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14일 (금)

의사과학자 키웠는데 진료에 밀려 ‘연구 이탈’?⋯병원 환경 손본다

보산진 첫 싱크탱크 모임 22명 참석⋯진료 공백 보완·박사 후 성장경로 집중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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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7일 서울드래곤시티에서 열린 ‘2026년 제1차 의사과학자 싱크탱크(Think Tank)’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보산진

의사과학자를 많이 길러내는 것만으로 충분할까. 정부가 연구자로 키워내더라도 병원으로 돌아간 뒤 진료에 밀려 연구를 이어가지 못한다면 양성 정책의 효과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하 보산진)이 이번에는 ‘몇 명을 키울 것인가’보다 ‘키운 의사과학자가 어떻게 연구를 계속하게 할 것인가’에 눈을 돌렸다. 진료 공백을 메울 방법부터 박사학위 이후 성장경로까지 병원 안팎의 연구환경을 손보자는 것이다.

보산진은 지난 7일 서울드래곤시티에서 ‘2026년 제1차 의사과학자 싱크탱크(Think Tank)’를 열고 병원 연구환경과 미래형 의사과학자 양성체계 개선방안을 논의했다고 14일 밝혔다. 의사과학자 분야 전문가와 관계 부처·유관기관 관계자 등 22명이 참석했다.

병원은 왜 연구하는 의사 키우기 어렵나

의사과학자는 환자를 진료하면서 발견한 의료현장의 문제를 연구로 풀어내는 의사 연구자다. 진료실에서 생긴 질문을 기초·중개연구로 이어 새로운 진단법이나 치료법을 찾는 가교 역할을 한다.

이번 논의의 초점은 단순히 의사과학자의 숫자를 늘리는 데 있지 않았다. 보산진은 ‘양성된 의사과학자가 실제 의료현장에서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가’를 핵심 질문으로 꺼냈다.

모임 의제도 이를 그대로 보여준다. ‘병원은 왜 연구하는 의사를 키우기 어려운가?’와 ‘의사과학자 양성 2.0, 무엇이 달라져야 하는가?’를 놓고 병원 연구환경과 의사과학자의 성장경로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현장에서 먼저 제기된 문제는 진료 공백이다. 의사과학자가 연구에 시간을 쓰려면 그 시간 동안 줄어드는 진료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가 해결돼야 한다. 참석자들은 이 같은 병원 연구환경을 개선하고, 좋은 연구성과를 낸 의사과학자가 다음 연구로 넘어갈 수 있도록 후속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교육과정만 만드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의대와 대학원에서 연구 경험을 쌓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박사학위를 받은 뒤에도 연구자로 자리를 잡고 성장할 수 있는 경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사 의사과학자 103명 배출…지원은 이미 ‘박사 후’까지

정부의 의사과학자 지원체계는 이미 학부에서 박사 후 연구 단계까지 넓어졌다.

보건복지부는 2019년부터 ‘융합형 의사과학자 양성사업’을 통해 학부부터 박사학위 취득까지 전주기 교육과정을 지원하고 있다. 2019년부터 올해 3월까지 이 사업을 통해 박사학위를 받은 의사과학자는 모두 103명이다. 올해는 공모를 거쳐 선정한 학부 6곳과 대학원 18곳을 지원한다.

박사학위 이후 연구가 끊기지 않도록 하는 제도도 가동 중이다. 2024년 시작한 ‘글로벌 의사과학자 양성사업’에서는 신진 단계에 연 2억원씩 3년, 심화 단계에 연 3억원씩 3년을 지원한 뒤 평가 등을 거쳐 2년을 더 지원할 수 있다. 두 단계를 거치면 박사학위 취득 뒤 최대 8년까지 연구지원을 받을 수 있다.

올해는 의대와 이공계 대학원이 공동학위과정을 만들고 공동연구소를 중심으로 융합연구와 사업화를 추진하도록 지원하는 ‘K-MediST’ 사업도 새로 시작됐다. 의사과학자 도약 프로그램을 통해 해외 석학 멘토링, 글로벌 연구기관 연수 등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대학원 4곳에서 20명 이상을 해외 연구기관으로 보내는 첫 글로벌 연수 지원사업도 발표됐다.

이처럼 의사과학자를 연구에 입문시키고 박사학위를 받게 하는 ‘양성의 입구’는 꾸준히 넓어져 왔다. 그 이후가 숙제로 남는다. 연구비가 있어도 병원에서 연구할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거나 진료 부담 때문에 연구를 떠난다면 경력은 중간에서 끊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보산진과 의료계는 올해 전공의·전임의·교수 등 경력 단계별로 의사과학자가 연구에서 이탈하는 원인을 분석하고, 의대 연구교육 과정 등을 개선하는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진료 공백부터 박사 후 진로까지…현장 의견 정책으로

보산진은 이번 싱크탱크를 한 번의 의견수렴으로 끝내지 않을 계획이다. 앞으로 의제별로 논의를 이어가며 의료현장에서 필요한 정책·제도 개선과제를 구체화한다.

논의 결과는 관계 부처와 유관기관에 공유하고 추가 의견을 받을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실제 정책과 지원사업의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의사과학자 연구생태계와 미래 양성체계의 발전 방향을 담은 정책 브리프도 발간한다.

향후 의사과학자 양성 규모와 함께, 양성된 인력이 병원에서 연구를 계속 이어갈 수 있는 여건까지 살펴야 한다. 연구할 시간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얻은 성과를 다음 연구로 이어가면서 독립적인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어야, 어렵게 키운 의사과학자가 연구현장에서 뿌리를 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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