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1월 03일 (화)

물살 거슬러 헤엄치는 정자 골라낸다⋯FDA, 난임 시술기기 허가

미국 콘트라리오 메디컬 '사이페루스' 개발⋯운동성 좋은 정자 선별, 임신 성공률 향상 불확실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정자의 운동성을 이용한 선별 원리. 정액을 기기에 넣으면 내부에 액체 흐름이 형성되고, 운동성이 좋은 정자는 물살을 거슬러 헤엄쳐 다른 성분과 분리된다. 미국 FDA 허가를 받은 ‘사이페루스’의 기술 원리를 설명한 개념도로, 실제 기기 내부 구조와는 다를 수 있다. 그림=AI 생성

정자는 액체의 흐름을 거슬러 헤엄치는 특성이 있다. 이런 움직임을 이용, 난임 시술에 필요한 정자를 골라내는 의료기기가 미국에서 허가받았다. 별도의 액체 흐름을 만들어 운동성 있는 정자를 분리하는 원리를 적용했다.

미국 의료기기 기업 콘트라리오 메디컬은 정자분리기 '사이페루스(Cyperus)'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510(k) 허가를 받았다고 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기존 원심분리법과 무엇이 다른가

정액에는 움직임이 활발한 정자뿐 아니라 운동성이 떨어지거나 죽은 정자, 여러 세포와 물질이 섞여 있다. 난임 시술에서는 이 가운데 수정에 사용할 정자를 골라내야 한다.

그간 정액을 원심분리기에 넣고 빠르게 회전시켜 성분을 분리하거나, 정자가 배양액 속으로 직접 헤엄쳐 나오도록 하는 방법 등을 사용해 왔다.

정자분리기 '사이페루스' 사진=콘트라리오 메디컬

사이페루스는 다른 원리를 적용했다. 기기 내부에 설치한 두 개의 막으로 액체의 흐름을 만든다. 정자는 주변 액체의 흐름을 거슬러 헤엄치는 성질이 있는데, 이를 이용해 움직임이 있는 정자를 다른 성분과 분리한다.

이런 현상을 '주류성'이라고 한다. 정자가 액체의 흐름을 거슬러 방향을 잡고 이동하는 특성으로, 사람 정자를 이용한 실험에서도 확인됐다.

회사는 사이페루스가 밀폐된 일회용 기기이며, 기존 정자 준비 과정보다 작업 단계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자를 선별하는 구체적인 유속이나 분리 시간, 회수율은 공개하지 않았다.

또 액체 흐름을 이용하면 정자를 분리하는 과정에서 미세플라스틱 같은 작은 입자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

현미경으로 관찰한 사람의 정자. 미국에서 허가받은 정자분리기 '사이페루스'는 정자가 액체의 흐름을 거슬러 헤엄치는 특성을 이용해 운동성 있는 정자를 골라낸다. 해당 기기와 관계없는 정자 현미경 사진. 사진=Ajay Kumar Chaurasiya/위키미디어 공용(CC BY-SA 4.0)

운동성뿐 아니라 생존 여부·형태도 중요

난임 시술에서는 정자 선별 과정이 중요하다. 운동성이 좋고 살아 있는 정자를 충분히 확보해야 난자와 수정될 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임신에서도 정자가 여성의 생식기관을 지나 난자에 도달하려면 앞으로 나아가는 운동 능력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움직임이 좋다고 유전물질까지 건강하다는 뜻은 아니다. 의료진은 정자의 생존 여부와 머리·꼬리의 모양 등도 함께 살펴본다.

사이페루스로 분리한 정자는 난자와 정자를 몸 밖에서 수정시키는 체외수정, 정자 한 개를 난자에 직접 주입하는 미세수정, 정자를 자궁에 넣는 인공수정에 쓸 수 있다.

기존 유사 기술도 출산율 개선 근거 부족

운동성이 좋은 정자를 골라낸다고 해서 실제 임신 성공률까지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국제 의학연구 협력체인 코크란(Cochrane)은 지난 6월 2일 기존 임상시험을 종합해 정자 선별 기술의 효과를 평가한 연구를 발표했다. 이 가운데 미세한 액체 흐름을 이용한 정자 선별법을 평가한 임상시험은 여성 122명이 참여한 연구 1건이었다. 연구진은 이 기술이 실제 출산율을 높이는지 판단하기에는 근거가 매우 불확실하다고 평가했다.

물론 이 연구는 사이페루스 자체를 평가한 것은 아니다. 콘트라리오 메디컬도 이번 발표에서 기존 정자 분리법보다 임신율이나 출산율이 높아졌다는 임상 수치를 공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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