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흡입술=살 빼는 수술?"...몸속 지방 쫙~빼면 마른 몸 될까?
[박준규의 성형의 원리]
우리나라 성형외과의 성수기는 겨울입니다. 그러나 이맘때 성수기인 성형수술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지방흡입술'입니다. 지방흡입술의 검색량도 매년 6월과 7월 사이에 가장 높습니다.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체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지방흡입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시행되는 성형수술은 무엇일까요? 이 역시 '지방흡입술'입니다. 세계에서 성형수술이 가장 많이 시행되는 나라는 미국이며, 그다음은 브라질입니다. 두 나라 모두에서 가장 흔히 시행되는 수술이 지방흡입술입니다. 미국성형외과학회(ASPS) 통계에 따르면, 2021년부터 3년 연속으로 가장 많이 시행된 수술은 지방흡입술로, 2023년 한 해에만 약 35만 건이 시행되었습니다. 이는 2022년에 비해 7% 증가한 수치로, 증가율도 상위에 속합니다.
지방 흡입은 영어로 'liposuction'이라고 합니다. lipo(지방)와 suction(흡입)을 결합한 말입니다. 단순히 지방을 많이 흡입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의 비율과 라인을 섬세하게 조각하는 수술이다 보니 'liposculpture(지방조각술)'이라는 표현도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지방흡입술은 복부, 허벅지, 엉덩이, 옆구리 팔 등 다이어트와 운동으로 잘 해결되지 않는 부위의 군살을 제거하거나, 비율을 바꾸는 수술입니다. 드라마틱한 효과로 인해 만족도가 높으며, 한 부위에서 지방흡입술을 받은 환자가 다른 부위에 수술받는 비율도 높은 편입니다.
세계적인 성형 강국인 한국에서도 지방흡입술은 널리 시행되지만, 세계적인 인기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순위가 낮습니다. 이와 함께 한국의 성형외과 시장에서 지방 흡입이 갖는 독특한 면이 있습니다. 여러 성형수술들 중 유독 성형외과 전문의보다 비전문의들이 더 많이 시행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들이 작용할 것입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추측으로는, 한국에서 주로 시행되는 다른 성형수술들과 궁합이 잘 맞지 않는 것이 하나의 이유일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체형과 관련된 수술이 상위권을 차지하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눈, 코 등 얼굴 위주의 성형수술이 가장 널리 시행됩니다. 체형 수술은 대체로 크고 강한 물리적 작업을 필요로 하는 반면, 얼굴 수술은 더 섬세하고 정밀한 기술을 요구합니다.
예를 들어 오전에 지방흡입술을 시행하면, 손에 힘이 빠져 오후에 쌍꺼풀 수술을 하는 것이 편하지 않습니다. 팔힘을 많이 쓰고, 기계의 진동으로 건초염 등이 걸리기도 하는 수술의 특성상 지방 흡입 수술을 많이 하는 것이 외과의의 수명을 줄일까 우려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지방 흡입을 전문으로 하는 성형외과 전문의 외에는 크게 선호하지 않는 수술 중 하나가 된 것 같습니다.
지방흡입술은 입문은 쉽고 만족도는 높지만, 잘하는 것은 어려운 수술입니다. 이러한 특성은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만족도가 높다는 것이 수술에서 항상 장점만은 아닙니다. 진입 장벽이 높지 않다 보니 지방흡입술은 성형외과 비전문의들이 성형수술에 입문하는 관문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많은 비전문의들이 지방흡입술 시장에서 경쟁을 하게 되면서, 수술 비용은 크게 낮아지고 성형외과 전문의들의 선호도는 더 떨어지는 경향이 생겼습니다. 성형외과 전문의 입장에서 지방흡입술은 애증의 수술 같은 인상이 있는 셈입니다.
모든 성형외과 비전문의의 수술에 문제가 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문제는 비전문의들이 이 시장에 대거 참여하면서 과잉 경쟁이 발생하고, 여러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이 높아진다는 점입니다. 비전문의의 대형 지방 흡입 클리닉에서 일했던 직원이 있어서 그곳의 분위기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제가 놀랐던 건 수술 경험이 없는 원장님에게 그냥 수술을 시키는 거였어요. 수술을 잘하는 분들은 곧 그만두고 나가셔서 늘 초보 원장님으로 돌아가는 상황이었어요."
