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27일 (목)

“MRI에 병변 심해 보여도 바로 수술 안 한다”⋯척추의사가 먼저 보는 3가지

부산 휴병원 박만규 병원장 “다리 근력·보행 능력·증상과 MRI 일치 여부 함께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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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가 아프다. 엉덩이부터 허벅지, 종아리도 저린다. 협착증 때문인지, 디스크 때문인지... 수술만이 해법인 것은 아니지만, 수술을 하더라도 진짜 핵심 병변이 어디에 있는 무엇인지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 그게 치료와 회복을 위한 첫 단추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MRI를 찍었더니 “척추관이 많이 좁아졌다”는 진단을 받았다. 어떤 환자는 “디스크가 크게 튀어나와 신경을 누르고 있다”는 말을 듣었다.

척추 수술을 결정할 때 MRI는 매우 중요한 자료다. 하지만 영상에서 병변이 심해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바로 수술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실제 수술 여부를 가르는 기준은 따로 있다. 부산 휴병원 박만규 병원장(국제척추내시경교육센터장)은 “수술을 결정하기 전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이 환자의 병변이 정말 수술이 필요한 상태인지 정확히 가려내는 것”이라고 했다.

박 병원장은 양방향 척추내시경(UBE·Unilateral Biportal Endoscopy)을 중심으로 국내외 의료진 교육과 학술활동을 해온 척추외과 의사다. 몸에 두 개의 작은 구멍을 낸 뒤 한쪽으론 내시경, 다른 한쪽으론 수술기구를 넣어 병변을 정밀 제거하는 최소침습(最小侵襲) 수술법. 절개와 조직 손상을 줄여 회복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UBE는 한국, 특히 부산권에서 다양한 적응증을 포괄할 정도로 발전해 전 세계로 역수출되고 있다.  2024년부터 멀리 부산까지 그를 찾아온 의사만 전세계에서 140명이 넘는다.

척추관협착증도, 디스크탈출증도 수술을 하기 위해선 몇 가지 사전 검토할 것이 있다. 박만규 병원장(사진 가운데)이 2023년 인도척추내시경학회에서 참가 의사들에 양방향척추내시경(UBE) 수술을 라이브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휴병원

그럴 때 박 병원장이 특별히 강조하는 것이 있다. “UBE 잘 하는 의사는 UBE를 많이 하는 의사라기보다, UBE가 필요한 환자와 아직 수술하지 않아도 되는 환자를 제대로 구분할 수 있는 의사”라는 것이다. ‘환자 선택(patient selection)’ 문제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수술기법이 발전하면서 UBE로 치료할 수 있는 범위도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가 수술 여부를 판단할 때 MRI와 함께 먼저 보는 것은 세 가지다.

다리 힘이 떨어지고 있는가, 걷는 능력이 얼마나 나빠졌는가, 그리고 환자의 증상과 MRI 병변이 실제로 맞아떨어지는가?

첫째, MRI보다 먼저 보는 것은 ‘다리 힘’

허리에 생긴 ‘요추 척추관협착증’(腰椎 脊椎管狹窄症, lumbar spinal stenosis)은 신경이 지나가는 척추관이 좁아지면서 다리가 저리거나 아프고, 오래 걷기 힘들어지는 퇴행성 척추질환이다. 주로 중·노년층에서 흔히 나타난다.

이때, 박 병원장이 먼저 확인하는 것은 ‘근력 저하’다. 다리 힘이 계속 떨어지거나 발목이나 발가락을 제대로 들어 올리지 못하는 등 신경 기능이 빠르게 나빠지고 있는지를 본다.

통증이 심한 것과 신경 기능이 떨어지는 것은 다르다. 그래서 통증이 있어도 약물이나 주사, 운동·재활치료로 조절되고 근력이 잘 유지되고 있다면 수술보다는 보존치료로 버텨볼 수 있다.

반대로 통증은 아주 심하지 않더라도 다리 힘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박 병원장은 “진행하는 근력 저하가 있는데도 무조건 보존치료를 계속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신경 기능이 나빠지는 신호가 있는지를 꼭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둘째, 얼마나 걸을 수 있는가?

척추관협착증의 대표적인 증상 가운데 하나가 걷다 보면 다리가 저리고 아파 더 이상 걷기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걷는 능력도 수술의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이때 몇 m를 걸을 수 있느냐는 절대적인 숫자보다 이전과 비교해 얼마나 나빠졌는지가 중요하다. 예전에는 30분 이상 별문제 없이 걷던 사람이 이제 5분, 10분만 걸어도 다리가 아파 쉬어야 한다면 의미가 다르다. 장보기나 외출, 출퇴근 같은 평범한 일상생활이 힘들어졌는지도 중요하다.

반대로 MRI에서 협착이 상당히 심해 보여도 걷는 데 큰 문제가 없고 일상생활이 가능하며, 보존치료로 증상이 조절된다면 수술을 서두르지 않을 수 있다. MRI의 ‘좁아진 정도’와 환자가 실제 생활에서 겪는 불편이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허리디스크에서도 원리는 비슷하다. 요추 추간판탈출증(腰椎 椎間板脫出症, lumbar disc herniation)은 디스크 일부가 밀려나와 신경을 누르면서 허리뿐 아니라 엉덩이와 허벅지, 종아리, 발까지 통증이나 저림을 일으킨다. 협착증보다 훨씬 이른 나이, 심지어 20대 후반~30대부터 생기기 시작한다

하지만 근력 저하가 없고 통증이 조절되거나 시간이 지나면서 좋아지고 있다면 보존치료가 먼저다. 튀어나온 디스크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추간판 자연흡수(disc resorption)’도 있을 수 있기 때문.

