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가습기 살균제, 사용 중단해야”

복지부, 폐섬유화 확인…6종 수거 명령

올 초 임산부를 위주로 9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폐 섬유화증은 가습기 살균제가

원인이라는 잠정 결론이 나왔다.

보건복지부는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동물 독성 실험과 전문가 검토 결과’ 위해성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실험을 통해 이상 소견이 확인된 2종, 문제의 제품과

같은 성분이 함유된 3종, 유사 성분이 함유된 1종 등 모두 6종의 가습기 살균제를

한 달 안에 수거하라고 해당 업체에 명령했다.

수거 대상은 △옥시싹싹 가습기 당번<액체>(제조사 한빛화학) △세퓨 가습기

살균제(버터플라이이펙트)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롯데마트 PB상품) △좋은상품

가습기 청정제(홈플러스 PB상품) △아토오가닉 가습기 살균제(아토오가닉) △가습기

클린업(코스트코 판매상품)이다.

전병율 질병관리본부장은 이날 "나머지 가습기 살균제도 사용을 중단할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며 "이들 살균제에 대해서도 신속하게 실험을 하고 필요하면

즉각 수거 명령을 발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내에 관련부처가 참여하는 정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살균제

이외의 다른 생활화학 가정용품의 안전성 검증 시스템을 가동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관련 학회를 통해 추가 발병 사례를 파악 중”이라며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와 전국 시·군·구 보건소에 살균제로 인한 폐 손상 의심사례

신고센터를 설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에 의뢰해 오는

15일부터 수거명령 대상 제품과 제조사 정보를 제품안전포털 시스템(www.safetykorea.kr)에

공개하고, 대한상공회의소 위해 상품 차단시스템에 등록해 판매를 원천 차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독성 실험=한국화학연구원 부설 안전성평가연구소는 실험용 쥐에게 올 초 임산부

등이 사용했던 세 종류의 살균제를 한 달간 흡입하도록 했다. 그 결과 두 가지 살균제를

흡입한 쥐에서 폐 손상으로 사망한 사람의 증상과 '뚜렷하게 부합하는' 조직검사

소견이 나왔다.

세퓨를 투여한 쥐의 폐에서는 섬유화와 함께 세기관지(기관지에서 갈라져 나온

좁은 공기통로) 주변의 염증, 세기관지 내 피부세포 탈락 등의 증상이 나타났다.

옥시싹싹을 흡입한 쥐의 폐에서도 세기관지 주변에 염증이 발생했다. 나머지 한 종류의

가습기 살균제를 흡입한 쥐에서는 이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세퓨 제품은 'PGH'를,

옥시싹싹은 'PHMG phosphate'를 주성분으로 한다. 이런 화학물질을 지속적으로 흡입한

결과 세기관지 주변 폐 세포가 망가지고 그 영향이 누적돼 폐조직이 섬유처럼 변하게

됐다는 것이다.

▲관리 사각지대=이들 물질은 다른 살균제에 비해 피부에 닿거나 입으로 먹었을

때의 독성이 5~10분의 1 정도로 적어서 물티슈, 부직포, 의류 등에도 사용돼 왔다.

하지만 물안개 형태로 '흡입'했을 경우 어떤 잠재적 위험이 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전병율 질병관리본부장은 "가습기 살균제는 의약품이나 의약외품이 아닌 일반

공산품으로 판매되는 탓에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가습기 살균제를 단순 살균제로 분류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앞으로

인체에 흡입될 수 있는 모든 제품을 의약외품으로 관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전 본부장은 "위해 성분으로 지목된 물질은 물티슈나 샴푸 등에도 사용되고

있지만 흡입을 통해 노출되는 것이 아니면 인체에 안전한 물질"이라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연간 가습기 살균제 생산량은 60만개, 시장 규모는 20억원이다.

▲피해자 가족 반발=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살균제피해자모임은 이날 복지부

기자실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 사용을 금지하라는 담화문을

발표하고 피해자 가족에게 공식 사과하라”면서 “보상 및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관계자는 "사망사건이 연달아 발생하니까

정부가 뒤늦게 가습기 살균제를 의약외품으로 지정하면서 유족 등에 대한 피해대책이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피해사례 제보가 갈수록 늘어나는데 일부

제품을 수거하는 정도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원인미상 폐손상 사례=질병관리본부는 올 초 폐 손상 환자가 몰렸던 서울 A병원을

통해 28건의 폐 섬유화증 사례, 추가 신고를 통해 3건, 환경보건시민센터를 통해

3건 등 모두 34명의 환자가 발생한 것을 확인했다. 이 가운데 9명은 사망했다. 환자는

남성이 5명, 여성이 임산부 13명을 포함한 29명이었다.  연령별로는 어린이

4명, 성인 30명이었다.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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