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7일 (화)

수술실에 온장고가 있다고?…환자가 잠든 사이 작동하는 안전장치들

체온·공기·전기·바닥까지 관리…로봇수술 시대에 더 복잡해진 수술실

수술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평소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수술실 안쪽을 들여다볼 일은 거의 없다. 수술실은 늘 닫힌 문 뒤의 공간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는 생각보다 많은 안전장치들이 동시에 작동한다.

수술실 온장고는 왜 필요할까?

수술 중 체온 저하는 생각보다 흔한 문제다. 고령 환자일수록 체온 변화에 취약하다.

그런데 마취 상태에서는 몸이 추위를 느끼고 대응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체온이 1~2도만 내려가도 혈소판 기능과 혈액응고 기능이 함께 떨어져 수술 중 출혈량이 늘어난다. 말초혈관이 수축하면 조직에 산소 공급이 줄어 상처 회복이 늦어지고 감염 위험도 높아진다.

수술실 온장고(Warming Cabinet)는 그래서 단순한 편의 장비가 아니다. 수술 중 환자 체온을 지키기 위한 핵심 장치다. 수액은 37~40℃로 가온(加溫)해 체온 저하를 막는다. 환자 몸을 덮는 담요는 40~45℃, 수술 부위를 덮는 수술포(手術布)는 35~45℃로 따뜻하게 보관한다.

다만 과도한 가온은 화상이나 물품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제조사 기준과 병원 지침을 따라야 한다. 특히 수혈용 혈액은 일반 온장고에 보관하거나 데워서는 안 된다. 전용 혈액가온기(Blood Warmer)를 써야 한다.

그래서 수술실에서 '따뜻함'은 환자를 배려하는 감성적 장치가 아니다. 출혈과 감염, 회복 시간을 줄이기 위한 의학적 관리 요소다.

깨끗한 공기는 수술 결과의 보이지 않는 조건

수술실 안전의 또 다른 출발점은 공기다. 공기 중 먼지와 미생물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수술 부위 감염과 깊은 연관성이 있다. 특히 인공관절수술이나 골절수술처럼 몸 안에 인공삽입물이나 금속물이 들어가는 수술에서는 공기 관리가 더 중요하다.

수술실로 들어오는 공기는 여러 단계 필터를 거친다. 바깥 공기가 프리필터(pre-filter), 미디움(medium)필터, 그리고 헤파(HEPA)필터를 통과하며 점점 더 촘촘하게 걸러지는 방식이다.

세균은 공기 중에 단독으로 떠다니기보다는 먼지나 미세입자에 붙어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입자를 줄이는 것이 감염관리의 시작이 되는 이유다.

공기 흐름도 중요하다. 수술실은 복도보다 내부 압력을 높게 유지한다. 양압(陽壓)이다. 그래야 문이 열려도 복도의 오염된 공기가 수술실 안으로 밀려 들어오지 않는다. 코로나19 시기 많이 들었던 음압(陰壓) 병실과는 반대다. 음압에선 병실 공기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게 한다.

또 층류(層流, Laminar Air Flow) 시스템이란 것도 있다. 정화된 공기는 천장에서 아래로만 흘러내리고, 오염된 공기는 아래쪽 배기구로 빠져나가도록 하는 공기순환 구조다.

수술실은 한 번 깨끗하게 만들어놓으면 다 끝나는 공간이 아니다. 부유입자, 세균, 차압, 온·습도, 헤파필터 상태, 풍속과 풍량을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수술실에서의 “깨끗함”은 선언이 아니라 측정으로 확인된다.

전기는 끊겨도 안 되고, 흘러도 안 된다

수술실에서 전기는 이중적인 위험이다. 끊겨도 위험하고, 잘못 흘러도 위험하다.

수술 중인 환자는 마취 상태다. 감전이나 이상 전류를 느끼더라도 이를 표현할 길이 없다.

게다가 수술실에는 마취기, 인공호흡기, 무영등, 전기수술기, 영상장비, 로봇 장비 등 전기에 의존하는 장비가 많다. 특히 심장과 연결된 의료기기는 수십~수백 마이크로암페어(μA)의 미세한 전류도 부정맥이나 심실세동을 일으킬 수 있다.

