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광암은 종양을 제거한 뒤에도 재발이 잦다. 방광 안에 약을 넣는 치료까지 효과가 없으면 방광을 제거하는 수술을 고려해야 할 수도 있다. 이런 환자 일부에게 쓸 수 있는 면역치료제의 적용 대상이 넓어졌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미국 바이오기업 이뮤니티바이오(ImmunityBio)의 면역치료제 '안크티바(Anktiva·노가펜데킨 알파 인바키셉트)'의 적용 대상을 확대했다고 14일(현지시간) 밝혔다.
기존 BCG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성인 비근침윤성 방광암 환자 가운데 고등급 유두상 종양만 있는 환자도 치료받을 수 있게 됐다. FDA가 이 환자군을 대상으로 승인한 첫 치료제다.
비근침윤성 방광암은 암이 방광 안쪽 점막이나 그 아래 조직에 생긴 상태로, 근육층을 침범한 방광암과 구분한다. 재발이 잦은 것이 특징이다.
덴마크에서 환자 2만1037명을 분석한 연구에서 진단 후 5년간 누적 재발률이 44%에 달했다. 다만 재발 위험은 종양의 악성도와 치료법 등에 따라 달라진다.
결핵 예방에서 방광암 치료까지⋯BCG 활용 50년의 역사
방광암 치료에는 결핵 예방백신으로 알려진 BCG도 사용한다. BCG는 독성을 약화한 소 결핵균을 이용한다.
결핵 예방접종과 기본 원리는 같지만, 예방접종용 백신을 그대로 쓰지는 않는다. 방광암 치료용으로 따로 만든 BCG 제제를 요도에 삽입한 관을 통해 방광 안에 주입한다. BCG는 방광 점막에서 면역반응을 일으켜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돕는다.
BCG를 방광암 치료에 활용한 임상 연구는 1976년 처음 발표됐다. 이후 약 50년 동안 재발 위험이 높은 비근침윤성 방광암의 주요 치료법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BCG를 투여해도 암이 남아 있거나 재발하는 환자가 있다. 이들에게는 다른 치료법이 필요하다.
안크티바는 면역반응을 조절하는 단백질인 인터루킨-15(IL-15)의 수용체에 작용하는 약이다. 암세포를 공격하는 자연살해(NK)세포와 T세포의 활동을 강화한다. BCG와 함께 방광 안에 주입하며, 처음 6주 동안 주 1회 투여한다. 이후 치료 반응에 따라 추가로 투여할 수 있다.
FDA는 2024년 4월 안크티바를 방광 점막을 따라 암세포가 납작하게 자라는 상피내암(CIS) 환자에게 처음 승인했다. 유두상 종양이 함께 있는 환자도 포함됐다. 이번에는 상피내암 없이 고등급 유두상 종양만 있는 환자까지 치료 대상을 넓혔다. 유두상 종양은 방광 안쪽으로 작은 돌기처럼 자라는 암이다. 이 가운데 고등급 종양은 재발하거나 진행할 위험이 높다.
기존 승인 근거인 'QUILT-3.032' 임상시험에서는 상피내암 환자 77명 중 62%가 완전반응(CR)을 보였다. 완전반응은 치료 후 검사에서 고등급 암이 더 이상 확인되지 않는 상태를 뜻한다. 완전반응을 보인 환자 가운데 58%는 이러한 상태를 12개월 이상 유지했다.
종양 제거 후 3년까지 추적⋯재발·진행 여부 확인
같은 임상시험에 참여한 고등급 유두상 종양 환자 80명의 결과도 있다. 수술로 눈에 보이는 종양을 제거한 뒤 안크티바와 BCG를 투여한 결과, 12개월 무병생존율(DFS)은 58.2%, 36개월 무병생존율은 38.2%를 기록했다. 무병생존율은 암의 재발이나 진행, 사망 등 연구에서 정한 사건 없이 지낸 환자의 비율을 말한다.
미국 밴더빌트대 메디컬센터 샘 창 교수 등이 참여한 이 연구는 비교군 없이 치료받은 환자들을 추적했다. 따라서 다른 치료법보다 효과가 뛰어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연구 결과는 지난해 9월 16일 온라인으로 공개됐으며, 올해 1월 《비뇨기학 저널(The Journal of Urology)》에 실렸다.
FDA는 이번 승인에서 기존 상피내암 환자의 치료 효과를 새로운 환자군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두 암은 자라는 형태가 다르지만 임상적·생물학적 특성이 상당 부분 겹친다는 점을 근거로 삼았다.
안크티바 치료 후 배뇨통, 빈뇨(잦은 소변), 혈뇨, 요로감염, 발열과 오한 등이 보고됐다.
FDA는 암이 계속 남아 있거나 재발하는데도 방광 제거 수술을 늦추면 암이 전이돼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