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09일 (수)

“평생 약 대신 한 번 치료?”⋯FDA, ‘몸속 유전자편집’ 치료제 우선심사 지정

인텔리아 ‘론보-z’, 3상서 월평균 부종 발작 87% 감소⋯승인 땐 세계 첫 ‘체내 유전자 가위’ 치료제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 40 Erie Street에 있는 인텔리아 테라퓨틱스 사옥. 이 회사는 몸속에서 직접 유전자를 편집하는 유전성 혈관부종 치료제 ‘론보-z’를 개발하고 있다. 이곳은 최근까지 회사의 본사로 사용됐다. 사진=인텔리아 테라퓨틱스

평생 약을 먹거나 주사를 맞아야 하는 희귀질환을 한 번의 유전자편집 치료로 억제할 수 있을까.

환자의 세포를 몸 밖으로 꺼내지 않고 몸속에서 바로 유전자를 바꾸는 치료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우선심사에 들어갔다.

미국 바이오기업 인텔리아 테라퓨틱스는 유전성 혈관부종(HAE) 치료제 ‘론보-z(lonvo-z·lonvoguran ziclumeran)’의 생물의약품 허가신청(BLA)을 FDA가 접수하고 우선심사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8일(현지시간) 밝혔다. 심사 목표일은 2027년 3월 10일이다.

우선심사는 승인을 뜻하지 않는다. 중증 질환 치료에 중요한 개선 가능성이 있는 의약품을 FDA가 일반 심사보다 빠르게 검토하는 절차다.

유전성 혈관부종은 피부와 장, 기도 등이 갑자기 심하게 붓는 발작이 반복되는 희귀 유전질환이다. 얼굴이나 팔다리가 붓고 심한 복통이 생길 수 있다. 기도가 부으면 호흡이 막혀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치료는 발작이 생겼을 때 부종을 가라앉히는 방법과 발작을 미리 막는 예방치료로 나뉜다. 장기 예방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약을 정기적으로 먹거나 주사를 맞아야 한다.

DNA 목표 지점 찾아 자르는 ‘유전자 가위’

론보-z에는 ‘크리스퍼(CRISPR)/Cas9’ 유전자편집 기술이 쓰인다. 흔히 ‘유전자 가위’라고 부르는 기술이다.

길잡이 역할을 하는 RNA가 DNA의 목표 지점을 찾아가면 Cas9이라는 효소가 그 부위를 자른다. 세포가 잘린 DNA를 다시 잇는 과정에서 목표로 삼은 유전자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만드는 원리다.

인텔리아 테라퓨틱스가 제공한 론보-z(옛 개발명 NTLA-2002)의 체내(in vivo) CRISPR 유전자편집 작용 원리. 약물을 정맥으로 투여하면 지질나노입자(LNP)가 유전자편집 구성요소를 간세포에 전달하고, CRISPR/Cas9이 간세포의 KLKB1 유전자를 비활성화해 혈장 칼리크레인 생성을 줄이도록 설계됐다. 사진=인텔리아 테라퓨틱스

론보-z가 겨냥하는 것은 간세포의 ‘KLKB1’ 유전자다. 이 유전자는 혈액 속 프리칼리크레인을 만드는 데 관여한다. 프리칼리크레인이 활성화되면 칼리크레인이 되고, 칼리크레인은 브래디키닌 생성에 관여한다.

브래디키닌은 단백질이라기보다 아미노산 9개로 이뤄진 짧은 펩타이드다. 혈관 벽의 투과성을 높여 혈관 속 체액이 주변 조직으로 빠져나가게 한다. 유전성 혈관부종에서는 브래디키닌이 지나치게 많이 만들어져 피부와 장, 기도 등이 붓는다.

론보-z는 KLKB1 유전자가 작동하지 않도록 해 칼리크레인을 줄이고, 결국 브래디키닌이 과도하게 만들어지는 것을 막도록 설계됐다. 발작 때마다 약을 쓰는 대신 한 번의 치료로 부종 발작을 장기간 억제하는 것이 목표다.

한 번 투여로 월평균 발작 2.10회→0.26회

FDA 심사의 핵심 근거가 된 3상 ‘HAELO’ 연구에는 C1 억제제가 부족하거나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유형의 유전성 혈관부종을 앓는 16세 이상 환자 80명이 참여했다. C1 억제제는 브래디키닌이 지나치게 만들어지지 않도록 조절하는 단백질이다. 52명은 론보-z 50mg을 정맥으로 한 번 투여받았고, 28명은 위약을 받았다.

투여 5주째부터 28주째까지 월평균 부종 발작 횟수는 론보-z군 0.26회, 위약군 2.10회였다. 론보-z군에서 발작이 87% 적었다.

이 기간 발작이 한 번도 없고 다른 유전성 혈관부종 치료도 필요하지 않았던 환자는 론보-z군 62%, 위약군 11%였다.

론보-z군에서 비교적 자주 나타난 이상반응은 주입 관련 반응과 두통, 피로, 허리 통증, 상기도 감염 등이었다. 투여 후 28주까지 론보-z군에서는 중대한 이상반응이나 3등급 이상의 이상반응이 보고되지 않았다.

연구 결과는 6월 12일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발표됐다.

몸 밖에서 꺼내 편집하는 기존 치료와 무엇이 다른가

이미 FDA 승인을 받은 유전자편집 치료제 ‘카스게비(Casgevy)’는 환자의 혈액 줄기세포를 몸 밖으로 꺼낸 뒤 유전자를 편집해 다시 넣는다.

론보-z는 다르다. 약을 정맥으로 한 번 투여하면 간세포 안에서 직접 유전자편집이 일어나도록 설계됐다. 환자의 세포를 몸 밖으로 꺼내 별도로 편집하는 과정이 없다. 이를 ‘체내(in vivo) 유전자편집’이라고 한다.

론보-z가 FDA 승인을 받으면 회사 설명대로 세계 첫 체내 CRISPR 기반 치료제가 된다. 다만 아직은 허가 심사 단계다. 한 번의 유전자편집 효과가 얼마나 오래 이어질지, 장기간 지켜봤을 때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나타나지는 않을지 확인해야 한다. FDA의 우선심사 지정이 최종 승인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댓글 0
댓글 쓰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