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22일 (수)

APEC 회의 계기로 의료지원 등 ‘글로벌 온정국가 코리아’ 이미지 세우자

[채인택의 글로벌 헬스]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10월 27일 2025 경주 APEC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이 취재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 세계의 이목이 이번 주 한국 외교의 ‘수퍼 위크’에 쏠리고 있다. 글로벌 다자외교의 장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10월 31일에서 11월 1일까지 경상북도 경주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2025년 경주 APEC의 성패는 행사 초점을 강대국 정상과 의제에만 맞추느냐, 아니면 주최국인 한국의 국제사회를 위한 노력과 능력, 그리고 가치추구도 포함하느냐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

보건의료·한류·상생·나눔의 한국 소프트파워 

전 세계 인구의 약 37%, 국내총생산(GDP)의 약 61%, 교역량의 약 49%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지역협력체의 모임이라는 사실이 이번 행사의 의미와 가치를 대변한다. 한국 입장에서는 천년고도에서 열리는 이번 글로벌 행사가 우리의 보건의료와 한류, 나눔과 상생 등 소프트파워를 전 세계에 새롭게 각인시키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느냐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아닐 수 없다.

·미, 한·중, 미·중 등 굵직한 직접 외교 열려

게다가 이 기간 중에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의가 행사장인 경주와 정상들이 입출국하는 김해공항 등에서 열릴 예정이어서 중요성을 더하고 있다. 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정상이 같은 기간에 한국을 국빈 방문하는 것은 처음이다. 집권 1기 때인 2017년 11월 한국을 찾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달 29일에 집권 2기 들어 첫 방한해 이재명 대통령과 회담한 뒤 다음날 떠날 예정이다. 30일부터 11월 1일까지 한국에 머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은 박근혜 정권 때인 2014년 이래 11년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30일 한국에서 양자회담을 할 예정이다.

2029년 1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만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 두 사람은 2025 경주 APEC에 모두 참석해 이재명 대통령과 양자 정상회담을 하며, 두 사람끼리도 따로 만날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미 사이에는 3500억 달러 대미 투자와 관세, 비자, 핵 등 다양한 현안이 걸려 있다. 미·중 간에는 희토류 수출과 관세, 펜타닐 규제와 기술 통제 등 양국의 사활을 건 사안이 충돌하고 있다. 한·중 간에도 통상, 경제협력, 반도체, 서해 해상구조물과 안보 및 대북 문제, 최근 불거진 한화오션에 대한 중국의 제재 해소 방안 등 굵직한 의제가 자리 잡고 있다.

경주 APEC을 한국 소프트파워 전 세계에 보여줄 기회로

문제는 지금 거론되고 있는 국가 간 현안과 정상 간 회담 의제의 대부분이 이처럼 정치·경제·군사 등 중후장대(重厚長大)한 분야에 치우쳐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들 현안이 당장 국민과 국가 이익이 걸려있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외교는 국익을 위해 평화적 방법으로 대외 관계를 유지·발전시켜나가는 모든 활동이다. 단기적인 수싸움과 장기적인 포석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과거 냉전시대까지 경제·군사 등 하드파워에 치중됐던 외교의 영역이 최근 글로벌 시대가 되면서 문화·보건의료·공적지원(ODA) 등 경박단소(輕薄短小)한 소프트파워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소프트파워는 지난 5월 6일 세상을 떠난 미국의 조셉 나이 하버드대 케네디 스쿨 학장이 1980년대부터 발전시킨 개념이다. 소프트파워는 군사적·경제적 강제·보상으로 상대를 움직이는 대신, 문화·이념·외교정책을 앞세운 매력·설득으로 상대를 설득하고 동의를 얻어 자발적인 행동변화를 이끌어냄으로써 외교적 목적을 달성하는 것을 가리킨다.

APEC 정상회의로 개최국 소프트파워 한단계 끌어올려야

APEC 정상회의는 다자외교의 꽃으로서 정상 간의 대면 협상을 통한 현안 논의와 타협을 이끄는 장임과 동시에 개최국의 이미지를 전 세계에 알리고 이를 소프트파워로 한 단계 끌어올리는 기회의 행사이기도 하다.

그럼 점에서 이번 행사에서는 한류를 바탕으로 하는 문화예술 감성공유, 한국이 보유한 거대 소프트파워인 보건의료의 글로벌 협업, 교육분야의 국제 협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의 이미지와 글로벌 기여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ODA 분야에서 패러다임 전환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국립경주박물관이 ‘2025 APEC 정상회의’와 개관 80주년을 기념해 여섯 점의 금관과 천마총 금관 등 황금 장신구 20건을 전시하는 특별전을 28일부터 12월 14일까지 연다. 27일 열린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Silla Gold Crowns: Power and Prestige)’ 전시회 언론 공개회에서 참석자들이 금관을 살피고 있다. 여섯 점을 한 자리에 전시하는 건 신라 금관이 세상에 처음 알려진 지 104년 만에 처음이다. 일반 공개는 11월 2일부터 12월 4일까지다. 사진=연합뉴스

지금까지는 아무래도 인프라 건설과 물자 공급 등 하드파워적인 협력에 치중한 게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효율과 홍보 등에서 여러 가지 잡음이 나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ODA 방식을 예산·물자·장비 협력을 넘어 공동 프로그램 추진, 현장실습 교육과 기술 제공 등으로 확대하고 진화해야 할 변곡점을 맞고 있다. 그래야 지속가능하며, 미래세대 지향적인 협력이 가능해진다.

군사·경제를 앞세운 위협·압박·보복 시대는 저물고 있다. 강제와 보상으로 외교를 하는 시대는 저물고 이제는 설득과 자발, 상생과 공존을 추구할 때다. 나이 교수가 말한 “정보화 시대에는 (국가의) 신뢰가 희귀자산이 된다”는 지적이 가슴을 울린다. 일각에서 최근 캄보디아 사태와 관련해 ODA의 무기화나, 군사적 조치 등 본질에서 떨어진 발언이 나온 건 개념 혼동에서 비롯된 해프닝으로 보인다.

가자와 우크라이나 의료인프라 복구 지원 참여 선언 필요

이를 위해 2025년 경주 APEC 정상회의를 진정한 한국만의 힘과 가치를 보여주는 기회로 삼을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 21세기 들어 가장 많은 인명 피해를 냈거나 내고 있는 가자지구와 우크라이나에서의 의료 인프라 복구지원에 한국의 적극적인 참여를 선언하는 일이다.

한국이 세계적인 보건의료 강국임을 생각하면 이는 한국의 소프트파워를 전 세계에 알리면서, 상생과 공존을 추구하는 글로벌 온정국가로서 한국 이미지를 드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한류·반도체·방산·원전에 이어 대한민국이 글로벌 상생·나눔·가치의 나라로 우뚝 설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의 요르단 야전병원의 파괴된 모습. 복구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가자나 우크라이나 같은 글로벌 분쟁 지역에 대한 의료 인프라 복구 사업은 현재 국제적으로 ‘관심과 능력의 공백지대’나 다름없다. 자국우선주의에 빠진 미국은 관심을 두지 않으려고 한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 여력도 빠듯한 데다 무상의료 때문에 의료 발전 동력이 충분하지 않은 유럽도 신경쓰기가 쉽지 않다. 피해가 워낙 커서 국제기구도 힘에 부친 상태다. 보건의료 기술과 시설, 장비, 경험, 인력, 교육자원이 풍부한 한국이 나서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일 것이다. 한국은 이를 통해 국제사회에 기여하는 온정국가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그 다음에는 새로운 기회도 찾아올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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