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7일 (화)

피 속 DNA, 암 흔적을 말하다

[바이오키워드] ‘다중암 조기진단’의 열쇠, WGS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피 한 번 뽑아 여러 암을 한꺼번에 조기에 찾아낼 수 있을까.”

다양한 암종을 빠르게 찾아내는 진단검사 영역을 둘러싼 관심이 커지면서 ‘전장 유전체 서열(WGS·Whole Genome Sequencing)’과 인공지능(AI) 조합이 핵심 기술로 거론되고 있다. 원리는 단순하다. 혈액 속 DNA 조각을 전장 유전체 수준에서 넓게 훑어보고, AI가 그 안에서 암과 관련된 패턴을 찾아내는 방식이다.

DNA는 우리 몸의 유전 정보를 담은 설계도다. WGS는 특정 유전자 몇 개만 들여다보는 검사와 달리 DNA 전체(유전체)를 읽어 ‘전체 지도’를 만든다. 다만 전장을 읽어낸 데이터는 방대하고 복잡하다. 여기서 AI가 역할을 맡는다. 사람 눈으로는 놓치기 쉬운 미세한 변화나 반복되는 신호를 찾아 암 가능성으로 분류하는 것이다.

다중암 조기진단이 주로 활용하는 소재는 ‘액체생검’이다. 혈액에는 세포가 죽고 새로 생기는 과정에서 생긴 DNA 조각인 ‘세포유리 DNA(cfDNA)’가 떠다닌다. 암이 있으면 암세포에서도 cfDNA가 나오지만, 초기일수록 양이 극소량이라 구별이 쉽지 않다.

최근에는 암 DNA를 직접 잡아내기보다, cfDNA가 보여주는 간접 신호를 읽어내려는 접근이 늘고 있다. 예컨대 cfDNA 조각의 길이와 분포 같은 특징을 활용하거나, 전장 유전체를 매우 촘촘히 읽기보다 ‘저밀도 전장 유전체 분석(lcWGS)’으로 넓게 훑어 비용을 낮추면서도 신호를 확보한다. 여기에 AI가 여러 단서를 결합해 암 신호를 가려낸다. 쉽게 말해 WGS가 전체 그림을 그리면, AI가 그 안에서 의심되는 흔적을 표시하는 구조다.

이 같은 접근을 실제 상용 검사로 구현하려는 시도도 나오고 있다. 액체생검·임상유전체 분석 전문기업 GC지놈은 최근 일본 액체생검 학회에서 AI 기반 다중암 조기 스크리닝 검사 ‘아이캔서치(ai-CANCERCH)’의 성능 검증 결과를 발표했다.

회사 측 설명에 따르면 아이캔서치는 혈액 튜브 1개로 다중암 신호를 탐지하는 검사로, AI 알고리즘과 전장 유전체 분석을 결합했다. 외부 검증 코호트에서 특이도 95.5%, 전체 민감도 79.7%, 병기 가중 민감도 80.2%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췌장암·간담도암에서 높은 민감도를 보였고, 폐암·대장암·유방암 등에서도 일정 수준의 민감도를 나타냈다는 내용이다.

표준 검진 대체보단 “빈틈 보완”…적용 대상도 과제

이들 기술이 ‘다중암 조기진단의 열쇠’로 불리는 이유는 명확하다. 특정 유전자만 보는 방식보다 전체 패턴을 포착할 여지가 크고, 암종을 가리지 않는 검진 도구로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 표준 검진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췌장암·간담도암 같은 암종에서 기대가 커진다.

또 lcWGS처럼 비용 부담을 낮추는 전략은 상용화 가능성을 높인다. 전장 유전체를 고비용으로 정밀 분석하는 대신, 넓게 훑어 신호를 얻고 AI로 해석하면 현실적인 비용과 효율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을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전문가들은 “좋은 기술이 곧 좋은 검진을 뜻하진 않는다”고 강조한다. 대장내시경이나 유방촬영처럼 근거가 탄탄한 표준 검진을 곧바로 대체하기보다는, 아직 빈틈이 큰 영역을 보완하는 도구로 역할을 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 기술이 실제 현장에서 힘을 발휘하려면 ‘누가 언제 받을지’, ‘양성 이후 어떻게 확인할지’까지 함께 검증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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