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13일 (월)

피곤해서 프로포폴을?…“머리 깎기 귀찮아서 항암치료 받는 격”

[박준규의 성형의 원리]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사진=클립아트코리아

개원 초기, 환자가 없어 병원 운영이 어렵던 시기의 일입니다. 젊은 여성 환자가 주름을 개선하는 초음파 리프팅 시술을 받겠다며 찾아왔습니다. 통증이 심한 시술은 아니어서 일반적으로 수면 마취까지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환자는 자신이 통증을 유독 심하게 느낀다며 수면 마취를 원해, 그렇게 해 드렸습니다. 그런데 불과 이삼일 뒤, 그 환자가 다시 찾아왔습니다. 얼굴 시술의 효과가 좋다며, 이번에는 목에 받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목에도 같은 시술을 수면 마취 하에 시행했습니다.

그리고 이상한 일이 시작됐습니다

수면 마취로 시술을 받고 싶다는 젊은 여성들이 하나둘 찾아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통증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수면 마취를 원하는 환자들과는 뭔가 달랐습니다. 시술의 효과보다 수면 마취 여부를 먼저 물었습니다. 그런데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처음의 그 환자가 또 왔습니다. 지난 시술이 부족한 것 같다며, 한 번 더 받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제야 상황이 명확하게 보였습니다. 그가 원한 것은 시술이 아니었습니다. 수면 마취 그 자체였습니다. 두 번 시술해 주었더니 어느새 그들 사이에서 ‘수면 마취를 해주는 병원’으로 소문이 난 모양이었습니다. 세 번째 시술을 단호하게 거절했습니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수면 마취를 원하던 젊은 여성 환자들의 발길도 딱 끊겼습니다.

당시 제가 느꼈던 두려움은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프로포폴을 원하는 사람들이 병원을 옮겨 다니며 투약을 받고, 그들끼리 어느 병원에서 쉽게 수면마취를 받을 수 있는지 정보를 주고받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환자가 없어 운영이 어려운 병원이라면 이들을 거절하기가 결코 쉽지 않으리라는 짐작이었습니다. 유혹은 중독자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환자는 진료비를 내고, 병원에는 수입이 생깁니다. 겉으로는 미용 시술이라는 명분도 있습니다. 환자는 자신이 통증에 예민하다고 주장하고, 의사는 그 말을 받아들이면 됩니다. 몇 번쯤은 모든 것이 정상적인 의료행위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경계를 한 번 넘으면 병원은 치료하는 곳이 아니라 마약을 파는 곳이 됩니다.

6월 30일, 부산의 한 의사가 미용 시술을 빙자해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한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많은 이들이 프로포폴의 유혹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일까요?

프로포폴은 의료 현장에서 매우 유용한 약입니다. 작용이 빠르고 투여를 중단하면 비교적 신속하게 의식이 돌아오기 때문에 수술과 검사, 통증을 동반하는 시술에서 널리 사용됩니다. 적절한 시설에서 환자의 호흡과 혈압, 산소포화도를 감시하며 사용한다면 의료진과 환자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문제는 프로포폴이 ‘수면마취제’라는 이름으로 불리면서 실제 잠과 비슷한 것으로 오해된다는 데 있습니다.

그러나 프로포폴은 잠을 주지 않습니다. 잘 잤다는 느낌만 줄 뿐입니다. 프로포폴 투여 상태는 생리적인 ‘수면(Sleep)’이 아니라, 약물로 뇌를 강제 억제한 ‘무의식(Unconsciousness)’ 상태입니다.

정상적인 수면은 세포를 복구하고 정신적 피로를 푸는 적극적인 치유 과정입니다. 자연스러운 잠은 뇌가 여러 단계를 리듬 있게 순환하는 능동적인 과정입니다. 깊은 서파수면은 신체를 회복시키고 성장호르몬을 분비하며, 낮 동안 뇌에 쌓인 노폐물을 씻어냅니다. 렘수면은 기억을 정리하고 감정의 날선 충격을 완화합니다.

반면 프로포폴은 뇌의 스위치를 강제로 꺼버릴 뿐, 이 필수적인 수면 사이클을 파괴합니다. 기억이 남지 않고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기 때문에 마치 실제보다 잘 잤다고 느끼는 것뿐입니다. 마취에서 깨어날 때 느끼는 개운함은 실제 피로가 풀린 것이 아닌, 약리 작용에 지나지 않습니다.

배우 로빈 윌리엄스가 한 무대에서 이런 말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잠이 부족하다고 프로포폴을 맞는 것은, 머리 깎기가 귀찮다고 항암치료를 받는 것과 같다.” 웃음을 위한 과장된 표현이지만 본질을 정확히 찌릅니다.

문제는 이 가짜 잠이 중독으로 이어진다는 데 있습니다.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을 죽음으로 몰고 간 원인 역시 바로 이 프로포폴 과다 투여에 따른 수면 박탈과 호흡 정지였습니다. 한국이 2011년 세계 최초로 프로포폴을 마약류로 지정한 것도 이런 오남용 때문이었습니다.

다시 개원 초기의 그 두려움을 떠올립니다. 

수요자는 잠을 찾아 병원을 떠돌고, 운영이 어려운 병원일수록 그 손을 뿌리치기 어렵습니다. 수요와 공급이 이렇게 은밀하게 맞물리는 지점에, 프로포폴이 있습니다. 이 약이 위험한 것은 단지 중독성 때문만이 아니라, 그것이 ‘의료’라는 얼굴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이 문턱을 지키는 일은 결국 의사의 몫입니다. 재워 달라는 요구를 거절하는 일은, 환자가 없던 제겐 쉽지만은 않은 결정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한 번의 거절이 누군가를 회복 없는 가짜 잠의 굴레에서 지켜내는 일이었다고, 지금은 생각합니다.

이번 사건이 부디 일벌백계가 되기를 바랍니다. 가짜 잠을 팔아 이윤을 얻으려는 이들에게도, 그리고 거기에 기대려는 이들에게도, 프로포폴이 주는 것은 결코 잠이 아니라는 사실이 분명해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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