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암환자는 어떤 치료를 받는지 아시나요?

고령층 암 치료 결정 때 참고할 객관적 근거 필요

국내 노인 암환자는 급증하고 있지만, 항암치료를 결정할 때 신뢰할 수 있는 참고 정보가 턱 없이 부족하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네카)은 관련 연구를 통해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지적하고 향후 국내에도 '노인 암환자 치료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매년 10월 2일은 노인의 날이다. 우리나라는 내년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다. 초고령 사회란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층의 비중이 20% 이상인 상태다. 이미 지난해엔 70대 이상 인구 수가 20대를 추월했다. 노화는 암의 주요 위험 요인 중 하나이기에 국내 노인 암환자도 급증하고 있다. 국내 65세 이상 고령층 인구의 7명 중 1명 꼴(13.9%)인 119만여명이 암을 경험했거나 투병 중(암유병자)이다.

문제는 국내에서 노인 암환자가 치료를 결정할 때 신뢰할 수 있는 참고 정보가 턱 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시중에 떠도는 각종 가짜정보와 상업적 광고를 차치하더라도, 최근까지도 국가적 수준에서 노인 암 환자가 어떤 치료를 받고 있는지 구체적인 자료를 찾긴 쉽지 않다.

NECA, 3년간 4개 암종 노인환자 치료 분석... "여전히 연구 부족"

이와 관련해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네카) 보건의료연구본부에서는 올해 상반기에 의미가 큰 연구과제를 마무리했다. 폐암, 대장암, 간암, 위암 등 국내 주요 4개 암종에 대해 고령 환자들이 어떤 치료를 받았고 각 치료의 근거와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분석했다. 3년에 걸쳐 총 2편의 연구보고서를 발간했다.

연구책임자였던 박동아 네카 선임 연구위원은 코메디닷컴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의료 현장에서도 고령 암환자의 치료 의사결정에 필요한 과학적인 정보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이제라도 고령층이 암 치료를 결정할 때 고려할 수 있는 객관적인 근거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3년에 걸친 연구과정을 거쳤는데 여전히 국내외에서 모두 노인 암환자의 치료 의사결정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연구가 상당히 부족한 게 현실”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연구를 처음 시작할 땐 '정말 그럴까'라고 반신반의했지만, 막상 국제적으로도 관련 연구가 적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적지 않게 놀랐다고 했다. 임상 현장의 전문가들도 이에 공감하고 문제점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런 배경엔 노인 환자 집단을 특정한 연구는 수행하기 어려운 반면, 상업적으로나 임상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비교적 떨어진다는 점이 꼽힌다. 흔한 말로 '가성비'가 떨어지는 연구주제다. 단적으로 연구 시작 단계에서 노인 집단을 특정하는 일부터 쉽지 않다. 국내 법·제도적으로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규정하지만, 실제 건강 상태나 생활상을 살펴보면 난점이 많다.

요즘 우스갯소리로 '60대는 노인도 아니다'라는 말이 있듯이 노인의 실제 스펙트럼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다. 60대, 70대, 80대는 각각 평균적인 건강 상태가 크게 달라 하나의 집단으로 묶으면 연구 결과도 크게 차이가 난다. 그렇다고, 기준 연령을 높게 잡으면 이에 해당하는 인구가 너무 적어지고 관련 데이터나 선행 연구를 찾기 어렵고 적용 대상 범위도 한정적이다. 연구팀은 이런 고민 끝에 전문가들과 타당한 기준을 논의해 암종별 임상적 특성에 따라 노인층을 세분했다. 간암, 결장암(대장암의 일종)은 65세, 비소세포폐암은 70세, 위암은 75세 이상을 고령층으로, 초고령층은 80세 이상으로 일관되게 적용해 분석을 진행했다.

노인 위암환자의 항암치료 현황과 결과를 분석한 이번 보고서는 몇 가지 결론을 조심스럽게 냈다. 치료를 포기하는 국내 노인 위암환자가 3명 중 1명 꼴로 상당했다는 점과 치료 가능한 단계의 노인 위암환자가 치료를 받는다면 치료를 받지 않았을 때보다 생존 이득이 명확했다는 점이다. 일각에선 평균 수 개월의 생존기간 연장에 대한 의미를 묻기도 한다. 이에 대해 박 연구위원은 "환자들과 가족, 주변인 입장에서 '의미가 없다'고 단정 짓기엔 생각보다 긴 시간일 수 있다"면서 "이 시간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사회적 합의가 앞으로 필요하다"고 여지를 남겼다.

