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비만 치료제이자 당뇨병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는 GLP-1 수용체 작용제(GLP-1 RAs)가 치매 위험을 절반 가까이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영국 골웨이대 연구팀이 발표된 메타 분석 연구에 따르면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당뇨 치료제를 복용한 환자군은 위약을 복용한 환자군에 비해 치매 발병 위험이 약 45%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총 15만명 이상이 참여한 23개의 무작위 임상시험 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이 같은 결론을 도출했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미국의학협회저널 신경학(JAMA Neurology)》에 7일(현지시간) 게재됐다.
이번 결과는 GLP-1 계열 약물이 혈당 강하 효과를 넘어 신경 보호(neuroprotection)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최초의 강력한 근거로 평가된다.

특히 주목할 점은 같은 당뇨 치료제 계열인 SGLT2 억제제(나트륨-포도당 공동수송체 2 억제제)에서는 이러한 치매 위험 감소 효과가 관찰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는 GLP-1 약물의 치매 예방 효과가 단순히 혈당 조절이나 혈관 건강 개선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자들은 이 차이가 약물의 체중 감소 효과와 뇌 수용체 작용 여부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GLP-1 약물은 원래 인크레틴 계열 호르몬인 'GLP-1'과 유사한 작용을 통해 혈당이 높을 때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방식으로 개발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체중 감소, 심혈관 질환 감소, 간 기능 개선, 사망률 감소에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들이 잇따라 발표되며 다기능 약물로 주목받고 있다.
이와 더불어 GLP-1 약물이 비만뿐 아니라 도박, 음주, 흡연, 쇼핑 중독 등 충동 조절 문제를 완화한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행동 변화는 약물이 뇌에도 작용한다는 간접적 증거로 해석된다. 실제로 GLP-1 수용체는 췌장뿐 아니라 심장근육, 침샘, 그리고 뇌의 고위 기능을 담당하는 대뇌피질 영역에서도 높은 분포를 보인다.
연구를 주도한 캐트리오나 레딘 골웨이 대학병원 노인의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GLP-1 계열 약물의 임상시험에서 치매는 주된 연구 목표가 아니었지만, 개별 임상에서 보고된 치매 사례를 통합해 분석한 결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일반적인 혈당 강하 효과가 전체 인구의 치매 감소와 관련이 없는 반면, GLP-1RA를 통한 혈당 강하는 치매 발생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감소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결론내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