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에 들어갔는데 이유를 기억하지 못하거나 누군가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거나, 방금 테이블 위에 놓았던 열쇠를 잃어버리거나 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일이다. 가끔 깜빡하는 것은 인생의 정상적인 한 부분이다.
하지만 이런 작은 기억 상실이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게 되면 이는 더 큰 건강 문제를 드러내는 것일 수 있다. 기억력이 떨어져 기억해야 할 무언가를 잘 잊어버리는 것, 즉 건망증과 대뇌 신경 세포의 손상 등으로 인해 지능, 의지, 기억 따위가 지속적, 본질적으로 상실되는 질환인 치매 사이에는 차이점이 있다.
전문가들은 “‘깜빡하는 일이 있느냐’보다 기억 문제가 일상생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가 일반적인 건망증과 치매의 중요한 차이”라고 말한다.
건망증과 치매의 차이점
건망증은 기억 능력에만 문제가 있을 뿐 다른 인지 능력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 건망증이 심한 사람은 조금 불편할 뿐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받지는 않는다. 반면에 치매는 기억력 장애 외에도 공간 지각력, 계산 능력, 판단 능력 등이 떨어지고 정상 생활이 어렵게 된다.
기억력만 놓고 볼 때도 차이점이 있다. 건망증 환자는 최근 일어난 일에 대해 자세한 부분을 기억하지 못할 뿐 전체적인 것은 알고 있는 것이 보통이다. 귀띔을 해주면 잊었던 사실을 대부분 기억해낸다. 이런 건망증은 시간이 지나도 눈에 띄게 악화되지는 않는다.
이에 비해 치매가 발생하면 사건이나 상황 전체를 잊는다. 지난 주 가족이 모인 사실 자체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다. 주변에서 슬쩍 알려줘도 이를 부정한다.
예를 들어 “지난 주말 친구들이 모임을 가졌는데 무슨 얘기를 나눴지? 누가 무슨 사정으로 못 왔더라?”라고 하면 건망증이다. 그러나 “뭐라고, 언제 모인 일이 있었어? 그런 적 없어”라고 하면 치매에 의한 기억 장애일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건망증은 언제부터 더 주의를 기울일 가치가 있는 대상이 되는 걸까. 전문가들은 “의사와 상의할 만한 네 가지 경고 신호가 있다”고 말한다.
무시해서는 안 되는 기억력 상실 징후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건망증이 더 자주 나타나면 염려가 되는 상황”이라며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주요 경고 신호를 꼽는다.
첫째 약속 자주 놓치기다. 정해진 약속을 잊어버려서 참석하지 못하거나 약속 시간을 지나쳐 버리는 일이 자주 발생하는 것이다.
둘째로는 익숙한 사람들의 이름 잊기다. 평소 자주 만나거나 잘 알고 지내던 사람의 이름이 갑자기 생각나지 않는 것을 뜻한다.
건망증은 이름이 순간적으로 생각나지 않지만 조금 있다가 떠오르거나 힌트를 들으면 “아, 맞다!”하고 기억한다. 반면에 치매가 시작되면 잘 알고 지내던 사람의 이름을 반복적으로 잊고 알려줘도 다시 기억하지 못하게 된다.
셋째 익숙한 곳에서 길을 잃는 것이다. 평소에 여러 번 다녀서 잘 알고 있던 장소에서 어디로 가야 하는지 갑자기 모르거나, 집이나 목적지로 가는 길을 찾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넷째 가족들이 알아차릴 정도로 자주 반복해서 말하는 것이다. 단순히 같은 이야기를 한두 번 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같은 말을 했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한 채 같은 질문이나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침에 딸에게 “오늘 몇 시에 병원 가니?”라고 물었는데 10분 뒤에 다시 같은 질문을 하거나 가족에게 어제 들었던 이야기를 오늘 다시 들려주면서 이미 이야기했다는 것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가족이 “그 이야기 아까 하셨어요”라고 알려줘도 잠시 후 다시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가벼운 건망증은 노화의 정상적인 일부일 수 있지만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기억력 저하는 특히 노인들에게서는 무시해서는 안 된다. 다른 경고 신호로는 단기 기억 문제가 자주 발생하거나 개인 소지품 관리를 못하거나, 청구서 납부를 못하는 것 등이 있다.
의심 증상 나타나면 먼저 해야 할 일
우리나라에서는 치매가 고령층에서 상당히 흔한 질환이다. 최근 국내 자료를 보면 65세 이상 노인의 약 10명 중 1명이 치매인 것으로 추정된다. 2023년 기준 65세 이상 치매 유병률은 약 10.1%였다.
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은 알츠하이머병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알츠하이머병은 전체 치매의 약 60~70%를 차지한다. 그밖에 혈관성 치매, 루이소체 치매, 전두측두엽 치매 등이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 노인성 건망증은 대부분 치매로 발전하지 않으므로 특별히 치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자신감을 갖고 적극적인 자세로 생활하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은 치매 위험 징후가 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가장 먼저 할 일은 치매라고 단정하지 말고 진료를 통해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가족과 함께 신경과 또는 정신건강의학과을 방문해 인지 기능 평가를 받아야 한다. 평소 생활을 잘 아는 가족이 함께 가면 의사에게 증상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 때 치매 이외의 원인도 확인해야 한다. 기억력 저하는 치매뿐만 아니라 우울증, 수면 문제, 약물, 갑상선 질환, 비타민 결핍 등에서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인을 확인하는 검사가 중요하다.
결국 전문가들은 기억력 문제를 조기에 평가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일부 근본 원인은 치료 가능하거나 심지어 되돌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기억력 문제의 근본 원인을 파악하고 치료를 받기 위해 바로 병원을 방문해 진단 받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