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미용기기 기업 원텍이 병·의원 중심의 B2B 시장을 넘어 글로벌 홈뷰티 시장도 성공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병원과 의료진이라는 제한된 고객을 넘어 의료기기에서 축적한 기술과 임상 신뢰도를 소비자 시장으로 확장해 새로운 성장 영역을 구축했다.
서영석 원텍 CTO는 15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주관한 ‘메드텍 인사이트 2026’ 뷰티테크 이노베이션 포럼(BeautyTech Innovation Forum)에서 ‘홈뷰티 디바이스로 세계를 두드리다’를 주제로 발표하며 원텍이 B2C 시장 진출을 결정한 배경과 사업화 과정을 공개했다.
올리지오로 성장한 원텍…B2B 시장의 한계 고민
원텍은 고주파(RF) 에너지를 이용한 비침습 리프팅 장비 ‘올리지오’를 비롯해 집속초음파(HIFU) 기반 ‘타이탄’, 피코레이저 ‘피코케어’, 프락셔널 레이저 ‘라비앙’ 등을 보유한 의료미용기기 기업이다.
원텍의 기존 사업은 장비를 판매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장비 설치가 늘어나면 팁과 카트리지 등 소모품 판매가 뒤따르고, 향후 업그레이드나 추가 장비 판매로 이어지는 구조다. 회사는 시장 수요 발굴부터 플랫폼 기술 제품화, 임상을 통한 신뢰 확보, 장비·소모품·치료 프로토콜·임상 교육을 아우르는 솔루션 제공까지 연결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키워왔다.
문제는 B2B 시장 자체가 가진 구조적 한계다. 전 세계 병원과 클리닉 수에는 물리적인 제한이 있다. 의료기기 한 대를 판매하면 다음 장비를 팔기 위해 재구매나 업그레이드 시점까지 기다려야 한다. 팁과 카트리지 등 소모품을 통한 반복 매출도 가능하지만 의료진 한 명이 사용할 수 있는 양에는 한계가 있다.
반면 소비자 시장에는 병원이라는 물리적 경계가 없다. 원텍이 제시한 시장조사 자료에 따르면 AI와 디지털 기술이 결합된 글로벌 뷰티테크 시장은 2024년 662억달러에서 2030년 1729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 성장률은 17.9%에 달한다.
“이 기술로 가정용 제품은 없나요?”…해외에서 먼저 온 신호
원텍이 B2C 시장을 검토하게 된 데는 실제 현장에서 감지된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서 CTO에 따르면 해외 대리점과 파트너들로부터 “이 기술로 만든 가정용 제품은 없느냐”는 문의가 반복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병원에서 사용되던 미용기술을 소비자가 집에서도 이용하려는 수요가 나타난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미 선행 사례도 등장했다. 원텍은 가정용 레이저 제모기 기업 ‘트리아뷰티(Tria Beauty)’를 사례로 들었다. 의료용 레이저 기업 루메니스 출신 개발진이 창업한 이 회사는 2008년 세계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가정용 레이저 제모기를 출시했고 이후 성장해 2024년 뷰티테크그룹(Beauty Tech Group)에 인수됐다.
병원을 찾는 대신 집에서 피부와 외모를 관리하려는 홈케어 수요가 확산하는 것도 변화의 배경이다. 전문 의료기관에서 사용되던 기술이 출력과 사용 방식 등을 소비자 환경에 맞게 변형해 홈뷰티 시장으로 이동하면서 의료미용기기와 일반 미용기기의 경계도 넓어지고 있다.
회사 내부에서도 찬반…“의료기기 신뢰 희석될 수도”
그렇다고 B2C 진출 결정이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회사 내부에서는 연구개발(R&D) 자원이 B2B와 B2C 두 시장으로 분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전문가용 의료기기로 쌓은 브랜드 신뢰도가 소비자용 제품 진출로 희석될 가능성도 거론됐다. 무엇보다 화장품은 기존 의료기기 사업과 개발·인허가·생산 구조가 다른 새로운 영역이라는 점이 부담이었다.
반대편에는 성장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병원과 의료진을 대상으로 하는 기존 사업만으로는 반복 매출 확대에 구조적인 한계가 있는 만큼 소비자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축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의료기기 사업을 통해 쌓은 임상 신뢰도를 소비자 시장에서 차별화된 브랜드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B2C 진출에 힘을 실었다.
글로벌 시장 공략은 성공적이었다. 회사가 이날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1153억원이던 매출은 2025년 1568억원으로 36% 증가했다. 수출 비중은 2025년 기준 70%에 달했고, 글로벌 인허가도 32개국에서 누적 264건 이상 확보했다. 최근 4년 평균 영업이익률은 34.1%다. 2026년 상반기에도 매출 877억원, 영업이익 223억원, 영업이익률 25.4%를 기록했다.
단순히 ‘가정용 의료기기’ 만드는 것 아냐…화장품까지 동시 개발
원텍이 그리는 B2C 사업은 기존 병원용 장비를 단순히 작게 만들어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서 CTO는 “홈뷰티 디바이스와 화장품을 함께 개발해 소비자가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또 다른 장벽이 있었다. 의료기기 R&D 조직에는 RF·레이저·HIFU 등의 기술과 하드웨어 개발 경험이 있지만 화장품 처방과 안전성 시험, 관련 인허가 경험은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원텍은 전문 ODM 기업과 협력해 화장품 처방 개발 기간을 단축하는 방식을 택했다.
개발 조직도 다시 설계했다. 디바이스 출력과 소재뿐 아니라 함께 사용하는 화장품의 흡수율과 pH 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존 하드웨어 중심 개발 프로세스만으로 대응하기 어려워 별도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디바이스와 화장품의 출시 시점도 맞춰야 한다. 각각의 인증과 양산 일정이 어긋나면 한쪽 제품만 먼저 출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개발 트랙의 마일스톤을 하나의 일정표로 통합해 관리하는 이유다.
이는 단순한 제품 확장보다 ‘결합상품’에 가깝다. 디바이스와 함께 사용하는 화장품을 연결함으로써 일회성 기기 판매 이후에도 소비자와 접점을 유지하고 반복 구매를 만들어내겠다는 것이다. 병원용 장비에서 구축한 ‘장비와 소모품’ 모델을 소비자 시장에서는 ‘홈뷰티 디바이스와 화장품’ 형태로 확장하는 셈이다. 결국 원텍이 B2C 시장을 선택한 것은 기존 B2B 사업을 버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병원에서 검증한 기술을 소비자의 일상으로 가져오기 위한 확장 전략에 가깝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