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21일 (화)

“영양제보다 보청기?”…WHO 치매 예방법 7년 만에 개정, 어떻게 바꼈나?

대기오염 노출 줄이고 청력 손실 방치 말아야…결핍 없는 사람의 비타민·오메가3 복용은 권고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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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와 인지기능 저하를 예방하기 위한 WHO 권고안이 2019년 이후 7년 만에 대폭 개정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 세계에서 5700만 명 이상이 치매를 앓고 있으며, 매년 약 1000만 명이 새로 진단받는다. 현재 치매를 완치할 방법은 없다. 하지만 건강과 생활습관 가운데 바꿀 수 있는 요인을 관리하면 치매의 최대 45%를 예방하거나 발병을 늦출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를 실천하는 방법을 담은 지침을 새롭게 개정했다. 치매와 인지기능 저하를 예방하기 위한 WHO 권고안이 대폭 개정된 것은 2019년 이후 처음이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오늘날 우리는 치매 위험을 높이는 요인에 관해 과거 어느 때보다 많은 사실을 알고 있으며, 이번 지침은 이러한 지식을 실천 방안으로 옮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각국은 이제 국민의 인지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즉시 시행할 수 있는 명확하고 근거에 기반한 권고안을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번 보고서의 상당 부분은 WHO가 7년 전 처음 발표한 조언을 바탕으로 한다. 여기에 나이가 들면서 인지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세계 보건 전문가들이 평가한 새로운 전략도 추가됐다. 가장 눈에 띄는 세 가지 변화와 함께 WHO가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흔한 건강관리 방법을 미국 매체 뉴욕포스트가 보도한 내용으로 살펴본다.

뇌를 지키려면 더 깨끗한 공기를 마셔라

WHO의 2026년 지침에서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매일 마시는 공기가 치매 위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내용이다. WHO는 인지기능 저하와 치매 위험을 낮추기 위한 종합적인 전략의 하나로 대기오염 노출을 줄일 것을 새롭게 권고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미세먼지이며, 그중에서도 PM2.5로 불리는 초미세 입자다. 이 미세한 오염물질은 산불 연기, 자동차 배기가스, 산업시설 배출물뿐 아니라 일부 가정용 제품에서도 발생한다.

PM2.5 입자는 크기가 매우 작아 신체의 자연적인 방어체계를 통과해 뇌까지 도달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 입자가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다고 본다. 두 과정 모두 시간이 지나면서 인지기능 저하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대기오염은 스모그로 뒤덮인 도시에 사는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WHO는 세계 인구의 99%가 WHO 권고 기준을 초과하는 대기오염에 노출돼 있다고 추산한다. 대기오염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노출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차이를 만들 수 있다고 WHO는 설명했다.

장작이나 숯 대신 전기나 가스 등 더 깨끗한 에너지원을 사용해 요리하는 생활 속 변화가 한 방법이다. 자동차와 공장 등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을 줄이기 위한 정책을 지지하는 노력도 포함된다. 보고서는 “이론적으로 인구 전체의 대기오염 노출을 ‘0’으로 줄인다면 치매의 약 3%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영양 결핍 없다면 특정 영양제는 피해야

건강하고 균형 잡힌 식단은 뇌 건강을 지키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영양제는 많이 먹는다고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라고 WHO는 밝혔다.

WHO는 영양 결핍을 진단받지 않은 사람이 인지기능 저하와 치매를 예방할 목적으로 특정 비타민이나 영양제를 복용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권고 대상에는 비타민 B와 E, 오메가3 다중불포화지방산, 종합비타민·미네랄 복합제가 포함된다. 이 제품들은 흔히 기억력과 집중력, 건강한 노화를 돕는다는 문구와 함께 판매된다.

그러나 WHO가 근거를 검토한 결과, 영양 결핍이 없는 사람에게서 이러한 영양제가 치매를 예방하거나 진행을 멈추고 되돌릴 수 있다는 과학적 증거는 충분하지 않았다.

WHO는 보고서를 통해 불필요한 영양제 복용의 위험이 잠재적인 이점보다 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부 영양소는 체내에 축적돼 시간이 지나면서 해를 끼칠 수 있고, 복용 중인 약물과 좋지 않은 상호작용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청력 손실을 방치하지 말아야

청력 손실에 관한 WHO 지침도 크게 달라졌다. 전 세계 인구 약 5명 중 1명은 어느 정도의 청력 손실을 겪지만, 상당수는 진단받지 못한 상태로 지낸다. 청력 손실의 영향은 대화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치료하지 않은 청력 손실은 인지기능 저하와 치매 위험 증가와도 연관돼 있다.

WHO는 2019년 지침에서 청력 손실 검사를 권고했었지만, 이번 지침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치매 위험을 줄이는 방법으로 보청기 제공을 구체적으로 지지했다.

청력 손실은 여러 경로를 통해 인지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뇌가 소리를 처리하는 데 더 많은 힘을 쓰면 다른 사고 활동에 활용할 자원이 줄어들 수 있다. 청력 손실은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데, 사회적 고립 역시 치매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다. 뇌 구조와 기능에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청력 손실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보고서는 “이론적으로 인구 전체의 청력 손실을 ‘0’으로 줄인다면 치매의 약 7%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WHO의 개정 지침에는 이 밖에도 인지기능 보호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여러 전략이 담겼다. WHO는 인지훈련을 더욱 강조했다. 정상적인 인지기능을 가진 성인뿐 아니라 경도인지장애를 겪는 사람에게도 두뇌를 자극하도록 설계된 활동을 권고했다.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원봉사에 참여하거나 친구·가족과 관계를 이어가는 활동은 나이가 들면서 인지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보고서는 기존에 권고했던 치매 위험 감소 방법도 다시 제시했다. 규칙적인 신체활동, 음주 줄이기, 금연, 건강한 식단을 비롯해 비만·당뇨병·고혈압처럼 인지기능 저하와 연관된 만성질환을 관리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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