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육과 힘줄, 인대처럼 원래 뼈가 없어야 할 곳에서 뼈가 실제로 만들어지는 극희귀 유전질환이 있다. 비정상적인 골조직이 몸 곳곳에 쌓이면서 관절이 굳고 움직임이 점차 제한되는 진행성 골화섬유형성이상(FOP)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이 질환의 새로운 약을 승인했다. 이미 굳어진 조직을 원래 상태로 되돌리는 치료제는 아니지만, 앞으로 생길 비정상적인 뼈의 양을 줄일 수 있다.
FDA는 25일(현지시간) 미국 미룸 파마슈티컬스(Mirum Pharmaceuticals)의 ‘아테브리오즈(Atebrioz·zilurgisertib)’를 12세 이상 FOP 환자 치료제로 승인했다. 권장 시작 용량은 100mg으로 하루 한 번 복용한다. 신약허가신청(NDA)에 따른 신약 승인이다.
석회화와 달라⋯연부조직 안에 골조직 형성
FOP는 단순히 근육에 칼슘이 쌓여 딱딱해지는 석회화와는 다르다. 근육과 힘줄, 인대 같은 연부조직 안에 실제 골조직이 만들어진다.
정상 골격 밖에 이렇게 뼈가 생기는 현상을 의학적으로 ‘이소성 골화’라고 한다. ‘이소성’은 정상적인 위치가 아닌 곳에 생긴다는 뜻이다.
이 과정이 여러 부위에서 반복되면 관절 주변이 굳고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좁아진다. 턱 주변까지 진행되면 입을 벌리기 어려워지고, 척추나 가슴 부위가 영향을 받으면 걷거나 호흡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한국에서도 FOP는 질병관리청의 국가관리대상 희귀질환으로 등록돼 있다. 질병관리청 희귀질환 헬프라인은 국내 환자가 수십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뼈 만들라’ 신호 잘못 켜져⋯ALK2 억제가 치료 표적
그렇다면 왜 뼈가 없어야 할 곳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까.
FOP 환자 대부분은 ACVR1 유전자에 변이가 있다. 이로 인해 ACVR1 유전자가 만드는 ALK2 수용체가 비정상적으로 작동한다. 정상이라면 뼈 형성으로 이어지지 않을 자극에도 잘못 반응해 근육이나 힘줄, 인대에서 골조직을 만드는 과정이 시작될 수 있다. 쉽게 말하면 뼈가 없어야 할 곳에서 ‘뼈를 만들라’는 신호가 잘못 켜지는 셈이다.
아테브리오즈는 이 ALK2의 작용을 억제한다. 인사이트(Incyte)가 개발했으며, 미룸은 지난 4월 전 세계 개발·상업화 권리를 확보했다.
굳은 조직 되돌리는 약은 아냐⋯새 골화 줄이는 게 핵심
아테브리오즈가 이미 굳어진 조직을 정상적인 근육이나 힘줄로 되돌리는 치료제로 승인된 것은 아니다. FDA가 허가한 용도는 새로 생기는 이소성 골화의 전체 부피를 줄이는 것이다.
현재 FDA 승인을 받은 FOP 치료제 3종도 새로 생기는 비정상적인 뼈를 줄이는 데 초점을 둔다.
2023년 처음 승인된 ‘소호노스(Sohonos·팔로바로텐)’는 새로운 이소성 골화의 부피를 줄인다. 지난 8월 승인된 ‘파사트루(Pasatru·가레토스맙)’는 새로운 골화와 질환의 급성악화를 줄이는 약이다. 아테브리오즈 역시 새로 만들어지는 비정상적인 뼈의 양을 줄이는 치료제다.
세 약은 작용하는 지점이 서로 다르다. 그러나 이미 굳어진 조직을 원래 상태로 되돌리는 치료제로 승인된 약은 아직 없다.

63명 임상서 골화 부피 차이⋯최근 3년 새 치료제 3개
아테브리오즈의 효과는 12세 이상 FOP 환자 63명이 참여한 PROGRESS 2상에서 평가됐다. 32명은 아테브리오즈 100mg을 하루 한 번 복용했고, 31명은 위약을 먹었다.
연구진이 가장 중시한 대목은 24주 뒤 새 골화 병변이 생긴 환자의 비율이었다. 회사 발표에 따르면 아테브리오즈군에서는 1명(3.1%), 위약군에서는 5명(16.7%)에게 새 병변이 나타났다. 치료군에서 적었지만 통계적으로 뚜렷한 차이라고 볼 기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사전에 정한 주요 2차 평가변수에서는 더 큰 차이가 나타났다. 새로 생긴 병변의 평균 부피는 아테브리오즈군 0.003㎤, 위약군 6.57㎤로 치료군이 99% 이상 적었다.
전체 병변 부피도 24주 동안 치료군에서는 평균 3.24㎤ 줄었고 위약군에서는 24.64㎤ 늘었다. FDA도 전신 CT로 측정한 새 이소성 골화의 전체 부피 변화를 아테브리오즈의 효과를 판단하는 주요 근거로 제시했다.
안전성에서는 두통, 관절통, 상기도 감염, 코피, 메스꺼움 등이 흔하게 보고됐다. 임신 중에는 태아에 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FOP에 FDA 승인 치료제가 나온 것도 최근의 일이다. 첫 약인 소호노스가 허가된 것은 2023년 8월이다. 올해들어 8월 19일 파사트루가 두 번째 치료제로 승인된 데 이어 37일 만에 아테브리오즈가 세 번째로 허가됐다.
여러 제약사가 오랜 기간 서로 다른 표적을 겨냥해 비정상적인 골형성을 막는 치료제를 연구해왔고, 그 성과가 최근 잇따라 FDA 승인으로 나타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