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에 탄 갈색 피부가 오래 유지되는 줄 알았던 여성이 극심한 피로와 체중 감소를 겪다 병원에서 살 수 있는 시간이 3일 밖에 남지 않았다는 말을 들은 사연이 전해졌다. 알고 보니 피부색 변화는 부신에서 호르몬이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는 희귀질환인 ‘애디슨병’의 증상이었다.
영국 매체 미러 등 보도에 따르면 건지섬에 사는 빅토리아 올리버(40)는 여름에 탄 피부가 몇 달째 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더운 지역으로 휴가를 다녀온 적도 없었지만 피부가 건강한 구릿빛으로 변한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피부색이 짙어졌고, 하루 최대 20시간씩 잠을 잘 정도로 극심한 피로에 시달렸다. 관절 통증까지 심해졌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건강 상태는 빠르게 나빠졌다. 관절이 너무 아파 생수병 뚜껑조차 열 수 없었고, 음식을 먹으면 토하기 일쑤였다. 짠 음식이 계속 당겼으며 손과 흉터 부위는 때가 낀 것처럼 갈색으로 변했다. 체중도 6주 만에 약 19kg이나 줄었다.
빅토리아는 "딸과 함께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늘 잠만 잤고 체중도 빠르게 줄었다"고 회상했다. 결국 눈까지 노랗게 변해 병원을 찾았고, 의료진으로부터 살 수 있는 시간이 사흘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는 말을 들었다.
빅토리아는 앞서 고관절 관절염을 제때 치료하지 못해 패혈증을 겪은 적이 있었다. 이후 여러 증상이 나타났지만 패혈증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2018년 5월 응급실을 찾았을 당시 의료진은 처음에 뇌수막염, 이후에는 뇌염으로 진단했다.
약 8주 동안 여러 검사를 받았지만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했다. 같은 해 8월 어머니의 친구가 소개한 의사가 '애디슨병'을 의심하면서 병의 정체가 밝혀졌다.
애디슨병은 부신에서 코르티솔과 알도스테론 호르몬을 충분히 만들지 못하는 질환이다. 의료진은 앞서 겪었던 패혈증이 발병의 계기가 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빅토리아는 스테로이드 치료를 시작한 지 약 20분 만에 손의 통증이 줄어들고 머리가 맑아지는 변화를 느꼈다.
이후 호르몬 보충 치료를 받으며 건강을 회복했다. 치료 과정에서 난자의 질이 낮아 앞으로 아이를 더 낳기 어려울 것이라는 말도 들었지만, 세 살 된 딸을 다시 돌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얼마 뒤 구토와 심한 피로가 다시 나타났다. 빅토리아는 병이 악화된 것으로 생각했지만 검사 결과는 뜻밖에도 임신이었다. 임신 14주 차 초음파 검사에서는 쌍둥이를 임신했다는 사실까지 확인됐다.
그는 2019년 1월 6일 건강한 쌍둥이 딸을 출산했고, 현재 세 딸의 엄마로 살아가고 있다. 빅토리아는 죽음 문턱까지 간 자신의 경험을 SNS에 공유하면서, 인생이 완전히 무너졌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희망을 전했다.
피부색 짙어지고 극심한 피로까지…희귀질환 ‘애디슨병’이란?
애디슨병은 신장 위에 있는 부신에서 코르티솔과 알도스테론 호르몬을 충분히 만들지 못하는 희귀질환이다. '원발성 부신기능저하증'이라고도 부른다.
코르티솔은 혈압과 혈당을 유지하고 신체가 스트레스에 대응하도록 돕는 호르몬이다. 알도스테론은 체내 나트륨과 칼륨, 수분의 균형을 조절한다. 부신 기능이 떨어져 이들 호르몬이 부족해지면 혈압이 낮아지고 심한 피로와 체중 감소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대표적인 증상은 만성 피로, 근육 약화, 식욕 감소, 체중 감소, 복통, 메스꺼움, 구토, 관절 통증 등이다. 짠 음식을 자주 찾거나 일어설 때 어지러움을 느끼기도 한다. 피부가 갈색으로 짙어지는 색소침착도 특징적인 증상이다. 손가락 관절과 팔꿈치, 무릎, 피부 주름, 흉터, 입술과 구강 점막 등에 색소침착이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다. 증상이 서서히 진행돼 단순 피로나 다른 질환으로 오인하기 쉽다.
애디슨병의 주요 원인은 면역체계가 자신의 부신 조직을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결핵 등 감염성 질환이나 부신 출혈, 암의 부신 전이 등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 병이 악화되면 혈압이 급격히 떨어지고 심한 구토와 복통, 의식 저하가 나타나는 '부신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부신 위기는 감염이나 수술, 심한 신체적 스트레스 등으로 코르티솔 필요량이 증가할 때 발생할 수 있으며, 치료가 늦어지면 쇼크나 사망에 이를 수 있어 신속한 응급치료가 필요하다.
국내에서도 애디슨병 환자가 보고되고 있다. 《내분비학과 대사(Endocrinology and Metabolism)》에 발표된 국내 다기관 연구에서 우리나라 애디슨병 추정 유병률은 인구 100만 명당 4.2명, 연간 발생률은 인구 100만 명당 0.5명으로 나타났다. 진단 당시 평균 연령은 49세였으며 남성 환자가 여성보다 많았다. 연구진은 국내 원발성 부신기능저하증의 유병률이 서구 국가보다 낮다고 보고했다.
애디슨병은 혈액검사로 코르티솔과 부신피질자극호르몬(ACTH) 수치를 확인하고, 필요하면 ACTH 자극검사를 통해 진단한다. 치료는 부족한 호르몬을 약물로 보충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코르티솔을 대신하는 하이드로코르티손과 알도스테론을 대신하는 플루드로코르티손 등이 사용된다.
환자는 대체로 장기간 호르몬 보충 치료를 받아야 하며, 감염이나 수술 등으로 신체적 부담이 커지면 의료진의 지시에 따라 약물 용량을 조절해야 한다. 심한 구토로 약을 복용하지 못하거나 부신 위기가 의심되면 즉시 응급치료를 받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