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27일 (월)

"몸속에서 1m 촌충 나오더니"…뇌에 기생충 38마리 득실했던 40대女, 무슨 일?

인도여행에서 촌충 감염…발작 이어 정신병까지, 신경낭미충증 진단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인도 여행에서 촌충에 감염된 한 여성이 뇌에서 기생충 38마리가 발견된 뒤 10년 넘게 발작과 정신병을 겪은 사연이 알려졌다. 사진=모금페이지

인도 여행에서 촌충에 감염된 한 여성이 뇌에서 기생충 38마리가 발견된 뒤 10년 넘게 발작과 정신병을 겪은 사연이 알려졌다.

영국 카디프에 사는 로우리 덴먼(42)은 2007년 두 달간 인도를 여행한 뒤 별다른 이상 없이 생활했다. 여행을 마친 지 4년 뒤 화장실에서 길이 약 1m에 달하는 촌충을 배출했고 병원을 찾았지만, 의료진은 더 이상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011년 심한 두통이 시작됐고 발작까지 일어나 다시 병원을 찾았다. 뇌 검사를 받은 그는 촌충 유충이 뇌에 침투해 생기는 신경낭미충증(neurocysticercosis) 진단을 받았다. 검사에서는 뇌 안에서 기생충 유충 38마리가 확인됐다.

로우리는 스테로이드와 구충제 알벤다졸(albendazole)을 복용하면서 한동안 발작이 줄었다. 하지만 2015년 기생충이 예상만큼 제거되지 않아 병이 다시 악화됐다. 이후 프라지콴텔(praziquantel) 치료도 받았지만 약을 줄일 때마다 뇌의 다른 부위에 부종이 생겼다. 발작이 이어지면서 운전면허를 반납했고, 혼자 목욕하지 말라는 권고도 받았다. 결국 일을 그만두고 가족의 돌봄을 받으며 지냈다.

병이 길어지자 정신건강에도 문제가 생겼다. 그는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할까 불안해했고, 스테로이드 부작용으로 얼굴이 붓는 변화에도 힘들어했다. 이후 메토트렉세이트(methotrexate) 치료를 받았지만 피로감이 심해졌고, 2016년에는 공황발작과 편집증이 나타나 신경정신과 병동에 3개월 동안 입원했다. 기분안정제와 항정신병 약물도 함께 처방받았다. 그는 당시 증상이 기생충 때문인지, 오랜 치료 과정에서 받은 스트레스 때문인지는 지금도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로우리는 촌충 감염 후 약 10년에 걸친 투병 생활 경험과 신경질환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담은 12부작 팟캐스트 제작을 위해 친구와 함께 모금 활동도 진행 중이다. 그는 "30대를 병과 불안 속에서 보냈지만 이제는 그 경험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염된 음식·물로 감염… 뇌에 유충이 자리 잡으면 발작과 정신증까지 나타날 수 있어

신경낭미충증은 돼지촌충(Taenia solium)의 유충이 뇌에 자리 잡은 뒤 발생하는 기생충 감염이다. 이 감염은 흔히 덜 익힌 돼지고기를 먹어서 생긴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 뇌 감염은 돼지고기 자체보다 돼지촌충 알에 오염된 음식이나 물을 섭취하거나, 위생이 좋지 않은 환경에서 사람의 분변을 통해 알이 입으로 들어갈 때 발생한다.

알이 장에서 부화하면 유충이 혈액을 타고 이동해 뇌에 정착하면서 낭종을 만든다. 돼지촌충의 생애주기는 장에 맞춰져 있고, 영양 등 조건이 다른 뇌에서는 성충으로 자라지 않는다. 유충은 낭포 형태에서 성장을 멈춘 뒤 시간이 지나면서 죽거나 석회화된다.

대표적인 증상은 발작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신경낭미충증을 전 세계에서 예방 가능한 간질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보고 있다. 유충의 개수와 위치에 따라 만성 두통, 어지럼증, 시야 이상, 팔다리 마비, 기억력 저하, 인지기능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일부 환자는 우울감이나 불안, 성격 변화, 정신병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증상이 전혀 없다가 건강검진이나 뇌 영상검사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사람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과거 돼지촌충 감염이 비교적 흔했지만 위생 환경이 개선되고 축산 관리가 강화되면서 발생이 크게 줄었다. 국내 조사에 따르면 사람의 촌충 감염은 198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했고, 현재 신경낭미충증은 대부분 드문 질환으로 분류된다. 최근에는 해외 유행 지역을 여행하거나 장기간 체류한 사람에게서 산발적으로 보고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진단은 뇌 자기공명영상(MRI)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낭종을 확인하고, 혈액 항체 검사 등을 함께 시행한다. 치료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알벤다졸이나 프라지콴텔 같은 구충제를 사용하며, 기생충이 죽으면서 생기는 염증을 줄이기 위해 스테로이드를 함께 투여하는 일이 많다.

발작이 있으면 항경련제를 사용하고, 뇌압 상승이나 뇌실 폐쇄 등 합병증이 있으면 수술이 필요한 환자도 있다. WHO는 기생충의 위치와 개수, 염증 정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맞춤형 치료를 시행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신경낭미충증은 촌충 알이 오염된 음식이나 물을 섭취하거나 위생이 좋지 않은 환경에서 알이 입을 통해 몸속으로 들어올 때 발생한다. 손 씻기와 안전한 식수 사용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예방법이다. 감염이 의심되면 빨리 진단받고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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