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7일 (화)

자사주 소각 ‘꼼수’ 눈총받는 제약바이오...국회 “예의주시”

종근당·삼천당제약·보로노이 등 EB 발행...광동제약은 자사주 처분

올해 자사주를 활용한 교환사채(EB) 발행 건수가 지난해보다 2배 이상 증가한 가운데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도 자사주 소각을 회피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자사주 소각’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 논의를 앞둔 상황에서 관련 입법을 주도한 국회의원들이 이런 행태를 예의주시하고 있어 향후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된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9월 자사주를 활용한 교환사채(EB) 발행은 67건으로 총 2조4452억원에 이른다. 발행 건수와 금액은 지난해(28건, 9863억원)보다 각각 2.4배 늘었다. 올해 연말까지 추가 발행을 고려하면 증가 폭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2023년에는 25건(3조2237억원)이었다.

EB는 채권의 일종으로 만기 전에 채권자가 원하면 발행 기업의 주식(자사주 포함)으로 바꿀 수 있다. EB 발행 증가는 올해 7월부터 국회에서 집중적으로 발의되고 있는 상법 개정안(김남근·민병덕·김현정·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안)과 무관하지 않다.

범여권을 중심으로 발의된 상법 개정안은 기업들이 자사주에 대해 일정 기간 내 소각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개정안별로 주식회사, 상장회사 등 적용 범위가 다르고, 자사주 보유 기간도 1년(김남근·민병덕), 6개월(차규근), 즉시(김현정), 대통령령 위임(이강일) 등 제각각이다. 당론은 아니지만 정부와 여당이 입법에 공감대를 이루고 있어 국회 통과 가능성이 높다. 현재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자사주 소각 입법이 가시화하자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자사주를 소각하는 대신 EB를 발행하는 등의 방식으로 대응하려는 곳이 적지 않다. 최근 보로노이는 36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EB로 발행했고 종근당(611억원), HLB바이오스텝(19억원), 대화제약(61억원), 삼천당제약(295억원) 등도 마찬가지다.

광동제약은 자사주를 금비, 삼화왕관, 삼양패키징 등에 처분했다. 유동화 대신 매각을 한 셈이다. 회사는 ‘지속적인 사업 협력관계 구축’을 위한 처분이라고 했지만, 경영권 안정화를 위해 우호 지분을 확보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반면, 자사주 소각에 나선 기업도 적지 않다. 엑세스바이오는 지난 달 393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결정했고 휴비츠(58억원), 파마리서치(627억원) 등도 소각에 나섰다.

이번 상법 개정안 논의와 무관하게 주주가치 제고에 나선 곳도 있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밸류업 공시를 통해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밝혔고, 올해 5월 253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한 바 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자사주는 전체 보통주의 8% 정도인데, 이 중 소각 비율은 약 12% 정도로 1200억원 규모”라고 설명했다. 다만, 소각 후 남을 나머지 88%의 자사주에 대해서는 “특별한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JW중외제약과 대웅 등은 자사주 처분과 관련해 “내부에서 검토 중이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전했다.

자사주를 소각하거나 유동화하는 것은 기업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경영 사안이다. 때문에 개정안 역시 자사주 소각을 하지 않는다고 처벌 규정을 담고 있지는 않다. 다만,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소각’ 입법을 논의하던 중 자사주 유동화가 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도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차규근 의원실 관계자는 “개정안의 입법 취지는 일반 주주를 고려해 주주환원 정책을 펴도록 하자는 것인데, 자사주 소각 이야기가 나오자 유동화에 나선 것은 국회 논의 흐름과 반대로 가는 것”이라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이에 자사주 소각 회피에 대해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추가 입법을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고 했다.

자본시장 구조·제도를 손보기 위해 여당 내 꾸려진 ‘코스피5000특별위원회’에서도 관련 사항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김현정 의원실 관계자는 “자사주 소각을 앞두고 회피하는 행위가 과거에 비해 많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며 “현재 국정감사 중이라 신경을 못 쓰고 있지만, 이후 일정이 잡히면 코스피5000특위에서 해당 문제를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국회 일각에서는 법안을 무작정 밀어부치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기업들이 운영자금 확보 등을 위해 자산을 유동화하는 불가피한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익명의 국회 관계자는 "기업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있고, 경영상 필요한 유동화는 예외로 두는 등의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며 "자본시장 전문가들과 논의하는 자리를 더 만들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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