫 관문이다. 다만 등급만으로 매달 낼 돈이 정해지지는 않는다. 시설급여 이용 자격과 감경 여부, 보험 밖 비용까지 확인해야 실제 부담액이 보인다.
요양병원은 장기요양보험이 아니라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의료기관이다. 비용을 계산하는 방식이 다르므로 진료비와 간병비를 따로 확인해야 한다.
다음 회에서는 비슷한 비용을 제시하는 요양원 가운데 믿을 만한 곳을 어떻게 가려낼지 살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