일반적인 공간에서는 누전이 생기면 차단기가 전원을 끊는다. 그러나 수술 중에는 전원 차단이 환자 생명에 엄청난 위험을 불러온다.

그래서 수술실에는 의료용 절연변압기를 이용한 비접지 전원계통(IPS)이 사용된다. 1차 누전이 생겨도 필수 장비 전원이 바로 끊기지 않는 구조. 대신 절연감시장치(LIM)가 전기 상태를 계속 감시하고, 이상이 생기면 경보를 울린다.

정전(停電) 대비도 필수다. 무정전 전원장치(UPS)는 외부 전원이 끊기거나 전압이 불안정해지면 1초 이내에 전원을 잇는다.

그래서 비상발전기도 필요하다. 수술 도중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도록", 보이지 않는 장치들이 계속 대기하는 구조다.

벽과 바닥에도 특별한 이유가 있다

수술실의 벽과 바닥은 일반 병실과 다르다. 겉으로는 단순해 보이지만, 먼지와 세균이 숨을 틈을 줄이기 위해 특별히 설계된다.

먼저, 벽과 천장은 표면이 매끄럽고 청소와 소독이 쉬워야 한다. 이음새가 많거나 틈이 있으면 먼지가 쌓이고 공기가 새어 감염관리의 약점이 된다. 기구장이나 수납장을 모두 벽체에 매립하는 것도 그런 때문. 돌출 부위와 먼지 쌓이는 공간을 줄이기 위해서다.

바닥도 정전기가 일어나지 않는 재질을 쓰고, 틈새가 생기지 않도록 무(無)이음 구조로 시공한다. 수술실 바닥과 벽은 그래서 단순한 인테리어가 아니다. 감염관리와 장비 안전의 일부다.

로봇수술 시대, 진화하는 수술방

과거 수술실 안전은 주로 멸균, 손 씻기, 기구 관리처럼 감염 예방에 초점이 맞춰졌다. 지금도 여전히 기본적으로 지켜져야할 수칙이다.

다만 로봇수술과 최소침습수술이 늘면서 수술실이 감당해야 할 조건도 함께 늘었다. 수술 로봇 본체는 크고 무겁다. 로봇 팔이 환자 주변을 차지하고, 집도의는 콘솔에 앉아 조작한다. 보조 의사와 간호사는 환자 옆에서 로봇 팔과 동선을 맞춰야 한다.

여기에다 새로운 케이블이 바닥을 가로지르고, 고화질 영상 모니터가 추가된다. 게다가 로봇수술 시스템은 고전력이 필요한 장비다.

수술 절개창은 작아졌지만, 수술실 안의 조건은 오히려 더 복잡해지는 셈이다. 공기, 전기, 체온, 바닥이라는 수술실 기본 조건들이 이런 변화를 따라 함께 업그레이드돼야 하는 이유다.

12년 연속 '관절 전문병원'으로 수술 역량을 쌓아온 부산본병원(대표원장 하상훈)도 이런 흐름에 맞춰 수술실 환경을 더 가다듬었다. 2013년부터 '클린룸(clean room) 수술실'을 운영해왔지만, 최근 고령 관절수술 환자 증가와 로봇·최소침습 수술 환경 변화에 대응해 공조설비, 전원공급체계, 온장고, 수술실 마감재 등을 추가로 개선했다.

정윤태 부산본병원 행정원장은 "수술실 안전은 어느 한 장비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공기, 전기, 체온, 동선, 마감재가 함께 작동하는 시스템"이라며 "고령 환자 수술이 늘어나는 만큼 수술 전후의 잠재 위험을 줄이는 환경 관리가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환자는 수술실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직접 볼 수 없다. 그래서 수술실 안전은 대개 의사와 장비의 문제로만 이해된다.

하지만 수술실은 환자 안전을 위한 교두보, 즉 전진 기지다.

환자가 잠든 사이, 보이지 않는 위험을 얼마나 조용히 줄이고 있느냐, 그것이 수술실의 또 다른 본질이기 때문이다.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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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yt3*** 2026-06-16 17:16:44

    많은 병원들이 적용하여 안전한 수술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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