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돌 전까지만 해도 열성경련뿐 아니라 비열성경련도 자주 일어났습니다. 언제 경련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정말 컸어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잘 때도, 깨어 있을 때도 24시간 아기 옆에 붙어 있어야 하다 보니 일상생활을 유지하기도 힘들었고요.”
드라벳증후군을 앓는 네 살 딸을 둔 A씨는 아직 아이에게 바다를 보여주지 못했다. 아픈 아이와 장거리를 이동하는 것도 부담인 데다, 바닷가 근처에서는 위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병원을 찾기 어렵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월급의 대부분은 아이의 약값과 치료비로 나갔다.
A씨는 “제가 바라는 건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우리 아이와도 평범한 일상을 누리며 사는 것”이라며 “최근 드라벳증후군에 대한 연구와 다양한 치료 접근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환자와 가족을 위한 더 나은 환경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드라벳증후군은 전 세계적으로 1만~2만 명당 1명꼴로 발생하는 희귀질환이다. 주로 생후 1세 전후에 발병하며 발작이 평생 지속될 수 있는 난치성 뇌전증이다. 국내 환자는 약 150명으로 추산된다. 잦은 중증 발작과 발달 지연을 동반하며 일반 뇌전증 환자보다 돌연사 위험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뇌전증 돌연사(SUDEP)는 드라벳증후군 환자의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로 보고되고 있다.
드라벳증후군 환자들은 반복적인 발작뿐 아니라 인지기능 저하, 운동발달 지연, 수면장애, 언어장애 등 다양한 동반 증상을 겪을 수 있다. 이에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통해 발작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드라벳 증후군 치료제 ‘핀테플라액(펜플루라민)’에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핀테플라는 지난해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최초 드라벳증후군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이후 허가·평가·협상 연계제도 2차 시범사업을 거쳐 이달 1일부터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됐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급여 적용으로 환자 1인당 연간 약 1억 원에 달하던 의료비 부담은 약 1000만 원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급여 대상은 발프로에이트, 클로바잠 등을 포함한 3종 이상의 기존 항뇌전증약을 충분한 내약 용량으로 투여했음에도 최초 항뇌전증약 투여 시점과 비교해 발작 빈도가 50% 이상 감소하지 않은 2세 이상 환자다.
한국유씨비제약은 핀테플라액의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기념해 15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회사는 급여 적용을 계기로 달라지게 될 국내 드라벳 증후군 치료 환경과 핀테플라의 치료적 가치를 소개했다.
‘드라벳증후군 치료의 진전: 핀테플라가 제시하는 새로운 치료 기회’를 주제로 발표한 임병찬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핀테플라는 세로토닌 신호전달계와 시그마-1 수용체를 동시에 조절하는 차별화된 이중 기전을 가진 치료제”라며 “세 건의 3상 임상시험에서 위약과 비교해 월간 경련성 발작 빈도를 약 54~65% 더 감소시켰으며 최대 3년간 장기 투여한 연구에서도 발작 감소 효과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연구에 따르면 효과 분석 대상 환자의 약 64%는 치료 전과 비교해 한 달 동안 발생하는 경련성 발작 횟수가 절반 이상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급여 적용으로 드라벳증후군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선택지가 추가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발작 너머의 변화를 바라보다: 핀테플라의 치료 가치와 국내 임상 적용’을 주제로 내용을 전한 양동화 고대구로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임상시험에서는 발작 부담 감소뿐 아니라 인지·행동·수면 등 일상 기능 전반에서도 개선 가능성이 확인된 바 있어, 향후 국내 진료 현장에서도 이러한 변화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치료 효과를 판단할 때도 발작 횟수만이 아니라 무발작 기간, 응급약 사용 빈도, 그리고 가족의 돌봄 부담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며 “급여 적용을 계기로 더 많은 환아와 가족이 핀테플라를 통해 실질적인 변화를 경험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