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선을 날것으로 먹지 않고 만지는 것만으로 팔이 썩어 들어가는 치명적인 세균 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 최근 바닷물고기를 만지다가 감염된 72세 남성이 다섯 차례 수술 끝에 가까스로 팔을 지켜낸 사례가 보고됐다.
원인은 '비브리오 불니피쿠스(Vibrio vulnificus)' 균이 일으킨 '괴사성 근막염(세균 감염으로 피부 아래 조직과 근육 막이 썩는 질환)'이었다.
중국 산터우대 의과대학 제2부속병원 의료진에 따르면 남성은 바닷물고기 손질 뒤 왼팔에 이상 증상이 생겼다. 처음에는 팔이 붉어지고, 붓고, 뜨거운 열감과 함께 심한 통증이 나타났다. 상태는 빠르게 악화됐다. 감염이 전신으로 퍼져 패혈성 쇼크(감염으로 혈압이 급격히 떨어져 장기가 위험해지는 상태)까지 발생했다.
피부 상처 타고 파고드는 바다 세균
비브리오 불니피쿠스는 바닷물에 자연적으로 사는 세균이다. 국내에서는 '비브리오패혈증균'으로 불린다. 해산물을 섭취하지 않아도 피부 상처에 바닷물이나 날생선의 체액이 닿으면 몸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
이 균이 일으키는 괴사성 근막염은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르다. 감염된 조직이 빠르게 죽고 전신으로 퍼져 생명을 위협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비브리오 균 감염 환자 5명 중 1명은 사망한다. 일부 환자는 증상이 나타난 지 하루나 이틀 만에 숨질 정도다.
의료진은 "비브리오 균은 빠르게 진행하는 괴사성 근막염과 패혈성 쇼크를 일으킨다"며 "팔다리 절단이나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고, 특히 당뇨병이나 간 질환이 있는 사람은 치료가 더 어렵다"고 설명했다.
괴사된 조직 제거하는 수술 5차례… 겨우 팔 보존
의료진은 남성의 팔을 살리기 위해 썩은 조직을 잘라내는 '변연절제술'을 총 5차례 반복했다. 환자의 상태를 계속 확인하면서 감염된 조직을 조금씩 제거했다.
상처 부위에는 진공 장치를 붙여 고름과 분비물을 빼내는 치료를 함께 진행했다. 감염이 어느 정도 가라앉은 뒤에는 인공진피를 대고 환자의 피부를 이식했다. 치열한 치료 끝에 남성은 팔을 잘라내지 않고 건강을 회복했다.
의료진은 "환자 상태를 끊임없이 확인하며 단계적으로 감염 조직을 제거하고 상처를 재건한 덕분에 팔을 지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생선 다룰 땐 두꺼운 장갑 착용 권장
비브리오 감염을 막으려면 생선을 손질할 때도 주의해야 한다. 손에 상처가 있다면 날생선이나 해산물 체액에 직접 닿지 않아야 한다. 당뇨병이나 간 질환 등 만성 질환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두꺼운 장갑을 착용해야 한다.
만약 생선을 다룬 뒤 상처 부위가 붉어지거나 붓고 심한 통증이 생기면 즉시 병원으로 가야 한다. 빠른 항생제 치료와 수술만이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이 사례는 지난 8월 30일 국제 학술지 《프론티어스 인 서져리(Frontiers in Surgery)》에 게재 승인됐다. 최종 편집본은 아직 출판 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