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아들 기사 내보낼까, 광고 줄래?”

악덕 인터넷 매체 성행 이유와 행태

지난해 A제약사는 중국 시장에 진출한다는 보도자료를 각 언론사 담당 기자에게

배포했다. 그러나 홍보팀 B대리는 의료전문 인터넷 언론사인 C사의 보도 기사를 접하고

망치로 뒷머리를 두들겨 맞은 느낌을 받았다.  

‘A사 중국 시장 진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본문은 보도자료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제목이 부정적이었다. 기사에서 별도로

취재한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상사는 어떻게 이런 기사가 나온 것이냐며 다그쳤다.

B대리는 C사 기자에게 전화를 했다. “기자님, 기사 제목이 기사 내용과는 다르게

조금 공격적인데 바꿀 수 없을까요?” “이미 올라간 기사라서 그렇게는 안 될 것

같은데… 회사로 한번 오시죠?”  

B대리는 기자를 만나러 회사로 찾아갔다. 그러나 C사 사무실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기자가 아니라 광고 담당자였다. 그는 인터넷에서 기사를 내리는 조건으로

광고를 요구했다. 이는 사이비 언론매체가 기업을 괴롭히는 대표적 유형의 하나다.

악덕 매체들의 수법은 제목을 악의적으로 비트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확인되지

않은 부정적 제보를 토대로 기사를 작성한 뒤 이를 인터넷에 올리기 전 해당 기업에

연락하기도 한다.  

지난해 4월, D제약사 홍보팀 차장은 E매체 기자의 전화를 받았다. D사 회장 아들의

문란한 사생활을 폭로하는 기사를 썼다는 것이다. 사실이든 아니든 일단 기사가 나가면

회사 이미지가 타격을 입을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기자님, 기사가 나가면 곤란합니다.

어떻게 하면 될까요?” 답은 간단했다. 광고를 달라는 것이었다. 과장은 회사의 이미지를

생각해서 어쩔 수 없이 E매체에 광고를 줄 수밖에 없었다.

한국광고주협회는 17일 ‘광고주가 뽑은 나쁜 언론’으로 △메디컬투데이 △시사서울비즈

△일요시사 △프라임경제 △한국증권신문 등 5곳을 실명으로 공개했다.

그러나 악덕 언론이 이들뿐만이 아니다. F제약사 G이사는 “최근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경제지와 전문지들 중 상당수는 언론사라기보다는 폭력배에 가깝다”면서

“특히 제약사는 보도가 나가기만 하면 진위 여부와 상관없이 주가와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이들의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악성 기사를 무시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인터넷 포털에 실리면 불특정 다수에게

속수무책으로 노출되기 때문이다. 이들 ‘악덕 언론사’들은 포털에 자신의 기사를

노출시키기 위해 대형 언론사에 돈을 주고 기사를 공급하기도 한다. 콘텐츠를 공급하면서

돈을 받지 않고 되레 주는 것은 비정상적 방법으로 그 이상의 돈을 거둬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언론사의 또 다른 특징은 ‘페이지뷰 뻥튀기’다. 다른 웹사이트와의 링크

교환 등으로 페이지뷰를 늘리는 것은 기본이다.

H사의 I부장은 “매체 홈페이지 메인 화면 중 가장 눈에 띄는 곳에 기사를 노출시키고

마치 방문자 수가 많은 것처럼 조작한 뒤 광고를 받아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특히 제약회사들이 주 타깃이 되는 것은 이 분야에는 ‘시장경제의 원리’가 작동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제약회사들은 전문의약품을 광고하고 싶지만 약사법

상 전문의약품은 전문지에만 광고할 수가 있다. 이에 따라 100여 개의 전문지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서 기사를 통한 비정상적인 영업으로 광고를 ‘탈취’하는 시장이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효과분석에 따른 광고 집행이 불가능한 시장이기에 악덕 언론사의 표적이

되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회사 내부에서 경영진과 홍보팀 간에 언론 노출에 대한 이해도가 다른 것도 이유가

된다.

한 제약사 홍보팀 관계자는 “일단 회사의 이름이 부정적으로 각종 포털사이트에

노출되면 기사 내용에 특이한 사항이 없어도 경영진은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그러면

어쩔 수 없이 광고를 주고 기사를 내리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고 토로했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아예 기사를 무시하는 회사도 있다.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악의적인 기사가 나오더라도 민감하게 반응해서는 안된다고 경영진을

설득했다”면서 “이제 악의성 기사로 광고를 요구하는 매체에는 아예 광고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광고주협회는 199개 회원사와 함께 위에서 공개한 5개 언론사에는

광고와 협찬을 중단하고 언론중재위원회 등을 통해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박양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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