75세 이상 위암 환자의 첫 치료법 이용 분표율(위, 단위: %)과 75세 이상 위암 환자의 첫 치료법별 생존 곡선(그래프 위치가 높을수록 해당 추적기간 동안 생존할 확률이 높음을 의미) [자료=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노인 암환자 치료 가이드라인 필요... "스스로 치료목표 선택 도와야"

박 연구위원은 위암 노인환자에 대한 연구보고서에서 ‘원격 전이 위암 환자는 환자 개인별 가치 판단이 요구된다’고 제언했지만, 이러한 가치 판단에 필요한 정보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즉, 이 지점에서 우리 사회가 앞으로 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가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인지에 대한 다음 질문을 남겨놓은 셈이다.

예를 들면, 완치라는 목표 너머의 완화의료적 측면에서 항암치료를 바라보는 관점도 얘기할 수 있다. 다만, 개개인의 이런 선택이 가능해지려면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바탕이 돼야 한다. 하지만, 죽음에 대한 언급을 꺼리는 문화적 배경에서 노인 암환자들은 정확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거나 스스로의 결정에 제약을 받기도 한다.

반면, 관련 연구를 일찌감치 시작한 미국에선 이미 1990년대 후반에 노인 암환자의 치료 의사결정을 도울 기준이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노인 암환자가 생명 연장, 완화의료 등의 치료 목표 선택을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2014년엔 국가적 차원에서 노인 암환자 치료 지침을 구축했다.

'국가통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에서 이에 대한 3가지 질문을 던진다. 1) 환자의 기대여명을 고려했을 때 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도가 높은지 여부 2) 환자가 스스로 의사결정할 수 있는지 여부(진단·치료법에 대해 이해할 수 있어 상황을 판단하고 결정 이유를 제시할 수 있는가, 자신의 선택에 대해 의사소통할 수 있는가 등) 3) 암 치료에 대한 환자 자신의 목표와 가치가 원하는 항암치료와 일치하는지 여부 등이다.

박 연구위원은 향후 우리나라에서도 정책적으로 이와 같은 표준 지침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대상자만 해도 전체 인구의 20% 이상(고령층)이기에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설 이유도 충분하다고 지적한다.

실제 이번 연구를 계기로 우리나라에서도 노인 암환자 관련 분야를 체계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 공공기관인 네카와 국립암센터를 중심으로 민간 의료기관 내 개별 연구자들이 함께 문제의식과 연구 목표를 공유하게 된 것이다. 또한, 국립암센터 국가암데이터에서 '노인 암환자 빅데이터' 구축 작업도 시작하며 올해 다양한 연구 성과도 이어지고 있다.

"초고령사회는 우리 앞에 다가와 있지만, 관련 연구들은 여전히 부족합니다. 이제 막 첫발을 뗐기 때문에 많은 연구자들의 관심과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절실합니다. 그래도 고무적인 부분은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개별 암종별 가이드라인 개발 과정에서 노인 대상 권고지침을 마련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앞으로도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보건의료연구사업’, 국립암센터 '국가암진료가이드라인 개발사업' 등을 통해 환자들의 가려운 부분을 속 시원히 긁어줄 수 있는 연구가 계속 나오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보건의료연구본부가 수행한 '노인 암환자의 치료 의사결정 근거 마련 연구 : 비소세포폐암, 결장암, 간암 중심으로'(2022), '노인 위암 환자에서의 수술치료 효과 및 국내 근거창출 연구'(2023)의 연구보고서 표지. [자료=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네카의 해당 연구보고서 2편의 전문은 각각 다음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 노인 암환자의 치료 의사결정 근거 마련 연구 : 비소세포폐암, 결장암, 간암 중심으로(2022)
(https://www.neca.re.kr/lay1/program/S1T11C145/report/view.do?seq=340)

- 노인 위암 환자에서의 수술치료 효과 및 국내 근거창출 연구(2023)
(https://www.neca.re.kr/lay1/program/S1T11C145/report/view.do?seq=362)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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