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제약사들이 사업을 떼었다가 붙이는 등 사업구조 재편에 나서고 있다. 전문성과 의사결정 효율을 높이고 회사의 자원을 핵심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연구개발(R&D)과 영업·마케팅 등 각각의 기능을 어느 조직에 두는 것이 유리한지를 놓고 제약사들의 셈법이 달라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최근 보령은 전문의약품(ETC) 영업·마케팅 등 커머셜 부문을 물적분할, 내년 1월 4일 보령파마솔루션(BPS)을 출범시킨다.
R&D와 생산, 영업을 한 회사에서 운영하면서 발생했던 품목 선정, 인사·평가, 자원 배분의 제약을 줄이기 위한 결정이다. 보령은 R&D·생산·글로벌 사업에 집중하고, 신설 BPS는 국내 영업·마케팅·사업개발(BD)·유통을 독립적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BPS는 자체 제품뿐 아니라 외부 도입제품까지 시장 수요와 영업 경쟁력을 기준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영업에 특화된 인사·보상체계와 독자적인 예산 배분 체계를 운영할 계획이다. 보령은 2030년까지 자체 제품 26건과 도입제품 16건을 추가할 계획인 만큼 확대되는 포트폴리오를 전문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체계를 구축한다는 설명이다.
보령이 전문화를 위해 사업을 떼어내는 것과 달리 별도 법인으로 분리했던 사업을 다시 본체에 가져오는 제약사도 있다. 동아쏘시오홀딩스는 2013년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분리했던 동아제약을 13년 만에 다시 품는다. 동아제약의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을 사업지주회사에 내재화하고, 의사결정 구조를 일원화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휴온스는 바이오 R&D 자회사 휴온스랩과 합병을 추진했지만 지난달 합병 결정을 철회했다. R&D 역량을 내재화하려던 계획이었지만 주주 반대와 주가 하락에 따른 합병가액과 시가의 괴리 확대 등 부담이 커지면서다.
이에 앞서 지난 6월 신약 R&D 자회사 유노비아를 흡수합병한 일동제약의 사례도 눈에 띈다. 2023년 11월 R&D 부문을 물적분할해 유노비아를 출범시킨 지 약 2년 반 만이다. 당시 신약개발 부문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 R&D를 분리했지만, 이번에는 인적·물적 자원의 효율적 결합과 경영효율성 증대, 신약 R&D 파이프라인 내재화를 위해 다시 합치는 쪽을 선택했다.
유노비아의 연구개발 기능이 다시 일동제약에 편입되면서 일동제약 자체의 R&D 투자 규모와 비중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노비아 분사 이후 일동제약의 연구개발비는 2023년 974억원에서 지난해 365억원으로 줄어든 상태였다.
반대로 종근당은 R&D 기능을 별도 전문법인으로 세분화하고 있다. 지난해 신약개발 전문회사 아첼라를 설립한 데 이어 올해 R&D 전문 자회사 뉴라테온을 출범시켰다. 일동제약이 R&D 자회사를 본체로 다시 가져온 것과 달리 연구개발 기능을 전문회사로 세분화하는 전략이다.
최근 제약사들의 사업구조 재편은 같은 ‘전문화’와 ‘효율성’을 목표로 하면서도 정반대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독립적인 의사결정과 성과책임을 강화할 필요성이 큰 사업은 별도 법인으로 떼어내는 반면, 전사적인 자원 배분과 사업 간 연계가 중요하다고 판단한 사업은 다시 본체로 가져오는 선택도 나타난다.
같은 R&D 기능을 두고도 일동제약은 재통합을, 종근당은 전문법인화를 택했다. 결국 사업을 떼어낼지 다시 합칠지는 사업의 종류뿐 아니라 각 회사의 전략과 상황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