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그룹이 창투사 설립”… 영리병원 허용 수순?

차병원그룹 금융업 진출에 논란

차병원그룹이 계열사를 통해 금융업에 진출한다. 보건복지부는 병원에서 직접

돈이 투입되지 않았다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부 시민단체는 병원의

투자금이 창투사로 흘러들어감으로써 영리행위를 금지한 의료법에 위배된다고 비판하고

있다.

차병원그룹은 23일 계열사인 차케어스와 차바이오메드에서 지분을 출자하는 방식으로

벤처캐피털 ‘솔리더스파트너스’를 설립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

대표는 소프트웨어 도매업체인 엔디코프 대표를 지낸 윤웅진 씨가 맡는다.

차케어스는 차병원에서 만든 건강정보 및 의료 IT 회사이고 차바이오메드는 줄기세포

제품과 의료기기 등을 생산하는 회사다. 두 회사의 최대주주는 차병원그룹 차광렬

회장이고 생명공학 회사인 차바이오앤과 차병원 등에서 일정 지분을 갖고 있다.

비영리 의료법인인 차병원과 실질적 오너가 벤처회사들에 지분을 투자했고, 이

벤처회사들이 다시 벤처캐피털을 설립하는 모양새다.  

지금까지 비영리법인인 의료법인이 어떤 식으로든 금융업에 참여한다는 것은 금기에

가까워서 차병원그룹의 행보에 의료계가 술렁이고 있다. 올 초 복지부가 을지병원의

방송사 투자가 적법하다고 해석했을 때 의료기관의 각종 투자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막상 창투사 설립까지 병원 자금이 흘러들어가자 놀랍다는 반응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차병원 계열사의 금융업 진출은 차병원과 대표가

다른 주식회사에서 출자를 통해 새로운 회사를 만드는 것”이라며 “구체적인 재산관계를

따져봐야 하지만 의료법인이 경영에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면 문제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차병원 측은 “차병원이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벤처회사들이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에 을지병원의 방송사 투자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상당수 의료전문가들은 비영리법인인 차병원과 오너가 금융업에 진출하는

것은 의료기관의 ‘이윤추구 행위’라고 해석했다. 비영리법인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영리목적의 주식투자를 할 수 없는데 계열사를 통해 금융회사를 만들고 여기에서

위험이 높은 투자활동에 나서는 것은 사실상 ‘영리법인’을 허용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것.

그동안 의료계에서는 의료기관 영리법인의 허용을 요구했고 최소한 병원경영지원회사(MSO)에

외부 자금의 유출입이 가능하도록 해달라는 입장이었지만 복지부는 그렇게 되면 병원이

본질적으로 영리법인화 한다며 불허해왔다. 시민단체는 이번 차병원처럼 재투자를

통해 자금을 모으는 것이 가능해지면 이런 논란 자체가 무의미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행법은 의료기관을 의사 또는 비영리법인만 개설할 수 있으며 의료기관을 개설한

비영리법인은 영리를 추구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고 있다. 비영리법인은 비영리사업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본질에 반하지 않는 정도의 수익행위를 하는 수준에서만 허용된다.

전문가들은 복지부가 의료법인의 영리활동을 허용하려는 움직임은 올해 초 을지병원의

방송사업 투자를 허용하면서부터 나타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시민단체와 의료전문

변호사들은 을지병원의 병원 외 사업 투자를 허용하면 재투자를 통한 자금 유출입이

뒤이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의료법 제49조에 따르면 의료법인이 의료기관에서 의료업무

외에 할 수 있는 부대사업을 △노인의료복지시설 △장례식장 △부설 주차장 △휴게음식점

영업과 같이 의료기관 종사자나 방문객의 편의를 위한 일부 사업으로 한정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을지병원의 방송사업 주주 참여 허용을 보면서

앞으로 다양한 방식의 영리를 위한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빨리 가시화 될 줄은 몰랐다”며 “이렇게 하나둘씩 의료법인의 영리화가 시작되면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올 초 을지병원의 연합뉴스TV 투자와 관련, 논란이 일 때 복지부는 시민단체와 법조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병원의 기본재산은 제한돼야 하지만 보통재산을 외부에 투자하는

것은 적법하다”면서 “을지병원이 방송사업자 주식지분을 갖고 있는 것만으로 경영에

직접 참여하고 수행하는 것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위법한 것이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법무법인 해울의 신현호 변호사는 “을지병원의 주주참여를 허용한 복지부의 전례를

보더라도 점점 정부 정책방향이 의료기관의 영리추구를 허용하는 분위기로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H병원의 관계자는 “의료산업을 활성화한다면서 병원의 돈줄을 꽁꽁 묶어 놓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면서 “영리병원 도입 또는 MSO의 외부 자금 유입 등에 대해

보다 솔직하게 논의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양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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