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르헨티나의 공립병원은 환자가 성형수술을 받을 때, 사용되는 제품의 비용만 지불하면 수술은 무료로 받을 수 있습니다. 환자의 경제력이나 사회적 지위에 관계 없이 모두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이죠.”
지난 7일 서울 종로에서 만난 루실라 빅토리아 망가스(Lucila Victoria Mangas)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교(UBA) 성형외과 교수는 아르헨티나가 성형을 많이 하는 나라로 꼽히는 이유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미국 언론 인사이더 몽키가 국제미용성형외과학회(ISAPS)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아르헨티나는 인구 1000명 당 8.81명이 성형수술을 받아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성형수술을 많이 한다. 성형이 대중화된 요인엔 이처럼 저렴한 공공 의료체계가 한몫 했다는 설명이다. 세계에서 성형수술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는 한국(1000당 8.9명)이다.
아르헨티나의 공공의료 체계는 같은 남미 국가들에게도 생소하게 비춰진다. 민간병원보다는 공립병원이 주를 이루고 있고, 비용은 무료에 가까울 정도로 저렴하다. 치료 목적이 아니라 외모를 가꾸기 위한 시술도 마찬가지다. 망가스 교수는 “다른 남미 국가들이 보기에도 이해하기 힘든 아르헨티나만의 체계다”며 “공립병원이 많고, 정부가 미래의 의사들을 양성하는데 많은 지원을 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K-뷰티 눈에 담으려 30여시간 날아온 그들
남미 최대 의료강국이자 독특한 의료시스템을 갖춘 아르헨티나에도 K-바람이 불고 있다. K-팝, K-드라마에 이어 의료시장에서도 한국 제품을 선호하는 기류가 흐른다. 한국산 보툴리눔 톡신을 ‘K-톡스’라고 부르며 젊은 층을 중심으로 찾는 사람이 늘고 있고, 한 듯 안 한 듯 자연스러운 한국식 시술 방식도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때마침 대웅제약이 글로벌 의료진 교육 프로그램인 ‘나보타 마스터 클래스(Nabota Master Class·NMC)’를 실시하면서 망가스 교수를 비롯해 솔레닷 세르케이라(Soledad Cerqueira), 카롤리나 락사게(Carolina Laxague)씨 등 아르헨티나 의사들이 한국을 찾았다.
세르케이라 씨는 “아르헨티나의 패러다임 변화를 K-뷰티가 이끌고 있고 한국 제품이 시장에 진입해 있어 더 호기심이 갔다”며 한국을 방문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자동차 이동 시간을 포함해 30시간 이상 걸려 한국을 찾은 이들은 일주일 가량 머물면서 한국의 의료 시술 방식과 문화를 배우고 경험했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국내사 중 유일하게 아르헨티나에서 보툴리눔 톡신 제제로 품목허가를 받았다. 현지에서는 파트너사인 옥사파마(Oxapharma)를 통해 클로듀(CLODEW, 한국명 나보타)라는 브랜드명으로 판매 중이다. 락사게 씨는 “K-뷰티가 유명해지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국 제품을 ‘K-톡신’이라며 많이 찾는 추세다”며 “한국 자체가 유행이어서 한국 제품이면 좋은 것이라는 인식이 있다”고 전했다. 그 역시 한국산 제품과 의료시스템을 직접 눈으로 보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아르헨티나의 보툴리눔 톡신 시장은 멀츠의 제오민, 입센 디스포트, 엘러간 보톡스 등이 장악하고 있는데, 대웅제약의 클로듀가 지난해 하반기 도전장을 냈다. 헤라르도 포사티(Gerardo Fossati) 옥사파마 대표는 “클로듀는 지난해 진입해 1년 밖에 안됐지만 현재 점유율은 8~10% 정도”라고 전했다.
“돈 잘버는 성형외과 의사? 아르헨티나는 달라”
한국과 아르헨티나는 세계에서 성형수술을 많이 하는 국가로 1·2위를 다툰다. 서울 강남이 성형 트렌드를 주도하듯 아르헨티나도 수도인 부에노스아이레스가 트렌드를 이끈다. 루실라 교수는 “한국처럼 수도인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성형외과가 집중돼 있고, 트렌드를 리드한다”고 했다.
다만, 의사를 바라보는 시선이나 성형에 대한 인식은 차이가 있다. 한국에서는 돈을 잘 버는 직업으로 의사, 그중에서도 성형외과를 꼽는다고 하자 망가스 교수는 웃음을 터트리며 “아르헨티나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세르케이라 씨도 “한국의 미용·성형은 특별한 소수가 누린다는 느낌이지만 아르헨티나는 그렇지 않다”며 “의사도 한국처럼 특별한 직업이 아니다”고 했다.
아르헨티나는 성형을 바라보는 인식도 대중화돼 있다. 포사티 대표는 “아르헨티나에는 이탈리아나 스페인 이민자가 많아 유럽식 문화가 스며있다”며 “외모 등 스스로에 대한 관리에 투자를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부에노스아이레스는 ‘남미의 파리’로 불릴 만큼 패션과 외모에 대한 자의식이 강한 것으로 유명하다.
‘환자가 경험하는 시스템’, 아르헨티나에 접목
아르헨티나 의료인들은 이번 행사를 통해 습득한 한국의 의료문화를 자국에 접목한다는 계획이다. 이들이 한국 의료시장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준 것은 병원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시술 후 회복까지 이어지는 ‘환자 케어 시스템’이다. 시술 전 준비 단계와 시술, 회복 단계마다 각기 다른 공간에서 진행되며, 각 단계마다 충분한 시간이 소요되는데 이러한 과정이 아르헨티나와 다르기 때문이다.
망가스 교수는 “한국은 시술에 2시간이 소요되지만, 아르헨티나에서는 15분이면 끝난다”며 “한국 병원에서는 환자를 케어하는 단계들이 준비돼 있어 놀라웠다”고 했다.
세르케이라 씨는 “한국에서는 환자들이 특별한 시술을 받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경험이 되게 끔하는 것처럼 보였다”며 “아르헨티나에서는 환자가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혁신으로 비춰져 그 자체가 새롭고 선도적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복합시술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복합시술은 보툴리눔 톡신, 필러, 지방파괴주사제 등을 함께 사용해 효과를 높이는 시술 방법이다. 단일 시술로 피부 탄력이나 주름 및 윤곽 개선 효과를 보기 어려울 때 여러 시술을 병합해 효과를 높이는 것이다.
망가스 교수는 “28년간 보톡스를 시술해 왔지만, 복합시술은 해본 적이 없어 굉장히 새로웠다”며 “예전에는 미용 시술이 보톡스나 필러 주입이 전부였는데 지금은 다양한 제품과 기술 발전으로 융합된 방식이 시도되고 있다”고 말했다. 세르케이라 씨는 “복합 시술을 비롯해 한국이 이끄는 기술 트렌드가 국제적으로 많이 전파돼 있다”며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에서 배운 것들을 환자에게 시행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