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폐동맥고혈압 환자의 5년 생존율이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나, 이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한폐고혈압학회는 폐고혈압 전문 센터의 지정과 함께 해외에서 이미 표준 치료제로 사용 중인 약제의 도입과 보험급여 적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폐고혈압학회는 지난 11일 서울 페어몬트 앰배서더 호텔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어 국내 실정에 맞는 폐고혈압 진료 지침의 주요 내용을 공개하고,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폐동맥고혈압(PAH)은 심장에서 폐로 혈액을 보내는 폐동맥의 압력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중증 질환으로, 방치하면 심장 기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호흡곤란, 피로감 등 증상이 비특이적이어서 다른 질환으로 오인되기 쉽고, 이로 인해 진단이 늦어지는 사례가 많다.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학회는 폐고혈압의 진단 기준, 약물 치료 전략, 환자 맞춤형 관리 방안을 담은 첫 표준 지침을 제정했다고 밝혔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폐동맥고혈압 환자 5년 생존율은 약 72% 안팎으로 수년간 빠르게 개선됐지만 95%에 달하는 일본에 비하면 아직은 크게 부족하다.
정욱진 학회장(가천대길병원 심장내과)은 “과거에 비해 생존율이 향상됐다고는 하지만, 국내 폐고혈압 환자의 5년 생존율은 약 72%로 선진국의 85% 이상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며 “폐고혈압을 더 이상 손 쓸 수 없는 난치병으로 방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학회는 낮은 생존율의 가장 큰 원인으로 ‘치료제 접근성’ 문제를 지목했다.
학회에 따르면 미국에서 폐고혈압 필수 치료제로 쓰이는 주사제 ‘에포프로스테놀’은 30년째 국내 도입이 막혀 있으며, ‘타다라필’은 발기부전 치료제로 묶여 있어 쓰기가 어렵다.
정 회장은 "에포프로스테놀을 비롯해 타다라필, 흡입 트레프로스티닐의 도입이 필요하다"며 "최근 도입은 됐으나 보험급여가 안 되는 소타터셉트, 만성혈전색전증 치료제인 리오시구앗 등 5가지 약제의 신속한 도입 및 보험급여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 선진국 수준의 치료를 막는 걸림돌"이라고 지목했다.
학회에 따르면 최근 도입된 신약 소타터셉트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 부담이 크고, 리오시구앗은 특정 유형의 폐고혈압에만 급여가 인정되는 등 환자들이 마음 놓고 치료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정 회장은 “선진국이 쓰고 있는 필수 약제의 신속한 등재와 급여 확대가 절실하다”며 “무기(약제)를 좀 더 갖추고 지원을 해주면 우리도 5년 생존율이 95%까지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회는 또 치료 성적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표준화된 치료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나 일본처럼 학회나 국가 주도로 지역별 전문센터를 인증하는 제도를 도입해 체계적인 환자 관리와 재정 지원을 하자는 것이다. 한국은 아직 국가 단위 폐고혈압 환자 등록 시스템이 없다.
김대희 총무이사(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는 “일본은 학회가 주도해 전문센터를 인증하고, 센터에 등록된 환자에 한해 고가의 약제나 고난도 시술에 보험 혜택을 집중하는 방식으로 전 세계 최고 수준의 높은 생존율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총무이사는 “국내에도 전문 학회가 센터를 지정·운영하고, 이를 건강보험 시스템과 연계해 제도적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환자들은 최적의 치료를 받고, 국가는 의료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경희 진료지침 이사(인천세종병원 심장내과)는 “표준 진료지침이 없어 의료기관별 진단, 치료의 편차가 컸다”면서 “지침서에는 폐동맥고혈압 치료과정과 국내 환자 생존율, 신규 치료제 국내 대응 현황에 대해 안내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