반대로 발목이나 발가락 힘이 떨어지거나 다리를 끌기 시작하면 수술을 적극 검토한다. 여러 보존치료에도 통증이 가라앉지 않아 잠을 자거나 걷고 일하기조차 힘든 상태일 때도 마찬가지다.

셋째, 증상과 MRI가 정말 맞아떨어지는가?

또 하나 중요한 판단 기준은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과 MRI에서 보이는 병변이 서로 일치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협착증 환자 MRI를 보면 두세 군데가 함께 좁아져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L3-4, L4-5, L5-S1 세 분절이 모두 좁아 보인다고 하자. 그렇다면 세 군데를 모두 넓혀주는 것이 나중을 위해 더 좋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박 병원장은 “환자가 어느 쪽 다리가 저리고 아픈지, 어느 정도 걸으면 증상이 생기는지, 근력과 감각 이상은 어느 신경과 관련되는지를 먼저 확인한다”고 말했다.

그런 다음 MRI와 하나씩 맞춰 보며 실제 증상을 만드는 병변이 어느 분절인지 정확히 찾아낸다. “MRI에서 여러 곳이 좁아 보여도 실제 증상을 설명하는 병변이 한 곳이라면 나머지까지 예방적으로 모두 수술하지는 않는다”는 설명이다.

증상과 MRI가 명확히 일치하지 않을 경우 선택적 신경근 차단술이나 근전도검사, 신경전도검사 등을 보조적으로 활용해 발병 원인을 좁혀가기도 한다. 탐정이 사건의 흔적을 찾아가는 것과 비슷하다.

결국 척추 수술의 출발점은 최신 수술 기법을 고르는 것보다 더 앞에 있다. 다리 힘이 떨어지는가? 걷는 능력이 얼마나 나빠졌는가? 그리고 그 증상을 설명하는 병변이 MRI에서 정확히 확인되는가?

의사 뿐 아니라 환자 입장에서도 수술을 권유 받았다면 이 세 가지를 먼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FAQ] 척추질환 환자들이 자주 묻는 질문

MRI에서 척추관협착증이나 디스크가 인다고 하는데그러면 언제 수술해야 하나요?

 MRI정보만으로 수술 여부를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다리 근력 저하가 있는지, 걷거나 일상생활하는 데 어느 정도 문제가 생겼는지, 실제 증상과 MRI 병변이 서로 일치하는지를 함께 살펴본 후에 판단합니다.

통증이 한데, 이제 수술해야 때인가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통증이 약물이나 주사, 운동·재활치료로 조절되고 신경 기능이 유지된다면 조금 더 기다려도 되겠지요. 반대로 통증이 심하지 않더라도 근력 저하가 진행되고 있다면 수술 을 더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때입니다.

척추뼈 여러 곳이 좁아져 있다고 나와요. 그러면 수술 커지는 건가요?

그게 중요한 정보이긴 합니다. 하지만 몸 증상을 실제 만드는 분절이 정확히 어디인지 먼저 찾아내야 합니다. 여러 곳이 좁아 보여도 한 곳에서만 증상을 일으킨다고 판단되면 필요한 부위만 치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는 첫번째 위험 신호는 무엇인가요?

다리 힘이 갑자기 떨어지거나 빠르게 악화할 때, 대·소변 기능에 이상이 생기거나 회음부 감각이 떨어질 때는 서둘러야 합니다. 이런 마미증후군(馬尾症候群, cauda equina syndrome)’은 단순히 ‘통증이 심한 허리디스크’가 아니라, 여러 개 말초신경 뿌리가 한꺼번에 눌리는 신경학적 응급상황입니다. 치료가 늦어지면 신경 손상이 회복되지 않을 수 있고, 다리 마비부터 성기능 장애, 소변과 장 기능 장애 등 의외로 큰 후유증을 남길 수 있습니다.

도움말=부산 휴병원 박만규 병원장(국제척추내시경교육센터장). 경북대 의대를 나와 경북대병원 신경외과에서 수련하고 임상강사를 거쳤다. 척추내시경, 특히 양방향척추내시경(UBE) 수술에 능해 여러 국제학회에 나가 강연하거나 수술 시연을 해왔다. 2025년, 세계적인 출판사 '스프링거'(Springer)가 출간한 교과서 <양방향척추내시경수술>(Unilateral Biportal Endoscopic Spine Surgery: Basic and Advanced Technique)에 챕터 저자로 참여하는 등 척추 교과서 5권에 걸쳐 총 11개 챕터를 집필했다. 세계신경외과학회 저널(World Neurosurgery)과 SCI급 국제학술지 <뉴로스파인>(Neurospine)의 논문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박만규 병원장(국제척추내시경교육센터장). 사진=휴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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