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이나 반려견이나 걷는 속도가 느려지고 보폭이 짧아지면, 치매 초기 증상을 의심해 적극 대처해야 한다. 기억력 감퇴나 인지 기능 저하가 겉으로 드러나기 수년 전부터 걸음걸이부터 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특히 보폭이 눈에 띄게 짧아지는 현상은 치매를 일찍 알아챌 수 있는 강력한 경고 신호다.
국제 학술지 《미국의학협회 저널(JAMA)》 등에 실린 종전의 대규모 장기 추적 연구 결과를 보면 보행 속도와 인지 능력이 함께 낮아진 노인은 정상 노인보다 치매에 걸릴 위험이 약 3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알츠하이머병 저널(Journal of Alzheimer's Disease)》에 발표된 보행 분석 연구에서는 가벼운 인지장애 환자의 보폭이 정상 노인보다 약 10~15%,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약 20~25%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보행 패턴의 변화는 동작을 계획·제어하는 뇌의 전두엽 피질과 소뇌의 기능 저하 때문에 발생한다.
반려견도 별반 다르지 않다. 최근 국제 학술지 《수의학 최전선(Frontiers in Veterinary Science)》에 실린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나이가 든 반려견의 앞다리 보폭이 짧아지면 반려견치매(인지기능장애증후군)의 조기 경고 신호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연구팀은 ‘반려견 신경 노화에 관한 종단 연구’에 참여한 평균 나이 12.7세의 반려견 88마리의 건강 상태와 인지 기능, 걸음 걸이 등을 정밀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나이 자체보다 인지 기능의 저하가 앞다리 보폭을 줄이는 데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반려견 인지기능장애 평가지표(CADES)의 점수가 10점 높아질 때마다 체구에 비춘 앞다리의 상대적 보폭이 평균 1.2%씩 감소했다. 나이가 들거나 인지 기능이 나빠져도 뒷다리의 상대적 보폭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추진력을 맡는 뒷다리와 달리, 앞다리는 방향 전환과 제동을 맡으며 대뇌 피질로부터 더 많은 감각 정보를 받아 통합한다. 이 때문에 고차원적인 감각 운동의 통합 능력을 잃으면 앞다리의 보폭이 큰 영향을 받는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 연구 결과(Thoracic limb stride length is associated with cognitive impairment in aging dogs)는 미국과학진흥협회 포털 ‘유레카얼럿’이 소개했다.
치매에 잘 걸리는 반려견으로는 주둥이가 짧고 얼굴이 납작한 시츄·불독·퍼그·페키니즈 등 단두종을 꼽을 수 있다. 이는 만성적인 저산소증이 뇌 세포에 영향을 주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한 대형견보다 평균 수명이 길어 오래 사는 소형견, 평소 활동량이 부족한 반려견의 치매 위험이 더 높다. 이런 반려견을 키우는 보호자는 평소 강아지를 규칙적으로 운동시키면서 걸음걸이 변화에 신경을 써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Q1. 나이 많은 반려견의 보폭이 좁아질 때 치매 외에 의심할 수 있는 다른 원인은 무엇인가요?
A1. 노령견의 걸음걸이가 짧아지는 것은 치매(인지기능장애증후군)뿐만 아니라 관절염으로 인한 통증이나 목, 척추 부위의 디스크 질환 등 정형외과 및 신경계 부상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반려견의 앞다리 보폭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면 무조건 치매로 단정하기보다, 먼저 수의사를 찾아 통증을 일으키는 다른 신체적 원인이 있는지 정밀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Q2. 치매 환자나 노령견의 보폭이 짧아질 때 뒷다리보다 앞다리(사람의 경우 팔과 걸음의 유기적 관계)의 변화가 더 두드러지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2. 반려견의 경우 뒷다리는 단순히 앞으로 나아가는 추진력을 담당하지만, 앞다리는 방향을 전환하고 제동을 거는 등 더 복잡한 제어를 담당합니다. 이 때문에 움직임을 계획하고 조절하는 대뇌 피질이 감각 정보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앞다리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사람도 치매 초기에는 전두엽 피질과 소뇌 기능이 떨어지면서 균형을 잡고 비틀거림을 방지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양팔의 흔들림이 줄어들고 보폭을 좁혀 걷게 됩니다.
Q3. 걸음걸이 변화로 치매 전조 증상을 발견했을 때 진행을 늦추기 위해 할 수 있는 조치는 무엇인가요?
A3. 인간과 반려견의 치매를 완전히 완치할 수는 없지만, 보행 변화를 통해 조기에 발견하면 진행 속도를 크게 늦출 수 있습니다. 사람은 전문의 처방에 따른 약물 치료와 함께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 식습관 개선, 두뇌 자극 활동을 병행해야 합니다. 반려견은 식단을 항산화제가 풍부한 음식으로 바꾸고, 노화 방지를 위한 노즈워크나 새로운 장난감을 활용한 놀이 등을 통해 뇌 세포를 지속적으로 자극해 주는 게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