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27일 (목)

“내 아이는 내가 지킨다!”…학교까지 나서는 부모, 왜 늘었나

지나친 개입은 자녀의 자기효능감, 우울에 영향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드라마 '참교육'에서 학부모가 교사에게 화를 내는 장면. 사진=드라마 '참교육'

부모가 자녀의 주위를 맴돌며 지나치게 간섭하거나 과잉보호하는 양육 방식이 개인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드라마 ‘참교육’에는 자녀의 자존감이 낮아질 수 있다며 교사에게 수학 문제를 앞에 나가 풀게 하지 말라고 요구하거나, 받아쓰기 오답 표시 방식까지 바꿔달라고 항의하는 학부모가 등장한다. “아이 아빠가 화가 많이 났다”며 교사를 압박하는 장면이 나왔다. 다소 과장된 설정처럼 보이지만 이와 비슷한 갈증은 실제 학교에서도 흔히 벌어지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공개한 사례에는 하교 지도 중 가까이 다가온 학생을 손으로 제지했다가 학부모의 아동학대 신고로 이어진 사건, 학생 상담 과정에서 한 교사의 표현이 문제가 돼 신고당한 사건 등이 담겼다. 일부 사건은 이후 법원이나 검찰에서 혐의가 인정되지 않았다.

교권침해 상담 절반이 학부모…갈등 커지는 학교

최근 교권침해 상담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체도 학부모다. 한국교총 《2025년도 교권 보호 및 교직 상담 활동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교총에 접수된 교권침해 상담 438건 가운데 학부모에 의한 피해가 45.4%로 가장 많았다. 2022년부터 4년 연속 가장 큰 비중이다. 특히 학부모 관련 피해 비율은 2024년 41.3%에서 2025년 45.4%로 높아졌다. 전체 상담 건수는 줄었지만, 학부모가 차지하는 비율은 오히려 커졌다.

학부모와의 갈등은 학생 지도 과정에서 두드러졌다. 2025년 학부모 관련 피해 199건 중 학생 지도 관련 상담이 125건으로 62.8%를 차지했다. 이 중 74건은 아동학대 신고와 관련됐다.

교육부 통계를 보면 지역교권보호위원회 개최 건수는 2020년 1,197건에서 2021년 2,269건, 2022년 3,035건, 2023년 5,050건으로 늘었다. 2024년에는 4,234건으로 전년보다 줄었지만, 코로나19 시기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부모의 자녀 보호는 왜 학교생활과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방향으로까지 커지게 된 걸까.

2022년부터 2025년까지 '학부모에 의한 피해'가 1위 차지. 사진=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아이 하나에 ‘올인’…부모의 개입은 왜 커졌을까?

자녀 수가 줄어들면서 한 아이에게 쏟는 부모의 시간과 비용, 관심이 커지는 양육 방식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교육과 출산 간의 연계성에 관한 거시-미시 접근》 보고서에서는 한 자녀 가정에서 부모의 시간과 경제력 등 양육 자원이 한 아이에게 집중되는 ‘올인(all-in)식 투자’로 설명했다. 연구진은 저출산과 높은 교육열로 한 자녀에게 더 많은 자원을 쏟는 양육 방식이 나타날 수 있다고 봤다.

한국 사회의 높은 교육열과도 영향을 미친다. 같은 보고서에서는 1985~2014년 지역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교육비가 높을수록 출산율이 낮아지는 경향을 확인했다. 별도로 진행한 심층면담에서는 부모가 자녀의 성공과 성취를 위해 많은 자원을 투입하려는 욕구가 자녀 수를 제한하는 선택과 연결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자녀에게 많은 시간과 에너지, 비용을 들이고 적극적으로 관여해야 한다고 여기는 태도를 ‘집중적 양육(intensive parenting)’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이화여대 대학원 논문 《한국판 집중적인 부모양육태도 척도 타당화》에서는 집중적 양육을 자녀 양육에 많은 자원을 투자하고 적극적으로 관여해야 한다고 믿는 태도로 설명했다.

집중적 양육의 배경에는 자녀를 잘 키워야 한다는 부담과 불안도 함께 존재할 수 있다. 건양대 연구 《한국심리학회지: 상담 및 심리치료》에 발표된 연구에서 만 6~12세 자녀를 둔 부모 13명을 심층 인터뷰해 양육 과정에서 경험하는 불안을 분석했다. 그 결과 부모 역할에 대한 불안과 지나친 책임감, 자녀에 대한 기대, 자녀 행동에 대한 염려 등이 주요 양육불안으로 나타났다.

대신 해결할수록 자기효능감 낮아져

부모가 자녀의 문제를 대신 해결하는 일이 반복되면 아이가 스스로 선택하고 판단할 기회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국내 연구에서도 헬리콥터 양육은 자녀가 자신의 능력을 믿는 정도나 정서 상태와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화여대 연구에서는 수도권 대학생 332명을 대상으로 헬리콥터 양육과 진로결정자기효능감의 관계를 살펴봤다. 진로결정자기효능감은 진로를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다고 믿는 정도를 의미한다. 연구 결과 부모의 헬리콥터 양육을 강하게 느낄수록 진로결정자기효능감은 낮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높은 경향을 보였다.

정신건강과의 관련성도 보고됐다. 연세대 연구팀은 서울·경기 지역 25개 대학의 학생 609명을 대상으로 헬리콥터 양육과 우울 등의 관계를 조사했다. 그 결과 부모의 헬리콥터 양육을 많이 경험했다고 인식한 학생일수록 우울 수준은 높고, 자신의 생각이나 요구를 표현하는 주장성 또한 낮은 경향으로 나타났다.

아이의 문제에 부모가 지나치게 개입하면 자기효능감이 낮아지고 우울 수준이 높아질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학교에서 문제 생겼다면부모는 언제 나서야 할까?

부모가 학교 문제에 관여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의 말을 듣자마자 부모가 대신 해결하는 것과, 상황을 확인한 뒤 필요한 만큼 돕는 것을 구분하는 일이다.

학교폭력예방교육지원센터의 학부모용 자료는 자녀가 학교에서 겪은 일을 털어놓을 때 먼저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감정과 상황을 살필 것을 안내한다. 부모가 곧바로 결론을 내리거나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 자녀가 어떤 도움을 원하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먼저라는 것이다.

그다음은 아이가 직접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지, 성인의 개입이 필요한 상황인지 구분해야 한다. 친구와의 일시적인 의견 충돌이나 스스로 의사를 표현해볼 수 있는 문제라면 부모가 바로 학교에 나서기보다 아이가 먼저 대응할 기회를 줄 수 있다. 반면 폭력이나 반복적인 괴롭힘처럼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이라면 보호자와 학교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자녀가 부당한 일을 겪었다면 부모가 나서는 건 당연하다. 다만 아이의 말을 듣고 곧바로 학교와 교사를 상대해야 할 문제로 만드는 것이 항상 최선인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아이가 스스로 풀어볼 수 있는 상황까지 부모가 대신 해결한다면, 아이가 부딪히고 넘어지며 성장할 기회을 빼앗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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