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탈장인 줄 알고 수술받은 20대 여성의 배꼽 피부 아래에서 길이 2cm의 기생충이 발견됐다. 뱀의 호흡기에 사는 기생충이었다. 여성은 과거 뱀고기를 먹은 경험이 있지만 언제, 어떻게 감염됐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프랑스 아라스병원 연구진은 이 사례를 지난 10월 30일 온라인에 먼저 공개된 국제학술지 《신종 감염병(Emerging Infectious Diseases)》 12월호에 보고했다.
배꼽 주변에 혹 생겨 수술⋯탈장은 없었다
환자는 콩고민주공화국 킨샤사 출신의 20대 후반 여성이다. 복통으로 프랑스 아라스병원 응급실을 찾았을 때 열은 없었지만 배 일부가 붉게 변해 있었다. 의료진은 피부의 세균 감염을 의심해 일주일간 항생제를 처방했다.
그렇지만 2주 뒤에도 통증이 가라앉지 않았고 배꼽 주변에는 혹까지 생겼다. 의료진은 '교액성 배꼽탈장'을 의심해 수술했다. 배 속 장기나 지방이 배벽의 틈에 끼어 혈액 공급까지 막히는 응급질환이다.
수술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탈장은 없었다. 대신 배꼽 주변 피부 아래에 생긴 낭종(주머니 모양의 병변)에서 길이 2cm의 흰 기생충이 나왔다.
현미경 관찰과 유전자 검사 결과, 뱀에 기생하는 오각충류의 일종인 '아르밀리페르 아르밀라투스'로 확인됐다. CT에서는 15mm 크기의 낭종만 보였고 다른 병변은 발견되지 않았다.
뱀고기 먹은 경험⋯10년 넘게 몸속에 있었을까?
이 기생충은 비단뱀 등 뱀의 호흡기에 산다. 사람은 날것이나 덜 익힌 뱀고기를 먹거나, 기생충 알에 오염된 음식·물을 섭취해 감염될 수 있다. 몸속에 들어온 유충은 주로 복막이나 간 등에 자리 잡는다. 감염돼도 대부분 증상이 없으며, 이번처럼 피부 아래에서 발견되는 경우는 드물다.
여성은 고향 킨샤사에서 뱀고기를 먹었고 집 텃밭에서도 뱀을 자주 봤다고 말했다. 15세에 프랑스로 이주한 뒤에는 뱀과 접촉하거나 감염이 흔한 지역을 방문한 적이 없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기생충이 10년 넘게 몸속에 숨어 있었던 것일까. 연구진은 이런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감염 시점을 확정하지 못했다. 이 기생충의 유충은 보통 몇 년이 지나면 죽고 석회화하기 때문이다. 최근 다른 경로로 감염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의료진은 수술로 기생충을 제거한 뒤 구충제는 쓰지 않았다. 다른 기생충이 발견되지 않았고, 이 감염에 효과가 입증된 약도 없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뱀과 접촉했거나 뱀고기를 먹은 경험이 있다면 감염이 드문 지역에서도 이 기생충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예방하려면 뱀고기를 충분히 익혀 먹고, 기생충 알에 오염될 수 있는 음식과 물도 주의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