지방 흡입은 절대 간단한 수술이 아닙니다. 하지만 피부미용시술처럼 쉽게 생각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수술이 부담스럽다는 분들을 대상으로, 마치 주사시술처럼 지방 흡입을 시행하기도 합니다. 실상은 지방 흡입수술과 다를 바가 없지만 국소 마취만으로 주사기를 이용해 흡입하여 회전율을 높이고 원가를 절감하는 방식으로 보입니다. 과연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지 의문일 수밖에 없습니다.
지방 흡입에 대해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누구나 '바이오 본드'라는 말을 들어보았을 것입니다. 지방 흡입 후에 피부 아래에서 조직이 단단해지는 여러 상황을 묶어 부르는 말입니다. 워낙 널리 쓰이다 보니 마치 의학용어처럼 생각되기도 하지만, 실은 한국에서 생겨나 쓰이는 신조어입니다. 비과학과 과학의 경계는 동일한 상태를 동일한 용어로 표현하는 '약속'에서 시작됩니다.
'바이오 본드'라는 말은 쓰는 사람마다 그 의미에 차이가 있습니다. 누구는 체액이 뭉쳐서라고 하기도 하고, 조직 손상이라고 도 합니다. 염증반응이라 하기도 하고, 섬유화라고 하기도 하고, 흉살 혹은 유착이라 하기도 합니다. 수술 후에 살이 단단해지는 여러 상황을, 정체도 근본도 알기 힘든 용어로 뭉뚱그려 부르고 있는 것입니다. 상담실장 같은 비의료인들이 마치 의학용어인 양 만들어 쓰던 말이 굳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이 현재 '지방 흡입 시장'의 한 단면을 드러내는 것 같습니다.
지방 흡입수술은 입문은 쉽고, 만족도는 높지만, 잘하는 것은 어려운 수술입니다. 안전한 수술이지만, 때론 큰 사고가 나기도 합니다. 몇 년 전 홍콩의 유명 의류기업 창업주의 가족이 지방 흡입수술 도중 사망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 수술을 집도했던 의사는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니었습니다. 숙련되지 않은 의료진이 복부 지방 흡입을 하다 수술 기구가 깊은 층의 지방을 뚫고 복강을 관통하여 사망으로 이어진 사례도 있습니다. 하지만, 훨씬 흔하게 발생해서 중요한 문제는 너무 얕게 흡입해서 생기는 유착과 울퉁불퉁함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숙련된 의료진의 수술이 필요한 것입니다.
치열한 경쟁은 더 나은 서비스를 만들기도 하지만, 때론 여러 문제를 만듭니다. 입문은 쉽지만, 잘하는 것은 어려운 수술들이 흔히 빠지기 쉬운 오류는 '양으로 승부'하는 것입니다. 날씬한 몸을 추구하면서 많은 지방 흡입을 바라는 분들이 늘어나다 보니, 더 많은 양을 흡입해 준다며 이런 욕망을 부추기기도 합니다.
지방 흡입은 살을 빼는 수술이 아닙니다. 지방 흡입으로 비만을 해결하고, 체중을 감량할 수는 없습니다. 다이어트를 대신할 수도 없습니다. 남은 지방 세포는 올바른 식습관과 운동 습관을 유지하지 않으면 더 많은 지방을 저장하고 비대해질 수 있습니다. "어디 어디에서 지방을 남김없이 빼서 뼈만 남은 '뼈 팔'을 만들어 준다더라"라는 식의 이야기가 돌기도 합니다. 지방 흡입은 특정 부위의 지방을 영구적으로 제거하는 수술이지만, 해당 부위의 지방을 모두 제거하지는 않습니다. 더 많은 지방을 제거하는 것이 더 아름다운 몸매를 만들어주지 않는다는 것은 상식입니다. 오히려 과도한 지방제거로 울퉁불퉁하게 드러나는 유착 등의 문제를 적지 않게 봅니다. 이는 재수술로 해결하기도 어렵습니다.
지방 흡입에 대해 명심해야 할 가장 중요한 사항을 꼽자면 다음 두 가지입니다.
지방 흡입은 비만을 해결하는 수술이 아니다.
지방을 많이 뽑아준다 강조하는 곳은 피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