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가 지난 1월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에서 열렸던 아시안 컵에서 손흥민의 부진 원인을 분석한 결과를 27일 내놓았다. 김판곤 위원장은 "손흥민의 장점인 슈팅에 문제가 있었을 뿐, 체력은 문제가 없었다"고 단언했다. 과연 그렇게 쉽게 결론을 내릴 수가 있을까? 김 위원장은 손흥민의 부진을 '미스터리'로 표현했지만, 운동생리학적 관점에서는 중국전 출전이 더 미스터리일 수도 있다.
손흥민은 영국에서 토트넘의 경기를 마치고 대회장인 두바이로 6시간여의 비행 끝에 도착했다. 영국에서 경기를 마친지 채 60시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전에 출전했고, 이후 8강전까지 기대보다 떨어지는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여기서 축구경기로 인한 신체변화와 체력과 그리고 회복의 관점에서 그 상황을 복기해보자. 90분간의 경기를 위한 체력의 형태는 매우 다양하다. 한 경기당 평균 10~20회(시간으로는 70~90초) 정도의 전력질주, 약15회 정도의 태클, 10회 정도의 헤딩, 50회 정도의 공을 소유하기 위한 관련 움직임, 패스, 수비를 하거나 압박을 피하기 위한 볼 컨트롤과 팀의 전술운용을 위한 위치선정과 균형유지를 위해 페이스조절 같은 움직임을 끊임없이 지속해야 한다.
또한 축구경기는 평균적으로 위치에 따라 조금의 차이는 있지만 경기당 1500~1900칼로리의 열량을 소모한다. 움직이는 거리는 저·중강도로 8~9km, 전력질주에 해당하는 고강도로 1.5~2km를 달리는 것으로 총 9.5~11km(110~150m/분) 정도를 달린다.
운동장에서 선수는 대부분 유산소대사에 의존하여 달리는 에너지를 얻지만 실질적으로는 무산소역치(Anaerobic threshold) 수준에 가까운 최대심박수의 80~90% 수준으로 경기를 한다. 무산소역치란 일정강도를 넘으면 젖산의 생산량이 증가하여 분해할 수 있는 능력을 초과하는 경계시점을 말한다.
대략 몸 안에 저장된 탄수화물(글리코겐:glycogen)로부터 약 70%, 지방으로부터 약 30%를 이용하여 에너지를 사용한다. 이런 과정에서 아무리 잘 단련된 선수라 해도 당연히 미세한 근육 손상을 동반한다. 글리코겐의 고갈, 대사성 산증이 발생하고, 탈수가 상당히 진행되며, 중추피로가 증가한다. 더불어 스트레스호르몬 분비가 활성화되고 일시적이지만 면역기능이 떨어진다.
경기를 마친 후 다음 경기까지 회복이 이루어지려면 이론적으로는 약 96~120시간(4~5일)이 걸린다. 게다가 대부분의 연구에서는 훈련과 경기에 필요한 열량보다 덜 섭취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이는 부지불식간에 만성피로로 이어지고 전체적인 경기력 저하로 귀결된다.
따라서 격렬한 경기 후 6시간 이상의 장시간 비행에다가 직전 경기로부터 60시간도 지나지 않았고, 고온다습한 환경에 적응할 틈도 없이 또 경기에 출전했으니 이미 체력(미세 근육 손상의 복구와 글리코겐의 재저장)이 최고조가 아닌 상태에서 우수한 경기력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다. 정신력, 투지, 기술도 기본적인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그것을 기대할 수 있는 상태가 절대 아니었다. 이미 경기장에 들어가기 전에 희망하는 경기력은 기대할 수 없었다.
축구협회 김 위원장은 "중국전이 문제가 아니라 6일 쉬고 난 뒤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면서 중국전 출전에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손흥민은 경기를 하면서 컨디션을 회복하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손흥민도 사람이고, 생물 법칙에서 동떨어진 사람은 없다. 중국전에서 생긴 미세근육의 손상과 만성피로가 회복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다. 중국전에서 무너진 밸런스가 이후 경기에까지 이어졌다고 보는 것이 훨씬 더 합리적이다. 최악의 상태에서 근육에 새겨진 기억이 이후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몸이 최적상태에서 멀어지면 전술 적응력도 떨어지게 마련이다. 실제로 손흥민은 이후 경기에서 슈팅뿐 아니라 공간에서의 움직임과 주력 등에서 한계를 노출했다. 손흥민을 중국전에 출전시키지 않고 휴식과 회복 뒤 다음 경기에 출전시켰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계속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