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19일 (일)

탈모약도 건보 적용?…고통은 크지만 원칙부터 따져야 한다

[박창범 닥터To닥터] 탈모 급여화, 제한된 건보 재정 어디에 먼저 쓸까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젊은 남성이 머리카락이 한 움큼 빠진 빗을 들고 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탈모란 정상적으로 모발이 존재해야 할 부위에 없는 상태를 말하며, 일반적으로 두피의 성모(굵고 검은 머리털)가 빠지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사람의 경우 약 10만 개 정도의 머리카락이 있으며 하루에 약 50~100개까지의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은 정상적인 현상이지만 하루 100개 이상 빠지는 상태가 지속되면 탈모를 의심할 수 있다.

대한탈모학회 추산에 따르면 국내 탈모 인구는 약 1,000만 명으로 국민 5명 중 1명이다. 유병률은 나이에 따라 다른데 20대 남성의 경우 약 2%에 불과하지만 60대에는 50% 이상에 달한다. 다만 치료받는 비율은 20-30대 젊은 층이 전체 탈모 진료의 약 40%를 차지한다, 이는 젊은 사람들이 탈모와 같은 외모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남녀 비율은 각각 약 55%와 45%로 여성 탈모 환자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다.

많은 사람들이 탈모치료가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모두 비급여인 것은 아니다. 원형탈모증처럼 자가면역 기전이 관여하는 질환이나, 지루성 피부염처럼 두피 염증을 동반한 질환에 따른 탈모는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유전성 탈모나 노화에 따른 탈모처럼 명확한 병적 원인을 따로 인정받기 어려운 경우에는 진료비와 약값을 환자가 부담하는 경우가 많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탈모 치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당시 건강보험 재정 우선순위를 둘러싼 논란이 컸다. 최근 정부 출범 1주년 정책간담회에서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탈모가 청년의 건강과 일상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취지로 지원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급여화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다만 아직까지 탈모치료를 어떻게 얼마나 할지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알려지지는 않았다. 현재까지 언론보도에 따르면 병적 원인이 확인된 일부 탈모질환을 중심으로 급여적용범위를 확대하거나 20-30세 청년층의 유전성 탈모를 우선적으로 건강보험 급여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의료계의 대다수는 탈모치료 급여화에 반대하고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현재 원형탈모나 지루성 피부염 탈모와 같이 건강보험 적용이 되는 경우도 쓸 수 있는 약물이 제한되어 있고, 이러한 약물들도 사용기간이나 용법에 많은 제한을 두고 있는 상황에서 대상질환 확대는 말이 안된다는 것이다.

둘째, 탈모는 나이가 들수록 환자 수가 늘고 중증도도 심해지는 경향이 있는데 20-30대만을 건강보험급여대상으로 한다는 발상은 역차별이라는 것이다.

셋째,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을 어떻게 해야 효율적으로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우선원칙'에 따르면 생명과 관련된 중증질병이면서 경제적인 부담이 큰 고가치료에 재정이 우선적으로 사용되어야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생명과는 관련이 없은 탈모에 건보를 적용한다는 결정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만약 대통령의 선거공약이었다는 이유로 우선원칙이 배제된다면 앞으로 새로운 대통령이 나올 때마다 포퓰리즘적 비중증 질병치료에 대한 건강보험급여가 일상화될 것이고 이는 결국 우리나라 건보재정을 갉아먹는 주요 원인이 될 것이다. 대표적으로 노안교정, 청소년 성장호르몬 치료, 비만 약물치료 등이 있다.

마지막으로 의사 입장에서는 정부가 탈모치료에 대한 건보 적용을 대대적으로 홍보해서 국민적인 호응을 얻은 후 실제 급여화 과정에서는 급여기준을 까다롭게 설정하거나 치료비 삭감을 통해 실질적으로 비용통제 및 관리하면서 탈모치료에 대한 책임과 비용을 의사에게 전가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한 보도에 따르면 탈모약 급여화를 했을 경우 본인부담률 30% 적용을 기준으로 연간 100만명이 치료받을 경우 1000~1400억원, 300만명이 치료받을 경우 3000~4200억원, 500만명이 치료받을 경우 5000~7000억원의 건강보험비용이 추가로 들어갈 것으로 추정됐다.

건강보험 급여화와 관련, 가장 큰 문제는 일단 급여화가 되면 다시 비급여로 돌리기는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 건보재정은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의료개혁에 재정이 투입되면서 건강보험은 내년부터 약 5조 적자로 전환되고 누적준비금 소진시점도 2029년이 될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한다면 탈모와 같은 포퓰리즘적인 정책에 새로운 지출을 늘릴 형편인지부터 고민해야 한다.

물론 탈모로 인한 고통과 심리적 위축은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외모 변화가 자존감, 대인관계, 취업과 직장생활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분명하다.

하지만 국민건강보험은 국민이 십시일반 낸 보험료를 바탕으로 운영된다. 쓸 수 있는 재정에는 한계가 있고, 한 분야에 더 쓰면 다른 분야에 쓸 몫은 줄어든다. 따라서 건보 재정은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명확한 원칙과 근거에 따라 사용돼야 한다.

탈모 치료 급여화는 선의만으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제한된 건보재정을 어디에 먼저 쓸 것인지, 그 원칙을 지킬 수 있는지부터 따져야 한다.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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