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자살사망자 10명 중 6명 이상이 사회경제적 어려움과 관련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정신질환 증세나 진단 없이 순전히 사회경제적 어려움만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도 전체의 22.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요한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연구팀은 경찰청 수사기록을 바탕으로 2013년부터 2020년까지 국내 자살사망자 약 10만명의 원인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자살사망자들의 원인을 정신건강 문제, 신체건강 문제, 정신건강 및 사회경제적 문제 복합, 사회경제적 문제 중심 등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분석했다.
그 결과 1분류에 해당하는 정신건강 문제 중심 자살사망자는 18.9%였다. 이들은 거의 모든 개인이 정신질환으로 진단받았으며 이전 자살 시도 경험이 많았다.
2분류인 신체건강 문제 중심 자살사망자는 17.0%로 나타났다. 이 집단은 100%가 신체질환을 앓고 있었고 56.0%가 정신질환 증상을 함께 보였다.
3분류 자살사망자는 전체의 41.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들은 모두 정신질환 증상과 함께 경제적 및 직장 관련 어려움을 포함한 사회경제적 문제에 복합적으로 노출된 상태였다.
4분류 자살사망자는 22.5%로, 경제적 및 직장 관련 문제를 겪었지만 정신질환 증상은 없는 순수 사회경제적 원인 집단이었다. 특히 사회경제적 어려움을 원인으로 하는 자살군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 30%에 육박하며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경제적 불안정이 심화하면서 정신건강 문제와 무관하게 경제적 절망감만으로도 극단적 선택에 이르는 사례가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3분류와 4분류를 합치면 사회경제적 원인과 관련 있는 자살사망자 비중은 약 64%에 달한다. 이는 기존에 자살을 개인의 정신적 문제 중심으로 바라보던 시각에 변화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자살 예방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자살을 우울증 등 개인의 정신질환 문제로만 접근하는 기존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요한 교수는 "치료 중심의 개입을 넘어 사회경제적 요인에 대한 접근과 사회 전반의 구조 개선 노력이 시급하다"고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감정장애저널(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 최신호에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