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6일 (월)

피로·부정맥 부르는 '희귀 콩팥병' 유전자 가위로 고칠 수 있을까

서울성모병원 연구팀 환자 줄기세포 교정해 키운 미니 콩팥서 '소금 통로' 정상 9할 회복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줄기세포에 정상 유전자를 넣고 미니 콩팥으로 키우는 과정. 이미지=서울성모병원

소금이 소변으로 줄줄 새는 희귀 유전병 환자의 줄기세포에 유전자 가위로 정상 유전자를 넣고 '미니 콩팥'으로 키웠더니, 소금을 나르는 통로가 정상에 가깝게 되살아났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은 신장내과 정병하 교수 연구팀(제1저자 가톨릭의대 장기이식연구소 임선우 박사)이 희귀 유전성 콩팥질환인 기텔만 증후군에서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26일 밝혔다. 국제신장질환기구(KDIGO) 학술회의 자료에 따르면 기텔만 증후군은 인구 약 4만 명당 1명꼴로 생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콩팥에는 소금(나트륨·염소)을 몸으로 되돌려 보내는 통로가 있다. 이 통로 단백질을 만드는 SLC12A3 유전자에 이상이 생기면 소금이 소변으로 너무 많이 빠져나간다. 그러면 칼륨과 마그네슘 같은 전해질이 모자라고, 불균형이 오래 이어지면 만성 피로와 무기력, 부정맥, 심정지, 근육 마비까지 올 수 있다.

원인 유전자를 바로잡는 치료법은 없다. 모자란 전해질을 채워주는 치료가 전부였다.

(왼쪽부터) 서울성모병원 신장내과 정병하 교수 , 가톨릭의대 장기이식연구소 임선우 박사. 사진=서울성모병원

연구팀은 서로 다른 돌연변이를 가진 환자 2명(15세 남성, 49세 여성)의 혈액으로 줄기세포를 만들고, 유전자 가위로 정상 SLC12A3 유전자 한 벌을 통째로 끼워 넣었다. 넣은 자리는 '세이프 하버'다. 다른 유전자의 기능을 건드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고장 난 부분을 하나씩 고치는 대신 멀쩡한 유전자를 통째로 추가하기 때문에 다양한 돌연변이에 적용할 수 있어 범용성이 높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렇게 교정한 줄기세포로 실제 콩팥의 구조와 기능 일부를 흉내 낸 미니 콩팥(오가노이드)을 키워 확인했다. 정상 미니 콩팥을 100으로 놓으면 소금 통로 단백질 양은 교정 전 환자 2명이 55와 59에 그쳤지만, 교정 후 89와 93으로 올라 정상의 약 9할 수준을 기록했다. 통로가 세포막에 실제로 자리 잡은 양도 교정 전 71과 63에서 95와 80으로 늘었다.

기능도 회복됐다. 혈압을 조절하는 호르몬 안지오텐신 II가 정상 콩팥에 작용하면 소금 통로를 활성화하는 신호 경로가 가동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교정 전 미니 콩팥은 이 호르몬을 가해도 신호 경로가 반응하지 않았지만, 교정 후에는 정상처럼 다시 반응했다. 통로를 억제해 소금을 소변으로 내보내는 티아지드 계열 이뇨제에도 다시 반응했다. 약 농도에 비례해 세포 속 나트륨이 줄었다. 연구팀은 정상 유전자가 단백질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소금을 옮기는 기능까지 되살렸다고 평가했다.

다만 아직은 환자 세포와 미니 콩팥에서 가능성을 확인한 단계다. 정병하 교수는 "이번 연구는 유전자 교정 기술과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 콩팥 오가노이드 기술을 결합해 유전성 콩팥질환의 근본적인 치료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는 환자 유래 세포와 콩팥 오가노이드에서 가능성을 확인한 개념증명 단계로서 향후 유전자 전달 기술과 생리적인 유전자 발현 조절 기술을 발전시키고, 동물모델 등에서 장기간 안전성과 효과를 검증하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에는 가톨릭의대 장기이식연구소와 신장내과 연구진, 성균관대 삼성융합의과학원 이재영 교수 연구팀이 참여했고, 한국연구재단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지원을 받았다. 연구 결과는 줄기세포 분야 국제학술지 ‘Stem Cell Research & Therapy(줄기세포 연구 및 치료)'에 2026년 10월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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