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매 듀오 악뮤(AKMU)가 무대가 잘 보이지 않는 ‘시야제한석’을 특별한 선물로 바꿨다. 15만 원 상당의 좌석 일부를 시각장애인 팬들에게 무료로 제공한 것이다. 무대를 보는 데 제약이 있는 좌석을 음악과 현장의 열기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한 배려가 눈길을 끌고 있다.
악뮤는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 DOME에서 단독 콘서트 ‘소문의 낙원’을 개최했다. 이번 공연에는 시각장애인을 비롯한 문화 취약계층 300명이 무료로 초청됐다.
시야제한석은 무대 구조물 등에 가려 공연을 온전히 보기 어려운 좌석이다. 악뮤는 이러한 좌석의 특성을 고려해 시각장애인 관객들에게 공연을 경험할 기회를 마련했다.
공연이 끝난 뒤에는 초청 관객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감사 후기도 올라왔다. 작성자는 “정말 감사하고 황송하게도 악뮤 콘서트의 시야제한석을 그냥 비워두지 않고 우리 시각장애인분들을 초대해 주셨다”며 생애 처음으로 콘서트를 관람한 소감을 전했다.
콘서트는 화려한 조명과 무대 연출, 가수의 표정과 몸짓 등 시각적 요소가 중요한 공연이다. 하지만 음악을 즐기는 데 반드시 눈으로 무대를 봐야 하는 것은 아니다. 소리는 귀뿐 아니라 몸으로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귀로 듣지 못하는 저음도 몸은 느낀다

사람들이 콘서트장을 찾는 이유는 단순히 가수를 직접 보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공연장을 가득 채우는 음악과 관객들의 함성, 온몸을 울리는 진동 등 현장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생생한 분위기도 큰 즐거움이다.
특히 강한 베이스와 드럼 소리는 귀뿐 아니라 피부와 몸을 통해서도 감지할 수 있다. 저주파 진동이 바닥이나 의자 등을 통해 전달되면 몸으로 리듬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 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콘서트 현장에서 사람이 듣기 어려운 초저주파가 춤 동작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다.
연구진은 라이브 음악 공연 중 초저주파 스피커를 켜고 끄면서 관객의 움직임을 측정했다. 그 결과 초저주파가 추가됐을 때 관객의 춤 동작이 평균 11.8% 증가했다.
연구진은 사람이 의식적으로 듣기 어려운 낮은 주파수의 소리도 신체의 움직임과 리듬 반응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음악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청각뿐 아니라 신체 감각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귀로 듣는 음악, 뇌로 느낀다”…시각장애인의 특별한 감각

일부 시각장애인은 눈으로 무대를 보지 못하더라도 소리를 통해 비장애인보다 풍부한 음악적 경험을 할 수 있다. 일부 시각장애인에게서는 소리 정보를 처리하는 뇌의 작동 방식이 비시각장애인과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그 이유 중 하나로 ‘교차감각 가소성(Cross-modal Plasticity)’이라는 현상이 꼽힌다. 일반적으로 우리 뇌에는 눈으로 본 정보를 처리하는 영역과 귀로 들은 정보를 처리하는 영역이 있다. 그런데 선천적으로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은 시각 정보를 처리하던 뇌 영역이 소리와 같은 다른 감각 정보를 처리하는 데에도 활용되기도 한다.
실제로 국제학술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Nature Neuroscience)》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선천적으로 시각장애가 있는 사람은 말소리를 듣고 이해할 때 원래 시각 정보를 담당하던 뇌 영역도 함께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콘서트의 즐거움은 눈으로 보는 무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귀로 듣는 노래와 온몸으로 느끼는 진동, 함께 호흡하는 관객들의 함성도 공연을 완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한편 악뮤는 공연을 통한 나눔 활동을 꾸준히 이어왔다. 세브란스병원 심장병 환자 후원 행사에 참여했으며, 자립준비청년들을 공연에 초청하고 어린이병원 환아들을 위한 무대도 마련했다. 이번 시각장애인 관객 초청 역시 문화생활을 접하기 어려운 이들에게 공연을 경험할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