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26일 (수)

“지옥철도 고역인데”…출퇴근길 스트레스, 치매 위험까지 높인다?

출퇴근길 신체활동, 고된 육체노동은 치매 위험 10~20%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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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길의 신체활동은 오히려 치매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통근길의 빠르게 걷기와 달리기·줄서기·매달리기·밀치기 등이 이에 해당될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AI 컨텐츠)

퇴근 후 땀 흘리며 즐기는 운동은 뇌 건강에 좋지만, 출퇴근길의 신체활동이나 고된 육체노동은 치매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똑같이 몸을 움직여 에너지를 태워도 상황과 맥락에 따라 뇌에 미치는 영향이 정반대로 나타날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 서던 캘리포니아대(USC), 브라질 펠로타스 연방대 등 공동 연구팀은 30개국 약 423만 명(여성 약 53%, 남성 약 47%)을 대상으로 진행된 기존 연구 논문 74건을 정밀 분석했다. 이들 대상자의 나이 중앙값은 67.3세, 추적관찰 기간의 중앙값은 10년이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신체활동 수준이 높은 사람은 매우 낮은 사람보다 모든 원인으로 인한 치매 위험이 평균 20%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알츠하이머병 위험은 21%, 뇌혈관병으로 인한 혈관성 치매 위험은 29% 더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신체활동의 영역에 따라 치매에 미치는 영향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자발적으로 즐기는 여가 시간의 운동은 치매 위험을 24%, 집안일 등 신체 활동은 치매 위험을 15% 낮춰주는 것으로 드러났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주당 150~300분의 중강도 운동이나 75~150분의 고강도 운동을 실천하는 그룹은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35%, 혈관성 치매 위험이 38%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직업적으로 수행하는 고강도 육체노동은 치매 위험을 20%, 출퇴근길의 신체 활동은 치매 위험을 10% 높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가 운동은 일정 수준까지 치매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지만, 직업적인 육체노동은 활동량이 늘어날수록 치매 위험이 높아지는 정반대의 양상을 보였다.

이 연구 결과(Domain-specific physical activity levels and risk of dementia: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는 최근 국제 학술지 《랜싯 공중보건(The Lancet Public Health)》(2026년 9월호) 온라인판에 실렸다.

이번 연구는 ‘모든 신체 활동이 건강에 이롭다’는 식의 단순한 생각에 경종을 울렸다. 최근 의학계에서 논의되는 ‘신체 활동의 역설’을 뇌 건강 측면에서 대규모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여가 시간에 즐기는 운동은 심혈관 기능을 개선하고 뇌 혈류량을 늘려 뇌신경세포의 성장과 생존을 돕는 ‘뇌유래 신경영양인자(BDNF)’의 분비를 촉진한다. 반면 고된 직업적 육체노동은 충분한 휴식 없이 장시간 반복 작업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체내 만성 염증 반응과 산화 스트레스가 쌓이고, 교감신경계가 지속적으로 활성화되면서 혈압과 심박수가 높아져 장기적으로 뇌혈관과 신경계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사회환경적 요인도 깊게 연관돼 있다. 신체적 강도가 높은 직업군은 업무 자율성이 낮고 심리사회적 스트레스가 크며, 분진·소음 등 유해 환경에 노출될 위험이 더 높은 경향이 있다. 이는 뇌 건강을 보호하는 완충재 역할을 하는 ‘인지 예비력(Cognitive Reserve)’의 축적을 방해하는 요인이 된다.

최근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린 연구 결과를 보면 한국인의 평균 통근 시간은 108분으로 조사 대상 43개국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전체 평균은 68분이었다. 이로 인해 한국인은 운동·수면 부족이 상대적으로 더 심할 가능성이 있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치매센터가 발표한 국가 치매 통계 자료를 보면 국내 65세 이상의 치매 유병률은 약 9~10% 수준이다.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국내 치매 환자 수는 2050년에 3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연구 결과는 하루 종일 직장에서 몸을 써서 피곤하다는 이유로 여가 운동을 건너뛰는 것은 뇌 건강에 좋지 않다는 교훈을 남겼다. 설령 고된 노동으로 몸이 피로하더라도, 자신의 의지로 즐겁게 몰입할 수 있는 규칙적인 여가 운동과 스트레스 완화 시간을 따로 확보하는 것이 치매 예방에 매우 중요하다.  

[자주 묻는 질문]

Q1. 직장에서 종일 서서 일하고 무거운 짐을 나르는데, 이것도 운동 효과가 있지 않나요?

A1. 안타깝게도 직업적인 육체노동은 여가 운동과 같은 치매 예방 효과를 내기 어렵습니다. 스스로 선택해 완급을 조절하는 여가 운동과 달리, 직업적 노동은 충분한 회복 시간 없이 특정 근육을 반복 사용하고 심리적 긴장감을 동반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피로와 스트레스 누적은 체내 염증 반응을 촉진해 오히려 뇌 건강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Q2. 전철이나 버스 안에서 부대끼지 않고,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매일 걸어서 출퇴근하면 치매 예방에 좋을까요?

A2. 걷기 자체가 해로운 것은 아니지만, 출퇴근길의 주변 환경이 큰 영향을 미칩니다. 도로변의 미세먼지와 매연 등 대기오염 물질, 차량 소음에 노출되면서 걷는 것은 뇌혈관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가능하면 차량 통행이 적은 녹지나 공원 둘레길 등을 택해 걷는 것이 좋습니다.

Q3. 뇌 건강을 지키기 위해 일상에서 가장 실천하기 좋은 권장 운동량은 어느 정도인가요?

A3. 평소 약간 숨이 차고 땀이 날 정도의 중강도 유산소 운동(빠르게 걷기, 자전거 타기, 수영 등)을 주당 150~300분 정도 실천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를 하루 30분씩 주 5회로 나눠 즐겁게 몰입할 수 있는 환경에서 꾸준히 이어간다면 뇌신경 세포를 보호하고 인지 기능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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