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의 지분을 잇달아 늘리고 있다. 독자 플랫폼이나 신약개발 역량, 글로벌 제품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 눈에 띈다.
11일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계열의 블랙록 펀드 어드바이저스는 지난 7일 알테오젠 주식 269만4448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지난 달 267만175주를 보유해 지분율이 4.98%였으나 추가 매수를 통해 5%를 넘으면서 공시대상이 됐다. 보유목적은 단순투자다.
알테오젠은 자체 개발한 재조합 히알루로니다제 ALT-B4를 활용해 정맥주사(IV) 형태의 바이오의약품을 피하주사(SC) 제형으로 바꿀 수 있는 하이브로자임(Hybrozyme)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ALT-B4 라이선스 계약은 누적 9건에 달한다. 해지된 계약을 포함한 역대 계약의 최대 수령 가능액을 단순 합산하면 88억2900만달러(약 12조4800억원)에 이른다.
블랙록이 보유한 기업은 알테오젠에 그치지 않는다. 블랙록은 지난 7월 기준 HLB 지분 7.15%(952만5885주)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앞서 5월 6.05%(805만6218주) 지분율에서 1.10%p(146만9667주) 높아진 수준이다. 블랙록은 유한양행 주식도 6.50%(478만5125주)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앞서 5월 5.07%(403만9408주)에서 1.43%p(74만5717주) 상승한 수치다. 유한양행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를 글로벌 신약으로 상업화한 경험을 갖고 있으며, HLB는 리보세라닙을 중심으로 글로벌 항암신약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최근 올릭스 지분을 4.85%에서 5.14%로 높였다고 밝혔다. 증가한 6만2102주 가운데 ETF 설정·환매에 따른 순증은 196주인 반면, 6만1906주는 장내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지분 확대는 단순한 ETF 자금 유입에 따른 기계적 증가라기보다 장내 매수가 주된 요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올릭스는 RNA간섭(RNAi) 기술을 기반으로 질병을 일으키는 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는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전통 제약사 중에서는 글로벌 투자자의 종근당 지분 확대가 눈에 띈다. 미국계 자산운용사 코페르닉 글로벌 인베스터스는 지난해 말 처음 종근당 지분 5%를 넘긴 뒤 지속적으로 주식을 사들여 올해 6월 기준 지분율을 8.38%까지 높였다. 종근당은 자체 신약 발굴 능력을 갖춘 제약사로 HDAC6 저해제 CKD-510을 자체 개발해 2023년 노바티스에 기술수출한 바 있다.
미국계 운용사 MFS(Massachusetts Financial Services Company)는 올해 5월 휴젤 지분을 기존 4.93%에서 5.05%로 확대, 5% 이상 주요주주로 올라섰다. 휴젤은 보툴리눔 톡신과 히알루론산(HA) 필러 등 미용의료 분야에서 제품 개발과 생산·품질 경쟁력을 축적한 기업이다. 특히 보툴리눔 톡신 제품은 미국·중국·유럽 등 주요 시장에 진출해 있다.
이처럼 운용사들의 투자 대상은 플랫폼 바이오기업부터 전통 제약사, 미용의료와 항암신약 기업까지 다양하다. 공통적으로 독자 기술을 확보하거나 글로벌 기술이전, 신약개발, 해외 허가·상업화 등을 추진해온 기업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다만 대부분 보유 목적이 ‘단순투자’로 명시돼 있는 만큼, 공시만으로 운용사들이 해당 기업의 기술력을 높게 평가해 지분을 늘렸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ETF·인덱스 운용이나 펀드 자금 유출입 등에 따라서도 보유량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번 사례들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대형 운용사의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존재감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술수출과 글로벌 신약, 해외 상업화 성과가 쌓이는 가운데 K바이오가 국내외 ‘큰손’의 포트폴리오에서도 주요 투자군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